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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아마존 솔루션즈 아키텍트 염지원 동문

  • 등록일2023.04.20
  • 389

오늘 이화DNA는 책 『IT 회사에 간 문과 여자』의 저자 염지원 동문(정치외교학과·16년 졸)을 만나 비전공자의 IT 업계 도전기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동문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치외교학과 12학번 염지원이라고 합니다. 16년에 졸업해서 한국 IBM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한국 #AWS 를 거쳐서 미국 아마존에서 솔루션즈 아키텍트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 시애틀로 이사를 와서 잘 정착하고자 분투하고 있습니다. 


Q. 아마존 미국 본사의 솔루션즈 아키텍트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는 것인가요? 

이번에 아마존에서 야심차게 'Buy with Prime'이라는 신규 프로덕트를 런칭했습니다. 아마존에서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중소상공인들도 얼마든지 프라임의 물류 시스템 등등을 활용하여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제품의 기조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상인들과 관련 개발자들에게 여러 가지 IT 서비스가 제공이 되는데요. 저는 이분들이 아마존의 제품을 잘 이해하고 최선의 형태로 도입하실 수 있도록 기술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샘플 코드와 기술 문서 등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Q. 미술사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 진학까지 고민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업에 취업을 준비하고, 특히 외국계 IT 회사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서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대학원에 간 선배들과 교수님들을 보면서 저에게는 그만큼의 덕력과 재력이 없음을 6학기 정도에 아프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취업 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이곳저곳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턴이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시기에 이미 대기업의 공채들은 대부분 마감이 된 상황이라, 공고가 열려 있는 곳이면 무조건 지원을 하며 방황을 했습니다. 그러다 별생각 없이 참여했던 IBM의 취업설명회가 계기가 되어 전공 무관 직군으로 채용되었습니다. 솔직히 외국계 IT 회사를 가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취업설명회를 들으면서 이 회사의 인재상과 제가 생각하는 제 모습이 많이 닮아서 신기했습니다. 그것이 동력이 되어 정말 열심히 준비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Q. 문과생으로서 IT 회사에 취업해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하면 본디 본인이 바보가 된 것 같은 생각에 괴롭기 마련입니다. 나는 잘해보고자 하는 것들인데 실수투성이인 것에 자괴감도 많이 들고요. 그것이 두 배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회사도 새로운데 IT도 전혀 모르니 당연히 더 어려웠죠. 일단 사람들이 말하는 것의 조사와 어미를 제외하고는 아는 단어가 거의 없었습니다. 매일매일이 바보인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한 혈투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Q. 반대로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며 얻는 즐거움도 있을 것 같아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저는 한 달, 일주일, 3일 전의 저보다 성장해 있음을 늘 새롭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일적으로는 고객사분들이 새롭게 만들어 나가시는 서비스들을 밀착 지원하면서, 변화하는 세상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는 생동감도 들어 즐겁습니다.


Q. 최근 출간된 『IT 회사에 간 문과 여자』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회사를 다니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웠어요.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학교를 다닐 때는 내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으며 살았는데 이렇게 세상에 기여하는 것 없이 월급날만 기다리는 회사원으로 살아도 되는 걸까, 학교 다니며 읽던 책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데 이제 그런 책들을 읽는 대신에 파이썬이니 뭐니에 목숨 거는 나는 지금 그때의 나와 같은 사람인가, 아니라면 나는 뭐 하는 사람인가, 이런 고민들이었습니다. 이 고민들은 쌓이기만 하고 분출되지를 않아서 어느 날은 정말 터져나갈 것 같았어요. 이렇게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질 것 같다는 어떤 위기감에, 일기에만 담았던 고민들을 브런치를 통해 세상 밖에 내놓았습니다. 대단한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기보다는 더 이상 입을 닫고 회사만 다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어떤 절박한 마음이 글을 쓰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출판사 모로의 대표이자 편집자이신 조은혜 동문이 브런치의 제 글들을 발견하고 감사하게도 출간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혼잣말 같던 제 글들이 책의 꼴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조은혜 동문님 덕입니다. 그리고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추천사를 써주신 #헤이조이스 대표 이나리 동문, 그리고 그분과 함께 일하시는 다른 많은 동문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대를 다니지 않았으면 책이 나왔을 리 없었다'라고 할까요.

Q.  『IT 회사에 간 문과 여자』에서 IT 업계에 여자는 정말 한 줌이고, 그렇기에 버티기 더더욱 힘들지만 ‘생존 이상의 가치를 돌려받을 수 있는’ 업계라고 하셨는데요. 동문님이 느낀 IT 업계의 ‘생존 이상의 가치’가 무엇인가요?

먼저 우리 세대의 여자 직장인들은 ‘존버’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으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특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하루의 1/3 이상을 보내는 곳이 ‘마지못해 버티는 곳’이라는 의미이죠. '평생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만큼의 돈이 주어진다면 지금의 직장을 계속해서 다닐까?'라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 ‘생존 이상의 가치’라고 표현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입니다. 1) 다른 업계 대비 돈을 더 많이 준다, 2) 세상의 변화에 직접 참여한다는 운동감을 직접 느낄 수 있다, 3) 내가 그저 재미있는 일을 하며 성공하고 싶어서 열심히 살다 보면 그 자체로도 여성운동이 된다.


Q. 동문님의 학부 시절도 궁금합니다! 동문님은 학부 때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재미없게도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전공을 정말 좋아해서 공부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과제를 하루에서 사흘 정도 미리 제출하는 학생이었다면 믿으시려나요?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중앙도서관 서가 창가의 간이 책상입니다. 지금은 남아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루 안에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쌓아두고, 실제로는 읽지도 않으면서 그저 거기에 앉아 일기를 쓰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어요. 외롭고 길 잃은 느낌이 들 때 많이 갔었습니다. 그리고 #이화역사관 에서 도슨트를 했었어요. 역사관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하지만 마찬가지로 그 고요한 곳에 앉아서 있는 것만으로도 제게 필요한 모든 평화가 다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과외를 정말 많이 했어요. 과외를 가장 많이 했을 때는 다섯 개 정도 한 번에 하기도 했습니다. 18학점 전공으로 꽉 채워 듣고 과외 다섯 개하고 연애하는 생활을 주로 했었습니다. 그다지 외향적인 성격은 못 되어서 동아리나 대외 활동을 엄청 열심히 하지는 못했어요.


Q. 학부시절 이화에서의 경험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도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들 역시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선배들과 친하면 그냥 주어진다는 시험 족보, 친구 많고 목소리 큰 사람이면 한 번쯤 맡게 된다는 과대 등등이 우리 학교에는 없었죠. 당시에는 힘들고 괴상하다며 툴툴댔지만 사실 이 모든 분위기가 학생들로 하여금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하고, 결국에는 해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디로 가야 하는데 길이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돌아가든지 할 것 아니에요? 그런데 제 주변에서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며 살아가는 동문들 모두 보면 “엥 길이 없어? ㅇㅇ 내가 만들게” 이렇게 살고 있더라고요. 저도 자연스럽게 늘 내가 원하는 것을 제 자신에게 묻고, 그곳에 닿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손을 뻗는 데 망설임 없이 살게 된 것 같아요.


Q. 이화 DNA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화역사관 도슨트를 했다고 위에 잠깐 언급했는데, 제가 이화의 역사를 배우고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화의 맥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성의 교육이 보급되지 않았던 때에 체육 교육까지 시행하는 등 편견을 박살 내는 행보를 이어온 것, 일제강점기 때 학생들의 저항 운동들 등도 물론 대단한 이력이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에도 천막을 쳐서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했다는 점입니다. 1886년부터 이어져온 이 학교의 본질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 근데 그 최선이라는 게 타협과 변명 없이 죽을힘을 다하는 최선이다”라는 정신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것을 의식적으로 되뇌며 살아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 무의식 깊은 곳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다들 이런 정신이 조금씩이라도 남아 있기에 동문들 모두 불도저처럼 사는 것 같습니다. 


Q. 비전공자로 IT 업계에 문을 두드리려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조언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기 쉽지 않으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든 것을 이 악물지 않고서 해내는 법 자체를 모르는 사람인데다가, 스스로 “나는 비전공자고 하나도 모르겠어!”라는 생각을 계속하느라 더 절치부심하며 피곤하게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IT 업계는 스스로를 비전공자라고 명명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만큼 비전공자들이 많은 영역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조금 더 믿으며 산뜻한 마음으로, 그저 하루하루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지내시다 보면 어딘가에 당도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공자들 별것 아닙니다. 배움을 즐거워하는 사람이 더 오래 잘 할 수 있는 일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정진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3기 유소영, 14기 최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