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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스타트업 '마플' 대표 박혜윤 동문 인터뷰

  • 등록일2020.03.02
  • 5620

‘프린트 온 디맨드(POD)’ 스타트업 마플 대표 박혜윤(동양화·00년졸) 동문을 만나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 96학번 박혜윤이고, 현재는 온라인 커스텀 프린팅 플랫폼 ‘마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플(https://www.marpple.com/ )'은 커스텀 프린팅 플랫폼 중에서는 국내 1위라고 할 수 있고, 온라인에서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프린트 온 디맨드(Print on Demand, POD)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마플’을 창업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현재는 정확히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시나요?

현재는 사이트 개발, 상품 기획 및 소싱 등을 맡고 있고요. 그것 외에도 전반적인 업무에 거의 다 참여하고 있어요. 마플은 처음에 저를 포함해서 3명으로 시작했는데, 인원이 적을 땐 한 사람이 맡아야 하는 업무의 양이 많고 종류도 다양하잖아요. 그때 일하던 것이 일종의 습관처럼 되어서, 지금도 업무를 정확히 하나라고 규정하기보다는 오퍼레이터 역할로 일하고 있습니다.


Q. ‘마플’을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창업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기보단,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됐어요.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디즈니 기념품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등장인물 인형을 팔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곳에서 만드는 기념품들은 보통 백설공주와 같은 주인공들이 위주가 되는데, ‘난쟁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떡하지? 난쟁이 인형을 파는 곳은 아무 데도 없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때부터 이런 소량 상품에 관심을 가졌고, 시중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내가 원하는 걸 상품으로 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본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가상현실(VR)로 석사학위를 받으셨는데요. 해외에서 정보기술 분야를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원래 제 전공인 미술보다는 컴퓨터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 재학 중에 ‘영구아트무비’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컴퓨터로 그림도 많이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가기 전에 1년 정도 방송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컴퓨터를 접할 기회도 많았거든요. 제가 2000년에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그때 한창 닷컴(.com) 같은 인터넷 도메인 서비스가 출시되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지는 아날로그에 가까운 생활을 했는데, 그런 시대적인 흐름 덕분에 접한 것들이 저에게는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가상현실도 지금은 생소하지 않은 분야지만 제가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막 시작되는 분위기였는데요. 영화, 의학, 게임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동양화과를 졸업한 것이 커스텀 제작 기업을 만드는 것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지금 저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물건을 생산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제품의 인쇄라는 영역도 포함되거든요. 만약 제가 컴퓨터나 IT, 개발과 같은 영역만 전공했다면 상품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인쇄된 제품의 색감을 보는 것 등이 낯설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림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더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제 전공인 동양화는 사용하는 종이의 결, 물의 양, 붓의 모질 등에 따라 그려지는 결과물이 매번 달라요. 제가 의도하고 원한 것과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는 거죠. 추상적이지만 이런 특징이 전반적인 회사 운영과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Q. 동문 님의 학창 시절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구체적으로 학교에서 들었던 수업이나 기타 활동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그 당시에는 대학 생활이 처음이기도 해서 편하게 학교에 다닌 느낌이 더 강했어요. 만약 다시 학부생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아직도 채플은 필수죠? 수업은 빠지더라도 채플은 빠지면 안 되잖아요. 제가 학교 다닐 때도 마찬가지여서 매번 채플에 늦지 않으려고 대강당까지 급하게 뛰어서 올라간 기억도 있네요. (웃음)

학교 수업 중에서는 전공 시간에 그림을 직접 그리는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타과에서 개설된 교양 수업은 교수님이 학생에게 가르친다는 느낌이 크잖아요. 하지만 전공 수업은 직접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그건 특정 도구를 이용해 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니까 저 스스로가 즐기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전공 특성상 동기들끼리 야간작업도 하고, 수업 시간 외에도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것들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친한 친구들이 많아요.


Q. 마플에서 가장 주력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이러한 커스터마이징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회사의 메인 상품은 티셔츠, 후드, 맨투맨 등 의류 제품입니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해요. 이화 후배들도 단체복을 많이 주문하더라고요. 마플을 이용해서 상품을 제작하면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자유롭고, 이는 자신의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소장한다는 것이 주는 의미도 크고요.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다양성이나 생기라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의 재방문 비율이 높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 같아요.

 

Q. 동문님은 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업 혹은 사업에 임하시나요?

저는 일단 먼저 시작하고 보는 타입이에요. 마플이라는 회사도 큰 준비 없이 일단 시작한 거고요. 실제로 부딪혀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되든 안 되든 일단 해봐야 결과를 알 수 있잖아요. 책이나 영화 같은 것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이야기니까 완전히 나의 경험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새롭고 도전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이화인들에게도 필요한 마인드 같습니다. 

네. 그리고 앞에서 드린 말씀에 덧붙여서, 요즘은 특히 더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그래서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 한창 학교에 다니고 있는 분들은 2020~30년대쯤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그 시대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더더욱 모를 일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너무 트렌드를 따라가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일하다 보면 지나치게 몰입해서 객관적으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그럴수록 그 현상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고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또 저희 때는 창업이 그리 흔한 것이 아니었어요. 특히 제가 학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여자가 창업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한 개념이었고,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취업이 가장 큰 목표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화 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창업하려는 움직임이 별로 없었고, 지원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어떻게 보면 창업자들을 위한 환경이 아주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와 열정만 있다면 학부생에게도 자금이나 공간을 지원해주는 경우가 전보다 많아졌잖아요. 그러니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아이템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동문 님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2월 중 우리 회사에서 '마플샵'이라는 새로운 IT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마플은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든 다음에 그것을 스스로 구매하는 곳이었다면, 마플샵에서는 이 제품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 수 있어요. 실제로 저희 고객 중에서는 마플에서 제작한 제품을 와디즈 펀딩, 카카오 메이커스, 인스타그램 마켓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공장을 통해 대량생산을 하는 것이 재고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량 주문이 가능한 마플을 이용하는 거예요. 

이처럼 마플을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포장, 배송 등 제품 제작 뒤의 과정까지 저희가 담당해서 처리해주는 서비스인 ‘마플샵’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고안하게 된 것입니다. 기존의 커머스는 판매자가 물건을 가지고 있어야만 판매가 가능한데, 마플샵에서는 디자인과 아이디어만으로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라고 할 수 있죠. 


Q. 마지막으로 이화투데이 공식 질문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동문님이 생각하시는 ‘이화 DNA’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이화 DNA는 자부심입니다. 특히 이 프라이드는 제가 졸업한 뒤에 더 크게 느껴졌는데요. 학교 재학 중에는 제가 이화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보다 철도 덜 들었던 시기라, 마치 대학교가 고등학교의 연장선처럼 느껴졌거든요. 별 감흥 없이 학교에 다녔는데, 졸업한 뒤 사회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대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이 든든하게 받쳐주더라고요. 이화 안에 있을 땐 몰랐는데 졸업하고 보니 이러한 타이틀이 평생 저의 수식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졸업한 뒤에 자신감과 자부심을 더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1기 유재현, 12기 이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