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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계] 드라마 작가 민지은 동문(국어국문·00년졸)

  • 등록일2023.01.05
  • 2207

오늘 이투리는 영화 <히말라야>, 드라마 <검법남녀> 시리즈 등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민지은 동문(국어국문·00년졸)을 만나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이화인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인문계열 96학번으로,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을 복수전공한 민지은입니다. 졸업 직후 명필름이라는 영화제작사에 들어가 국내 마케팅팀에서 6년 정도 일을 하고, 퇴사 후에는 영화 마케팅 대행사를 차려 3년 정도 영화와 TV 드라마, 홍보 마케팅 대행을 했어요. 이후 작가 준비를 해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의 극본을 쓰고 있습니다.


Q. 드라마 작가가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소설가가 꿈이었어요. 국문학을 전공하려고 한 것도 그런 영향이 있었고, 이야기를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서 영화, 드라마, 만화책, 애니메이션, 소설책 등을 모두 좋아했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고, 그렇게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흔히들 말하는 '문학소녀'처럼 보냈습니다. 대학교 시절 당시에 국문과는 우리들끼리의 농담으로 '굶는 과'라는 별명이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직장에서 일을 해야 소설을 쓰는데도 도움이 되고 재미있게 다닐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영화사에 들어가게 된 거죠.

당시 <JSA 공동경비구역>을 제작했던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님이 우리 학교에 취업 설명회 같은 걸 하러 오셨어요. 그때 제 친구와 둘이 손잡고 가서 그걸 들었습니다. 무슨 얘기하셨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저런 회사에 들어가 <JSA 공동경비구역> 같은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면 참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그 해 명필름 마케팅실에서 사람을 한 명 뽑았고, 운 좋게 붙어서 6년을 다녔습니다.

영화 마케팅 부서는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면 그 한 편의 영화가 극장에 걸리기까지의 일들을 해요. 여러분들이 보는 영화가 개봉하려면, 우리가 아는 것들 예를 들어 극장에 가면 예고편이 나오고, 포스터가 걸려 있고, 주연 배우들이 인터뷰도 하고 홍보한다고 <런닝맨> 같은 TV 프로그램도 나가고 하는, 그런 모든 것들을 다 마케팅팀에서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결국 완성된 작품의 개봉을 위한 것이잖아요. 물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잘 포장해 극장에 걸리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지만, ‘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뭐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윤제균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쓴 이유에 대해 "영화는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시나리오 쓰는 것밖에 없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도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글쓰기’를 다시 해봐야겠다."하고 극본을 오랜만에 다시 쓰게 되었죠. 먼 길을 돌아왔죠. 전형적인 작가의 길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긴 해요.


Q. 지금까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각본에 함께하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긴 분량을 쓴 <검법남녀>인 것 같아요. <히말라야>가 2시간 분량의 대본이었고,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가 16시간 분량의 대본이었어요. <검법남녀>의 경우 시즌 1, 2 합쳐서 32부 분량을 작성했습니다. 보통 드라마 한 편이 11point로 해서 33~35페이지 정도의 분량인데, 32부면 적어도 1,000장 이상의 대본을 작업을 했다고 할 수 있죠.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려서 쓴 작품이었어요. 또 법의관인 남편에게서 자문을 받으며 작업을 했기 때문에 가장 애정이 있던 작품이었고요. 그래도 이제 <소방서 옆 경찰서>가 시작되면 이 작품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웃음)


Q. 말씀하신 <검법남녀>로 엄청난 주목을 받으시고 도상법의문화상까지 수상하셨어요.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시고 법의학 분야를 다루셨는데, 아무래도 전혀 다른 분야이다 보니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사실 법의관인 남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 지인 중 법의관 분들이 계셔서, 다른 선생님께도 도움을 받기도 했고요. 그리고 실제 경찰, 검사님들도 만나면서 그 직업에 계신 분들을 많이 만나보려고 노력했어요. 지금도 새로운 작품을 위해 경찰관, 소방관분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하고 그분들이 쓰신 책들을 읽으면서 자료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경찰분들이 TV나 유튜브에도 많이 나오시고, SNS를 통해서도 자료 조사를 할 수 있어서 전보다 통로가 정말 많아진 것 같아요. 실존 인물에 대한 자료 조사라든가 과거에 좋았던 드라마나 영화의 레퍼런스를 찾아보기도 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서 많은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자료 조사를 최대한 많이 합니다. 또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습관처럼 기사를 찾아보고 있어요.


Q. 평소 스토리를 구상할 때 영감을 얻는 곳은 어디인가요?

사회에 대한 관심,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인 것 같아요. 결국 드라마든 영화든 다 사람들의 이야기고, 그 사람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느냐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제가 그리는 드라마는 주로 범죄가 많은 세상을 살고 있기 한데, (웃음) 항상 그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법의관과 검사에 대해 우리는 따로따로에 대해서만 알고 있는 어떤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법의관들이나 검사들을 디테일하게 파고들어 봤을 때 '어떻게 같이 일을 할까?'가 궁금했어요. 때로는 싸우면서, 때로는 화해하고, 용서하고 싸우고 사랑하면서 어떻게 일을 할까? 이런 것에 대한 관심에서 <검법남녀>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Q. 글을 쓰실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되게 뻔한 얘기지만, 재미있어야 한다? (웃음) 매번 대본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평가를 받는 것도 작가의 일 중에 하나인데요. 순수 문학을 하시는 작가님들과 달리 드라마나 영화 대본을 쓰는 사람들은 나 혼자서 최종 결과물을 내는 게 아니잖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늘 리뷰와 모니터를 받고 때로는 평가를 받기도 하고, 그러면서 같이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고 하는 과정이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아무리 많은 다른 얘기들을 들어도 늘 항상 듣고 싶은 얘기는 딱 하나밖에 없어요. "작가님 정말 재밌어요." 그거 하나. (웃음)

어쨌든 드라마와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의 일종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이걸 보는 순간만큼은 확 빠져들어서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다’라는 것을 기본적이고 추상적인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스릴러의 얼개를 짤 때는 ‘스릴러로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더 재미있게 할 것이냐’에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요. 또 극장의 어법에 충실하면서 상업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작품을 통해서 대중들하고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리는 세상 안에서는 범죄가 조금 더 포커스 되어서 그려지기는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범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죄에 얽히는 사람들, 그 안에서 조금씩 자기 스스로 변해가는 사람들 등등이 다양하게 있는 만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무언가를 얻어 가시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작업 중이신 <소방서 옆 경찰서>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단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소재입니다. <검법남녀>의 법의관과 검사도 그랬고 이번 작품 주인공인 경찰과 소방관도 그렇고요. 고도의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자신만의 아주 특수한 능력을 지닌 직군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이야기는 제가 굉장히 관심 있고 좋아하는 소재인데요. 어떤 소재에서는 큰 궤를 같이 하면서, 그 안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매 사건마다 다시 새롭게 펼쳐진다는 형식은 비슷하게 같이 하면서, 이번에는 소방과 경찰이 공존하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또 좀 다르죠. 재미있겠죠? (웃음)

이번 드라마는 소방관이 나오다 보니 화재도 그렇고 조금 더 다양한 사건을 다룹니다. 어쨌든 범죄스릴러 장르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생활밀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범죄 스릴러 작품들을 보면 연쇄 살인범이나 흉악한 범죄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우리 주변에서 더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조금 더 그리고 싶었어요. 물론 우리 드라마도 흉악 범죄를 다루기는 하지만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40대 중반의 여성인 저는 연쇄살인 범죄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보다는 스토킹이나 층간소음으로 인한 범죄 등과 더 가까이 살고 있잖아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경찰서와 소방서가 나오다 보니 좀 더 생활밀착적인 사건들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경찰관, 소방관,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 갈등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그러면서도 또 같이 힘을 합쳐야만 할 때에는 또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등 다양한 사건들이 때로는 좀 스펙터클하게, 때로는 좀 가슴 찡하게 많이 나올 예정입니다.


Q. 이화 재학 시절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화여대를 다닐 때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기회들을 많이 활용하려고 노력을 했고, 그런 기회들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입학을 하자마자 학교에서 나눠주는 책자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안내되어 있었어요. 그때, ‘교환학생을 간다면 좋겠다,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1년에 교환학생을 가는 학생 수가 4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때인데, 토플 공부를 하고 호주에 1년 간 교환학생으로 다녀왔습니다.

저는 뉴캐슬대학교로 갔었는데, 시드니에서 기차를 타고 한 2시간 정도를 가면 나오는 항구 도시였거든요. 그때 6명 정도가 함께 갔는데 1년 동안 엄청 친해져서 같이 놀고 학교 앞에 있는 술집도 가면서 재미있는 생활을 했어요. 다시 대학 시절로 간다면, 교환학생 출국하는 날로 돌아가고 싶네요. (웃음)

사실 학점이란 게 지금의 제 나이에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그럼에도 잘 챙겨 두면 후에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교환학생을 갔던 경험도 제가 이후에 영어로 대사하는 캐릭터를 넣을 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검법남녀 캐릭터 중 '스테파니 리'라는 영어를 많이 쓰는 캐릭터를 쓸 때, 사실 영어 대사를 자문 받을 시간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복수전공으로 영문학을 전공하고 교환학생을 갔던 경험이 이 캐릭터의 대사를 쓸 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작가가 되는 과정에서 영향을 준 활동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극작 수업을 정말 재미있게 들었어요. 제가 학교를 다닐 때 국문과에 정말 오래 계셨던 유명한 소설가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분의 <소설 창작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어요. 당시에 저는 신춘문예를 준비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수업에서 단편소설을 공부하라고 '단소공'이라는, 졸업반 학생들이 계속해서 단편 소설을 공부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 줬었어요. 그래서 친구들 6명 정도가 모여서 단편소설 공부를 했죠. 그중 한 명이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였고, 이후로도 지금까지 가끔씩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어요.

아까 말씀 드렸듯이 '학교의 많은 것들을 이용해 보겠다'라는 생각을 해보시기를 바라요. 사실 대학교 4년이라는 기간이 어떻게 보면 정말 짧잖아요. 대학 생활 이후에는 4년보다 더 길게 직장 생활이나 무언가를 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래서 이 4년을 정말 8년처럼 느껴지게 모든 걸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동문님이 생각하시는 이화 DNA는 무엇인가요?

학교를 나오면 정말 이화여대 출신들이 정말 많아요. 특히 영화 마케팅팀 같은 경우도 거의 80%는 여성인데, 그중 우리 학교 출신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도 여성 작가가 좀 더 많은 분야이고. 많은 이화인들을 만나 보면 우리 학교가 여대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서 한다' 이런 마인드가 보여요. 그리고 여성 연대라고 해야 하나? '우리들이 힘을 합치면 뭐든지 충분히 다 해낼 수 있다' 이런 정신이 있죠. 이런 것들이 4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화 DNA라고 한다면 '여성의 연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를 꿈꾸는 이화 후배 벗들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작가라는 게 어떻게 보면 정말 막연해 보일 수도 있어요. 왠지 소설가나 작가는 천재여야 할 것 같고,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못할 것 같은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요. 공모전으로 데뷔를 하는 것도 애초에 정말 힘든 과정이고요. 저도 신춘문예나 공모전을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데, 작가를 꿈꾸면서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게 정말 외로울 수도 있는 과정인 거 같아요. '당장 작가를 해야겠어'라고 다짐하면 어떤 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상당히 많지만, 꼭 단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천천히, 긴 시간을 두고 이 꿈을 갖고, '현재 나의 삶에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하게 잘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작가만의 꿈을 위해 너무 어렵게 꿈을 좇는 것보다는 긴 인생 안에서 조금씩 자신이 그 순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연을 만들면, 이후에 연결이 되고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럼 이후에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거죠. 조금 다른 쪽의 일이라도 비슷한 분야의 연을 쌓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 정말 다양한 길들이 있어요.

조금 실질적으로 조언 드리자면, 요새는 누구든지 조금만 노력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기승전결'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작가를 지망한다면 정말 많이들 아실 만한 카페인데, 거기에 가입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도 좋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글의 끝을 보는 습관'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영화나 드라마는 정말 많은 분량을 써야 하는데, 사실 5-10장 정도 쓰고 끝을 안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습작을 할 때 항상 끝을 보는 습관을 가지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검법남녀>의 주인공 ‘백범’과 ‘은솔’은 어떤 수사의 장애에도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범인을 찾아나가는 끈질기고 대담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런 주인공의 모습 위로 '끝'을 볼 때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작가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민지은 작가님과의 오늘 인터뷰가 작가를 지망하는 이화인 여러분들에게 응원과 힘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꿈을 가지고 빛나는 노력으로 이 순간을 채우고 있을 많은 이화인 여러분들의 긴 여정을 이투리가 응원합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3기 김화진, 14기 차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