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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Dior 성수 프로젝트 일러스트레이터 송지혜 작가를 만나다!

  • 등록일2023.04.03
  • 640

오늘 이화DNA가 만나본 동문은 디올 성수의 독특함을 표현한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주목받는 송지혜 작가(섬유예술, 04년졸)입니다. 섬유예술가로, 일러스트레이터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영역을 넓히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 '동심을 수놓는 작가' 송지혜 동문님의 이야기, 함께 만나보실까요?

Q. 안녕하세요 동문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대 04학번 섬유예술과 를 나온 송지혜 작가라고 합니다. 저 스스로를 ‘동심을 수놓는 작가’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Q. 최근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통해서 건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아요.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는지,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까 소개해 드린 것처럼 동심을 주제로 섬유예술을 접목한 작품을 전시회를 통해 선보이는 작업들을 주로 선보이다가 2014년에 우연히 『시간의 정원(앵글북스)』이라는 컬러링북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수년간 '동심'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려놨던 밑그림들로 구성한 컬러링북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전 세계적으로 판권을 수출하게 되었어요. 그 시점부터 #일러스트레이터 로 자리를 잡게 된 것 같아요. 『시간의 정원』 이후로 『시간의 방』, 『세상의 모든 선물』, 『미스터리 맨션』 등 지속적으로 책을 내며 저의 그림을 알려왔고, 잡지 표지 일러스트나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함께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DIOR 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많이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처 : 송지혜 작가 제공


Q. 작가님의 일러스트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소위 한 땀 한 땀의 장인 정신과 고도의 섬세함이 잘 느껴져요. 작품을 제작하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섬유예술이라는 분야가 장인 정신과 고도의 섬세함 없이는 할 수 없는 분야예요. 학부 시절 함 땀 한 땀 수를 놓는 자수, 섬세한 자연의 색을 내는 염색, 직조 등의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웠고, 또 그것을 기술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접목시켜 자기만의 표현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일러스트를 할 때에도 이런 습관들이 여전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사실 디지털 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연출이 되기는 하지만, 한 땀 한 땀 표현한다는 행위 자체가 저에게 주는 만족감과 위로가 크기에 고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일러스트 작가로 일을 하려면 자기만의 색깔과 스타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쪽을 제 강점으로 삼게 된 것 같아요.


Q. 최근 ‘디올’과의 협업으로 큰 화제인데요. 같이 작업하시게 된 배경과 과정이 궁금합니다.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웃음) 제가 그림을 홍보하기 위해 SNS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인데, 놀랍게도 그 루트를 통해 이런 대형 브랜드의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DM이었어요. 나중에 상무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에이전시도 없는 저를 컨택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그렇게라도 연락을 취해봤다고 하더라고요. #디올 의 모든 아트웍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파리 본사의 컨펌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아요. 과정도 복잡하지만, 특히나 스케줄을 넉넉하게 주는 편이 아니어서 첫 미팅 때 워크스콥을 받고 저 같은 워킹맘은 걱정부터 앞서긴 했어요. 사실 저 같은 한국 국적의 작가가 디올의 아트웍을 그릴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에 저에게도 영광스러운 기회라 말 그대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그려낸 것 같아요. 사실 그 때 더 유명하고 경력 있는 많은 작가님들이 물망에 올랐다고 하는데, MZ 세대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제가 선택이 되었다고 합니다. #디올성수 가 MZ 세대를 타깃으로 한 만큼 저에게 기회가 온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출처 : Dior 성수


Q. 학부에 대학원까지 약 8년이라는 시간을 이화에서 보내셨습니다. 모교에서 열린 디올 패션쇼의 메인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신 이번 작업이 동문님께 어떤 의미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초반에 워크스콥을 넘겨 받았을 때는 #이화여대 에서 패션쇼를 한다는 정보를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디올 내부적으로도 모두에게 공개되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디올성수’ 아트웍 마감을 할 때쯤 알게 되었는데 정말 전율이 일었어요. 글로벌 패션쇼가 서울에서, 그것도 이화에서 열리다니요. 그리고 그 메인 아트웍을 제가 하다니! 그 때부터 더 신나서 초인적인 힘으로 마감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이화여대 출신인 것은 디올 측에서 몰랐더라고요. "이런 우연이!"라며 서로 신기해했습니다.


Q. 이번 디올쇼의 일러스트 작가가 동문님이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역시 이화인!’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학부 시절 이화에서의 경험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여성 작가로서의 자부심인 것 같아요. 학부 시절 들었던 페미니즘에 관한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졸업 이후 커리어를 쌓고, 결혼을 하고,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일을 계속 이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럴 때 정말 학부 시절 배웠던 것들이 많이 생각났어요. 결혼과 출산 이후 일을 이어나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Q. 일러스트레이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활동은 물론 작업실 카페 ‘시간정원’과 오브제 다리아의 디렉터로서 겸 운영을 함께하고 계신데요. 이 모든 걸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남편입니다. (웃음) 공간 디자이너인 남편과의 합이 좋은 것 같아요. 전 사업적인 기질이 전혀 없고, 그저 골방에 갇혀서 그림 그리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인데다가 SNS로 그림을 알리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는 성향이었는데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을 그림을 그렇게 그리면 뭐하냐며 저를 골방에서 꺼내준 것 같아요.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시절, 당시엔 수익성도 없는 그림 작업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취직하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남편은 그런 저의 모습을 응원해 주었습니다. 자기 일하기도 바쁜 사람이지만 육아를 전담하며, 제가 감이 뒤처지지 않도록 유럽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또 집에서 작업하던 저에게 일과 삶이 분리된 작업실 환경이 중요하다며 호화롭지는 않더라도 쾌적한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해줬고, 지속적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카페를 오픈하여 살롱을 개최하도록 아이디어를 주는 등 작가로서 제가 알려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물론 같이 일하다 보면 정말 많이 싸우지만요. (웃음) 처음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북미와 전 유럽에 책이 수출되었을 때, 디올과 일을 할 기회가 생겼을 때 부모님보다 더 기뻐해준 사람이 남편이었던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디올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알려지며 수많은 브랜드의 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대형 브랜드에서 나를 믿고 투자하며 일을 맡겨준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정말 몸이 딱 하나면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놓치기 아쉬운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니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심지어 몇 가지 일들을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저도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올해는 이런 브랜드와 콜라보 관련된 작업들을 계속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공개될 아름다운 작업들이 많으니 기대해 주세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일러스트가 아닌 조형 작업도 계속 하고 싶어요. 상업적인 것과 연결되지 않은, 순수한 저의 그림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Q. 지금도 꿈을 위해 수없이 도전하고 있는 이화의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화 DNA는 특유의 강한 끈기와 인내력에 있는 것 같습니다. 놀러 다니는 것보다 야작에 더 열정이던 동기들의 모습이 이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꿈을 꾸는 것만큼 중요한 건, 꿈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준비되지 않아서 놓치는 안타까움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수없이 경험했고요. 꿈을 꾸면서 그에 따른 실력도 준비된 이화인들이 되길 응원합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4기 최예은, 홍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