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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제주맥주 커뮤니케이션팀장 오정현 동문

  • 등록일2023.04.18
  • 468

오늘은 이화 DNA 인터뷰의 주인공은 '일상에서 맥주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제주맥주의 마케팅실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오정현 동문(경제·15년졸)입니다. 스타트업의 런칭부터 상장사로 발전하기까지 제주맥주와 함께 하며 일상에서의 맥주 문화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계신 커뮤니케이터 오정현 동문님의 인터뷰, 지금 만나 보시죠.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정현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스트랜튼학부 사회과학이니셔티브트랙을 복수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온라인 광고 미디어 플래너로 일하다 퇴사하고, 제주맥주 런칭 약 1년 전 초기 실무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제주맥주 마케팅실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Q. 동문님께서 담당하고 계시는 업무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스타트업의 매력은 본인의 직무 영역을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저는 제 일의 본질이 ‘기업의 신뢰 자산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기능 단위로 직무의 범위를 국한하지 않고,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경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합니다.


Q. 경제학 전공을 하셨는데, 마케팅 쪽으로 커리어를 정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경제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사실 학과를 선택해야 했던 1학년 말 당시에 ‘취업 잘 되겠지’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결국 큰 재미를 느끼진 못했죠. 그래서 2학년 때부터 복수 전공으로 스크랜튼학부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었는데요. 구체적으로 커리어 목표를 정하고 돌진하진 않았고, 막연하게 여러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가지며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탐색하던 기억이 납니다. 스크랜튼학부에서 정말 많은 학과의 전공 수업 들을 들으면서 좋은 수업은 교수님이 추천하시는 레퍼런스 콘텐츠들까지 다 찾아보곤 했어요. 취업 걱정에 조바심이 날 땐 ‘나는 PD가 되고 싶은 건가?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은 건가? 광고인이 되고 싶은 건가?’같은 생각도 했었는데, 굉장히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기획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읽고 쓰는 것에 재능이 있구나. 좁은 분야에서 깊게 파고드는 일은 적성에 안 맞을 수 있겠구나’와 같은 수준의 정리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마케터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이런 류의 일이면 좋겠다, 이런 류의 일은 맞지 않겠다’라며 탐색하다 보니 지금의 일을 하고 있네요.


Q. 제주맥주는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상장회사가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겪으신 업무 등의 변화 및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변화하지 않은 걸 생각해 보는 게 어려울 정도로 모든 게 변했어요. 한 회사에 있었지만 20개 회사를 다닌 것 같다고 얘기하곤 해요. 전통 제조 산업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브랜드 런칭 4년 만에 상장을 했으니, 정말 어마무시한 속도죠. 

총 10명 미만의 조직에 입사해 130명여 명이 된 지금까지 일어난 변화들을 짧은 인터뷰에 다 이야기할 순 없으니, 입사 초반 1년 제 업무에 국한해 말씀드릴게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현재 경영진인 창립 멤버들과 최소한의 직원들만 있었고, 심지어 양조장도 지어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직무’라는 개념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해보지 못한 모든 걸, 일단 다 해봐야 하는 상황이었죠. 전 직장에서는 광고 미디어 플래닝밖에 해보지 않았는데 입사하자마자 오프라인 시음 행사, 언론 홍보, SNS 운영, 광고, 채용 공고 업로드, MD 기획/발주, 택배 포장 등 닥치는 대로 다 했어요. 이 정도일 줄 모르고 들어왔기 때문에 솔직히 ‘내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싶은 불안감도 매우 많았고요. 

이후 약 6년간 한 산업을 균열 내며 급속도로 커가는 기업의 탄생부터 성장기를 함께하며 지켜보는 것도 놀라웠지만, 내부적으로 다양한 ‘조직’이 생기고, ‘역할’들을 규정하고, 필요한 ‘프로세스’를 만들어가고, 조직 ‘문화’를 진지하게 고민해가는 과정도 참 재밌었어요.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귀한 경험이죠.

Q. 제주맥주에서 일하시며 가장 보람을 느끼신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장 오랜 기간 진행했던 캠페인인 '주세법 개정 프로젝트'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과거 한국 주세법상 국산 맥주에 대한 과세 표준이 수입 맥주에 비해 불공평하게 설정이 되어 있었어요. 이 과세 기준을 평등하게 바꾸기 위한 캠페인이었는데요. 수제맥주협회 차원에서 TF를 꾸려 약 2년간 진행했고, 저는 PR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주류업계에 오래 계셨던 분들은 주세법은 바뀔 수 없는, 주어진 환경이라고 생각을 하셨다고 해요. 제주맥주 입사 전 다른 맥주회사들을 다니셨던 영업실 직원분은 제주맥주 상장보다 주세법 개정이 더 놀라운 일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법을 바꾸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을 하며 부침도 많았지만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왜 이야기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커뮤니케이션을 기획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정립하게 했습니다. 복잡다단한 이해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고요.

2년간 언론, 기관 등이 이 이슈에 계속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내외 맥주 산업 현황, 주세법 히스토리, 고용 창출 효과, 정부의 기조, 여론의 방향 등 사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검토하며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설계하고, 실행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도 법 개정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닷페이스 와 함께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하고, 전국 최초 수제 맥주 반값데이를 페스티벌처럼 개최하기도 했고요.

마침내 주세법이 개정이 된다고 했을 때는 꿈만 같았어요.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들과 같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자마자 가정 채널(편의점, 마트 등)의 매대에 매우 다양한 맥주들이 등장했고, 한국 맥주 시장 자체가 건강한 변곡점을 맞게 되었거든요. 이처럼 중대하고, 거대한 변화에 제주맥주의 커뮤니케이터로서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많은 보람을 느꼈고, 참 감사했어요.


Q. 제주맥주는 마케팅으로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 회사 CMO 님이 자주 하시는 이야기가 있는데 “할 거면 끝장을 보고, 아니면 하지 마라”입니다. 

제주맥주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주안점을 두어 지독하게 기획을 해요. 제주맥주 마케팅 캠페인인데 ‘제주맥주’ 이름을 지우고 다른 맥주 브랜드를 넣었을 때도 말이 되면 안 되는 거죠.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제주맥주가 처음 시작된 이유이자 비전인 ‘맥주만의 문화’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신선하게 느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맥주를 단순히 술로 보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일상의 여행이자 새로운 문화 허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봅니다. 기존에 한국에서는 ‘맥주=소맥용 술’이 전부였던 인식을 깨자는 거죠. 

그동안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저희의 캠페인들은 모두 누구나 일상에서 한 번쯤은 가져봤을 작은 로망, 이전에는 맥주와 함께 경험해 보지 못한 문화 콘텐츠 등과 접목된 것이 많아요. 기획자들조차도 ‘아.. 이건 정말 나도 소비자로 즐기고 싶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캠페인이면 대부분 성공하더라고요. 요약하면, 할 거면 끝장을 보자는 태도로, 제주맥주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상에서 맥주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마케팅실이 늘 하는 고민입니다.


Q. 마케터에게 필요한 자질 또는 마케터 업무에 잘 맞는 성향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생각하다 보니 너무 많은데… 좋은 마케터는 대체로 뛰어난 관찰력, 논리적인 사고 능력, 원활한 협업 능력을 가진 것 같아요. 

뛰어난 관찰력이란, 늘 레이더를 세우고 있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인데요. 업무를 할 때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여러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본인만의 해석을 해보고, 시야를 넓혀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분들이 일에서도 유연한 시각을 발휘하시더라고요. 같은 것을 경험하더라도 촉각을 세우고 살아 있는 경험을 한 사람에겐 그만큼 많은 레퍼런스가 자연 체득되는 거예요. 이런 분들은 기획자로서 특히 빛을 발합니다.

논리적 사고도 매우 중요합니다. 마케터로 진로를 결정한 대학생분들이 ‘마케터면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를 잘 떠올릴 줄 알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시는데요. 마케팅은 철저히 비즈니스 성과를 끌어올리는 일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어떻게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내느냐의 문제죠. 독창적 창의력 이전에 우리가 가진 것과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어떤 논리로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고, 점검할 것인가가 탄탄히 자리 잡아야 해요.

협업 능력은 사실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중요하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기에, 명확하고도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원활한 협업을 이끌어내는 건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기본 자질입니다. 


Q. 동문님의 앞으로의 커리어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10년 가까이 일을 하다 보니, #커뮤니케이터 라는 말이 제게 제일 잘 맞는 옷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커리어 스텝을 무엇으로 삼을지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고요. 어떤 산업에서 무슨 일을 하든,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사람들의 생각을 유도하고 움직이는 커뮤니케이션 기획을 계속할 것 같아요.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꼭 필요한, ‘판 잘 짜는 커뮤니케이터’가 궁극적으로 듣고 싶은 수식입니다.

Q. 이화 재학 시절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학부에서 흥미롭게 들었던 수업, 참여했던 동아리 그리고 학회 등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정의가 올드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게 대학의 근본적 존재 이유라고 믿어요. 이러한 대학의 본질을 맘껏 즐겼던 것 같아요. 스크랜튼학부를 전공한 덕분에 학교 내 건물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심리학, 물리학, 법학, 철학 등 여러 학과의 전공 수업을 들었는데요. 이 시절에 평생 가는 사고의 근육이 잘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좋아했던 수업의 강의계획서(syllabus), 필기 노트 등을 지금도 가지고 있고요. 인문학 수업 실라버스들은 지금도 가끔 보면서 그때 교수님이 이야기하신 책을 찾아보기도 해요. 

당시 스크랜튼학부의 필수 과정을 맡으셨던 유성진 교수님, 최강신 교수님의 수업이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고요. 철학과 김애령 교수님 강의는 ‘이것이 인문학을 하는 이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했어요. ‘현대 예술과 철학’, 줄여서 현예철이라는 강의가 있었는데 참 경이로운 시간들로 기억합니다. 아직도 교수님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거나, 저서를 찾아보거나, 강의 자료를 종종 들춰봐요. 얼마 전 현생에 지쳐서 침대에 누워 김애령 교수님 외부 강연은 안 하시나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교수님 얘기를 하게 되니 신기하네요. 

또 1학년 때 UNSA라는 학회 활동을 했는데, 이때 만난 친구들과는 여전히 자주 안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Q. 인터뷰를 마치는 소감 및 후배들을 위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졸업하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최근 학교에서 만들어주신 여러 기회들로 후배님들을 만나고 작은 도움이나마 드릴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신기합니다.

저도 대학생 때는 그리 잘 와닿지 않는 말이었지만, 막상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니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4년 내내 취업에만 골몰하지 않고요. 제가 선택한 건 대학생의 특권, 학문의 바다를 맘껏 항해해 보는 거였는데요. 당연히 공부 말고도 여러 종류의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운동, 여행 등 ‘처음’ 도전해 본 일들이 대학생 때 참 많았어요. 누군가는 방학마다 여행을 다닐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학회 활동에 몰입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음악을 제대로 해볼 수도 있겠죠. 

무엇이 되었든 간에 저학년 때부터 ‘취업’ 때문에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고 짧은 기간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을 탐색해 본다는 생각으로 나만의 경험 자산을 쌓아보셨으면 좋겠어요. 남들 다 해서 어영부영 따라간 것 말고, 오롯이 내 의지로 선택해 꼭꼭 씹듯 소화한 경험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두고두고 쓰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취업할 때쯤 도움이 필요하다면, 현업에 있는 선배들에게 연락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는 이런 시도를 해보지 못해 아쉬워요. 사회에 나와 보니 어떤 산업이든 많은 이화인 선배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위치에 꼭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학교 이야기를 하다 보면 후배님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대부분 하고 계셔요. 특정 직무, 산업에 관한 이야기는 현업에 있는 사람이 가장 생생하게 들려줄 수 있으니 답답할 땐 망설이지 말고 학교가 지원해 주는 선후배 네트워크 자원을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2기 최정윤, 13기 기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