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균 교수팀 연구성과 <Biological Psychiatry>지 게재
류인균
약학과/뇌융합과학연구원
첨단 뇌과학 기법으로 세계 최초 24시간 연속 인간 뇌 측정
수면-각성 주기와 뇌 글루타메이트 대사 간 상관관계 규명
류인균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면 과정에서 대뇌 신경대사물질의 농도 변화와 뇌 기능의 상관관계를 24시간 연속 뇌 영상 측정 방식을 통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수면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하며 주목받은 본 연구 결과는 생물정신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Biological Psychiatry(IF 10.6)>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현대 사회에서 수면 부족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수면장애로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은 124만 명으로 2019년 99만 명에서 대폭 증가했다. 2021년 필립스가 전 세계 13개국 1만3천 명을 대상으로 한 수면 조사에서 세계인의 55%가 수면에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한국인은 41%에 그쳐 한국 사회의 수면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교 약학과 및 뇌융합과학연구원의 류인균 석좌교수 연구팀은 수면-각성 주기에 따른 인간 뇌 속의 신경대사물질 농도 변화를 분석하고 이 변화가 인지 기능과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 연구는 정밀 뇌 자기공명분광영상(magnetic resonance spectroscopy, 이하 MRS)을 활용해 24시간 동안 인간 뇌에서 나오는 신경대사물질 ‘글루타메이트’ 농도의 주기적 변화를 연속으로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간 대뇌 글루타메이트 물질의 변화를 24시간 동안 연속 측정한 최초의 인간 대상 연구로서 수면 조절 메커니즘의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
기존의 수면 뇌영상 연구는 수면 전후나 수면 중 특정 시점, 수면 박탈(수면기능을 연구할 목적으로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것) 전후의 한시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춰 수면 과정 중 신경대사물질의 역동적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기에 어려웠다. 하지만 류인균 교수 연구팀은 연속적인 최첨단 MRS 기법을 통해 정상적인 수면-각성 주기 그리고 수면 박탈 및 이후 회복 수면 과정에서의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주요 신경전달물질이 수면과 각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규명했다.
정밀 뇌자기공명분관 영상을 활용한 24시간 연속 신경대사물질 측정
연구 결과,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는 정상적으로 깨어 있을 때 증가하고 수면 중 감소하는 주기적 패턴을 보였다. 정상 수준으로 감소한 글루타메이트 농도는 뇌 기능 회복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러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수면 박탈’ 상태에서는 글루타메이트 농도가 정상적으로 깨어 있을 때보다 낮아졌다. 이는 수면이 부족할 경우 글루타메이트 대사의 항상성이 교란되고 신경 효율성이 감소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후 회복 수면 동안에는 각성 상태에서 축적되어 있던 글루타메이트 농도가 다시 감소하면서 뇌 대사의 정상화를 돕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글루타메이트 농도의 변화가 수면과 깨어 있는 상태에서 뇌 회복과 기능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수면을 해야지만 대뇌 글루타메이트 농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글루타메이트 대사 항상성이 잘 조절되어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와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국민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건강한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현대 사회에서 만연한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로감을 넘어 뇌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면 부족은 인지 기능 저하, 스트레스 증가, 정신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생산성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수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절한 수면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고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대학중점연구소사업, 미래유망기술파이오니어사업, 바이오의료기술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화여대 류인균 석좌교수(교신저자), 윤수정 교수 등이 수행했으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에도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