문회리 교수 공동연구팀, 금속-유기 골격체(MOF) 흡착 활용한 수소 운송 전략 제시
문회리 교수
화학·나노과학과
액화수소 저장 용량 유지하고 기화 손실 늦춰
세계적 권위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 게재
액화수소 탱크 내부에 다공성 물질을 넣어 수소 저장량은 액화수소에 가깝게 유지하면서 자연기화(boil-off)에 따른 손실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화학·나노과학과 문회리 교수 연구팀은 UNIST 화학과 오현철 교수팀, 독일 뮌헨공과대학교(TUM)·헬름홀츠-베를린 연구소(HZB), 프랑스 라우에-랑주뱅 연구소(ILL)와 공동으로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의 극저온 수소 흡착을 이용해 액화수소의 압력 상승과 자연기화를 억제할 수 있음을 실험과 모델링을 통해 밝혔다. 기존 액화수소 저장 기술이 단열에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는 탱크 안으로 이미 유입된 열이 수소 기화에 쓰이는 과정을 다공성 물질의 흡착·탈착으로 완충하는 접근이다.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Nature Communications>(IF=18.1)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
약 20K(영하 253℃)의 극저온에서 저장되는 액화수소(LH₂)는 액체 상태에서 높은 체적 에너지 밀도를 확보할 수 있어 대량·장거리 운송에 유리하다. 하지만 외부에서 미세한 열이 계속 유입되면 액화수소 일부가 기체로 변하면서 탱크 내부 압력이 상승하는데, 압력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안전을 위해 기체 수소를 외부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수소 손실이 발생한다. 진공 단열이나 다층 단열재(MLI, multilayer insulation)를 적용해 열 유입을 줄일 수 있지만, 실제 저장 탱크에서 외부 열 유입을 완전하게 차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단순히 단열 성능을 높이기보다, 탱크 내부로 유입된 열이 수소 기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조절하는 데 주목했다
MOF는 넓은 내부 표면적과 나노미터 크기의 기공을 갖고 있어 극저온에서 수소를 흡착할 수 있다. 액체에서 기체 상태로 전환되는 수소의 일부가 MOF 표면에 일시적으로 흡착되면 기체로의 전환과 이에 따른 압력 상승을 늦출 수 있다. 또한 흡착된 수소가 다시 기체 상태로 방출되는 탈착 과정에서도 열이 필요하므로, 유입된 열이 수소를 기화시키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기공 특성이 서로 다른 MOF인 IRMOF-20과 MIL-53(Al)을 선정했다. IRMOF-20은 큰 기공 부피와 높은 표면적을 갖는 안정적 구조의 소재인 반면, MIL-53은 수소 흡착 상태에 따라 기공 구조가 변화할 수 있다. 두 소재를 비교함으로써 기공 부피와 구조적 유연성이 극저온 수소 저장과 안정화에 각각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극저온·저압 조건에서 두 소재의 수소 흡착 성능을 비교한 결과 IRMOF-20의 수소 저장량이 MIL-53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IRMOF-20은 MOF 자체가 차지하는 공간까지 고려해도 순수 액화수소 탱크의 약 96.6%에 해당하는 저장량을 유지하는 저장 성능을 확인했다. 또한 액화수소만 저장한 경우와 비교하면, 동일한 압력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온도가 IRMOF-20은 약 12 K, MIL-53은 약 27 K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IRMOF-20은 넓은 기공을 바탕으로 높은 수소 저장량을 확보하는 데 강점을 보인 반면, MIL-53은 저장량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수소 방출을 더 높은 온도까지 지연시킬 수 있었다. 이는 MOF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수소를 많이 저장하는 능력과 수소의 방출을 늦추는 능력을 각각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MOF를 활용한 액화수소 boil-off 저감 원리 개념도
실제 현장에 적용했을 때 효과를 계산한 결과, 진공 단열 조건에서 약 56.6㎥ 규모의 액화수소 탱크에 순수 액화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기간은 약 64일이었지만, MIL-53을 적용하면 약 128일, IRMOF-20을 적용하면 약 221일까지 늘어났다.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조건에서도 MOF를 적용했을 때 저장 기간이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문회리 교수는 “액화수소의 보일오프 문제 해결은 수소 에너지 사회의 실현을 앞당길 핵심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는 MOF와 같은 다공성 물질에서 기공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 국가연구소(NRL 2.0) 사업 「멀티스케일 물질 및 시스템 연구소」 △한국연구재단 BrainLink 사업 「한–EU 글로벌 수소 연구교류 및 첨단인력양성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MOF 보조 극저온 흡착, 액화수소 운송에서 액체수소에 근접한 체적 저장 용량과 보일오프 억제 달성(MOF-assisted cryo-adsorption delivers near-liquid volumetric capacity and suppressed boil-off for LH₂ transport)」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왼쪽부터) 문회리 교수, 오현철 교수(UNIST), 박지태 박사(뮌헨공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