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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에어서울 첫 여성 부기장, 전미순 동문을 만나다

  • 등록일2019.12.26
  • 7105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입니다. 높아진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쉽게 어느 먼 곳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얼마 전 비행기과 관련해 이화 동문 독특한 스토리가 언론에 소개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승무원의 옷을 벗어던지고 에어서울의 #최초여성 조종사가 된 전미순 동문(특수교육·05년졸)의 열정 가득한 용기와 지혜를 함께 나누어 볼까요?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01학번으로 특수교육과를 전공하였습니다. 현재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서 부기장에 종사하고 있는 전미순입니다.


Q. 현재 에어서울에서 파일럿으로 종사하고 계신데요, 조종사의 일과와 구체적인 업무를 알고 싶습니다.
조종사는 일반적 사무직군과 달리 스케줄 근무를 하다 보니 요일의 개념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비행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비행하기 때문에 항공종사자들에게 적용되는 노동법에 기준해 운항 시간에 맞추어 근무합니다. 다양한 시간대에 일을 하게 되는데 간단히 일과를 말씀드리자면, 비행기 이륙시간에 맞춰서 국제선은 2시간 전, 그리고 국내선은 1시간 10분 전에 회사 도착(Show-up) 합니다.
오늘의 항공기 비행 계획(Flight Plan, 이하 FP)을 확인하고 난 후 브리핑을 하는데 이 과정은 안전 비행의 50%를 차지한다고 할 만큼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비행기는 2차원의 자동차에 수직 개념의 3차원을 추가한 운행 기구입니다. 자동차 운전을 할 때 도로에 이름들이 있죠. 비행기도 마찬가지로 하늘길을 다라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인천으로 들어오는 길에는 'JISUN'이라는 이름도 있답니다. 조종사는 지나갈 하늘길들의 이름들을 확인하고, 비행시간, 연료, 고도, 날씨 등 비행에 영향을 주는 정보들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하늘에는 공영(영공)이 있습니다. 즉, 하늘에도 한국 영토, 일본 영토, 북한 영토, 중국 영토들이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영토를 관리하는 부서들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FP에는 어디쯤에서 몇 시에 일본 공영에 들어가게 된다는 내용 등이 상세하게 나타나 있어요. 예상 운항 시간 및 필요한 연료, 관련 공항들의 특이사항, 하늘길의 특이사항(예를 들어 일본의 활화산 활동으로 구름의 방향이 바뀌는 것) 등 파일럿들이 비행할 때 알아야 하는 사항이 나와 있죠. 또한 일부 비행기 기종은 어떠한 영공에 금지되어 있곤 한데, 이처럼 운항에 필요한 공지사항들을 이륙 전에 다 확인하고 숙지합니다. 통제실에서 날씨와 함께 두꺼운 일련의 서류들을 훑고 나면, 기장님이 오셔서 확인하시고 서류에 서명을 합니다. 그러면 그 비행은 기장의 권한과 책임 하에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 이후 객실 승무원들과 합동 브리핑을 해요. 여기에서는 고도는 얼마나 높이 가는지, 도착 시간은 언제인지, 운항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특이사항을 공유합니다. 특히 터뷸런스(Turbulence)라고 하는 기류 변화가 급격하게 발생하면 비행기가 엄청나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항도 공유합니다. 파일럿들은 좌석 벨트를 하고 앉아 있지만 승무원들은 객실 서비스를 하느라 비행기 내에서 움직여야 하죠. 그래서 승무원들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사항을 브리핑을 합니다.
브리핑 후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공항에서는 회사 운영 지침들에 맞춰서 스케줄이 진행됩니다. 기장은 항공기의 전반적인 외관 상태를 살펴요. 예를 들면, 타이어의 마모도나 비행기 외부에서 액체가 흘러나오진 않는지, 비행기 날개에 흔적이 없는지를 상세히 살피죠. 부기장인 저는 내부 점검을 하고 비행 계획서를 비행기에 입력(Set-up) 합니다. 오늘 비행의 안전을 결정하는 Set-up 과정을 부기장이 하고, 기장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승객의 탑승이 마무리되면 비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비행 중에는 FP으로 확인했던 길들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기상 상황에 따라서 조정이 필요한지, 연료는 적당한지 등을 모니터링하며 끊임없이 기장과 더블 체크하고 상의합니다. 여객기는 항상 적어도 2명의 조종사가 함께 일을 합니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위한, 안전한 비행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안전! 안전! 안전!


Q. 다른 직업과 차별화되는 조종사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대답에 앞서 조종사에 대해서 좀 더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조종사가 하는 주요한 일이 '에너지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활주로에 착륙을 하는 것은 에너지를 버리는 작업인데, 에너지 관리를 잘 못 하게 되면 제대로 지정된 구역에 착륙을 못하게 되겠죠. 그러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착륙이나 이륙뿐만 아니라 하늘을 보면서도 비행기의 에너지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바람이 분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죠? 지상에서라면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알 수 있을 텐데, 나무가 없는 하늘에서는 무엇을 보고 판단할까요? 바로 구름의 형태를 보고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의 구름은 적란운이에요. 적란운은 에너지가 많은 구름입니다. 비를 한바탕 엄청 쏟아내린다는 것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죠. 그러고 난 후 적란운이 작아지는 것은 에너지가 작아지는 것이에요. 이처럼 하늘에서 구름과 형태와 나아가는 방향을 보면서 에너지를 판단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편서풍이 부는데요. 중국을 갈 때는 이 편서풍이 저의 비행기 에너지에 방해가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미국을 향해 가면 편서풍은 비행기 에너지에 도움을 줍니다. 이처럼 바람의 방향도 에너지에 관리에 매우 중요한데요. 그 이유는 비행기 연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계절에 따라서 제트기류도 고려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조종사는 업무하는 동안 꾸준히 에너지를 흐름을 판단하며 비행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오늘 같은 날씨에 어떤 에너지 관리를 해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살죠. 사실 모든 직업이 에너지 관리이기는 하겠지만, 저는 조종사라는 직업은 안전 비행을 위해 지구의 에너지를 관찰해서 비행기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직업상 조종사의 특징은 자기 자신의 에너지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저는 방금 홍콩을 다녀오는 길인데요. 홍콩에서 쉬면서 다음 비행을 위한 자기 에너지 관리를 매우 철저하게 했어요. 밤샘 비행은 졸리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과 식단을 조절을 통해 수면 시간을 관리합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과 수면이 필요해요. 잘 쉬는 것 또한 조종사의 업무입니다. 


Q. 한 언론 인터뷰에서 "비행할 때의 풍경 때문에 조종사를 꿈꿨다"라고 하셨는데 비행하면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풍경이 있을까요?
저는 감동을 잘하는 사람이라 하늘에 올라가면 매번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일출과 일몰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죠. 이 사진을 보시면 왼쪽은 아직 밤이어서 달도 있고 별도 있지만, 오른쪽은 해가 뜨고 있어요. 엄청 경이롭죠. 또 비 오는 날 비행기를 타고 올라갈 때, 구름 층을 지나면 파란 하늘을 만날 수 있어요. 구름은 항상 변화무쌍해요. 그리고 보름달이면 하늘이 더 환하게 보이기도 해요.
승객들 좌석에서는 자그마한 창문으로 하늘의 한 쪽밖에 못 봐요. 오른쪽에선 해 뜨는 풍경을 보지만 왼쪽은 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조종석에서는 파노라마처럼 모든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그럴 때마다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매우 벅차고 기쁩니다.


Q. 특수교육과에 재학하던 시절에 여러 사람을 만난 경험이 승무원 면접에 도움에 되었다는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어떤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나요? 또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배운 점을 알고 싶습니다!
특수교육 공부를 한 것 자체가 저에게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였습니다. 평상시에도 선생님이 꿈이었던 저는 이화에 원서 넣는 날에 만난 #특수교육과 선배에게서 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선배의 사명 있는 멋진 모습에 반해서 특수교육과를 지원하게 되었어요. 다소 충동적인 선택이었지만 특수교육은 삶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많은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다양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열심히 도와주면 나아질 것이다'했던 마음의 한계도 느꼈습니다. 지금 당장 달라지지 않을 듯한 결과와 현실들에 스스로 좌절하고 우울해했지요. 항상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달려 성취해 냈던 과거와 달리, 쉽게 변하지 않고 굳이 변하지 않아도 되는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다른 이들의 삶을 대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신이 되지 못하는 나를 마주하는 순간 절망했고,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진정 오만했던 것이지요. 그걸 깨닫고 저는 항복하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나 스스로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이러한 부딪힘과 깨짐, 인정과 항복은 제가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좋은 밑거름이 되어주었습니다. 승무원 입사시 받았던 질문 중에 “인생을 살면서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냐"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질문에 특수교육을 공부해보니 내가 알지 못했던 삶의 형태가 세상에 참 많았고, 그것들을 알면 알수록 느끼는 부담감과 설렘이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답을 들었을 때 면접관들이 많이 공감을 해주었는데요. 사실 그곳에는 전 세계에서 온 크루들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면 일하기가 어려운 곳이에요. 그래서 제가 다양성을 인지하고 경험했다는 사실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화에서 배운 수업이나 각종 활동들 중 큰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특수교육과 수업의 일환으로 간 교생 실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교생 실습 중 수업 시간에 배운 이론들이 실제 상황에 적용되는 모습들이 너무 신기하고 인상 깊었어요. 제가 교생 실습을 간 학교는 통합교육, 즉 중증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일반 학급에 통합되어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었는데요, 그 학교의 친구들은 역할 분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도왔어요. 나와는 다른 불쌍한 존재가 아닌 나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내 친구로서 함께 즐겁게 잘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일방적이지 않은 소통하는 그 모습이 저에게는 굉장히 새로웠고 또 희망으로 다가왔어요.
또 이화여대 #사범대학 에는 유아·초등·중등 교육을 다 접할 수 있어서 교육에 대해 폭넓은 교류와 고민들을 할 수 있고, 사범대뿐만 아니라 종합적으로도 다양한 전공들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수많은 지식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친한 친구 중 사회학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가 있는데, 과제를 놓고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화에서의 다른 추억을 돌아보자면 이화교에 기차가 다니던 기억, 예전에 ECC 자리에 운동장이 있었을 때 대동제에서 씨줄과 날줄을 몇 주 동안 꼬아서 수많은 이화인들이 줄다리기하던 추억, 무한 반복으로 <바위처럼> 노래를 부르고 춤추던 기억, 축구공 두 개를 놓고 하던 축구 대회 등 아직도 저를 웃음 짓게 하는 추억들이 있습니다. 도서관도 너무 좋아서, 종종 도서관 어딘가에 숨어서 책을 읽고 졸던 기억도 있네요. 아무래도 이화에서는 여자가 주류이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운 생활과 어쩌면 더 전투적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Q. 특수교육과에서 승무원, 그리고 어학원에서 5년 동안의 영어강사, 그리고 승무원에서 파일럿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들에 용기 있게 변화에 뛰어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어떤 분야든 거침없이 뛰어들었다'라고 하기엔 저 또한 다른 분들처럼 수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도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저는 꾸준함과 스스로에게 주는 여유, 그리고 행동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6남매 중 막내이고 부모님의 방목형 교육철학(웃음)으로 인해 경제적 지원을 아주 풍족하게 받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학연수와 같은 해외 생활 기회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주어진 환경에서 영어 점수는 언제나 중요했고 '이렇게 어렵게 공부한 영어가 아까워서라도 꼭 다 써먹겠다!!'라는 생각으로 영어 라디오와 EBS를 청취하며 영어 공부를 꾸준히 했습니다. 그렇게 쌓은 영어 실력으로 아랍에미리트 항공사에 승무원으로 취직하게 되었는데요. 항공사에서 일하면서는 소위 말하는 ‘수능 영어’가 아닌 영어의 뉘앙스를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승무원 일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TESOL 자격증을 따고 어학원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어학원에서 ‘Teaching is the best learning’이라는 생각으로 5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 영어 실력도 함께 향상되었습니다. 또 이렇게 쌓은 영어실력이 제가 파일럿이 되는 데에까지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원동력이 있는데요. 저는 대학 3학년 여름에 ‘나는 지금은 선생님을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큰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당시 제 동기들은 거의 다 진로를 확정하고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는 갑자기 당황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띠동갑인 친언니가 해준 말이 저한테 너무 큰 힘이 됐어요. 언니는 “세상에는 딱 꿈을 정해놓은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할지도 모르고 그냥 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자신이 어렴풋이 가진 꿈에 어느 새에 가까이 와 있더라. 그러니까 먼저 일상을 차근차근히 살아보라”라는 말을 해줬었어요. 저는 그때 언니 말을 듣고 ‘아, 나는 아직 꿈이 확실치 않으니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충분히 꿈의 탐색 시간을 갖기로 한 거지요. 시간이 흐른 후에 ‘그때 그걸 해볼걸’이라는 후회가 남지 않게 열심히 살자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봉사도 하며 일상을 하루하루 살아갔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그 꿈에 가까워지고 있더라고요. 왜 나는 꿈이 없는 걸까를 자책하며 너무 꿈을 갖는 것에 몰두하는 것보다 나 자신에게 시간을 허락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탐색해 나가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해요. 제가 이화를 다닐 때에는 승무원이나 파일럿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는데, 지금은 이 자리에 와있는 것을 보면 일상을 차근히 살아가면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느껴요.


Q. 아직 여성 진출이 많지 않은 직군입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은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현재는 조종사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어쩌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조종사 일을 시작했을 때는 매번 '다름'을 마주해야 해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특수교육과와 에미레이트 항공의 승무원 생활을 통해 배운 것처럼 그 '다름'을 알고, 이해하고, 인정하고, 나의 다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뿐만 아니라 저와 같이 일하는 남성 동료분들도 여성인 제가 나타나서 얼마나 생소하겠어요. 어느 누구도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인내심,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앞으로 여성 조종사분들이 많이 늘어나게 되면 서로에게 낯선 것들이 더 자연스럽게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이 접하게 되면 낯설음이 자연스러움이 되고, 일상이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많은 여성분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비행기는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등등의 것들을 알지 못합니다. 비행기는 조종사가 필요할 뿐! 그래서 저는 '조종사가 되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비행하는 마지막 그때까지 사고 없이 안전 운행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Q. 현 사회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참 많은 변화들이 시시각각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 뛰어들 이화인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혹시 아직 꿈이 없는 이화인들이 있다면 너무 꿈을 갖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나에게 시간을 허락해 보세요. 그리고 일상을, 지금을 살아가봐요. 없는 꿈을 단기간에 만들려고 하다 보면 너무 힘들고 우울하더라고요. 또 힘든 일이 생기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내가 숨 쉴 수 있는 공간과 에너지를 만들어봐요. 일상을 다시 세워요. 내가 좋아하는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 챙겨 먹고, 밤에 너무 늦게 자지 않고, 주변 청소도 하면서 단순한 일상을 찾아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주면 에너지가 다시 회복되더라고요. 요즘 사회가 워낙 성과를 중시하고 뚜렷한 목표만을 위해 살아야 하는 분위기라서 많이 조급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에너지를 체크하고 자신을 보살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꿈이라는 것이 생기면, 그동안 축적해 놓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거죠. 즐겁게, 열심히!
제가 이화를 다닐 때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어요.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책은 동화책이지만 정말 큰 교훈을 줍니다. 이 책의 내용처럼 나와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목표만을 위해서 살다가는 정말 허무해질 수 있어요. 그러니 천천히, 차근차근 현재를 살아가세요! 그리고 나에 대해서 알아가고, 나를 인정해 주세요. 나를 찾아보세요. 그러면 꿈이라는 것이 뚜렷해지게 되고, 꿈을 가진 사람으로서 꿈에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즐겁게!




지금까지 전미순 동문의 멋진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막연한 꿈에 대해 너무 고민하기 보다는 현재의 소소한 일상에 집중하라는 선배님의 말씀이 많은 이화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땅을 넘어 하늘에도 꿈을 펼치신 선배님처럼 이화인들의 아름다운 미래도 넓은 땅과 하늘을 모두 채우리라 기대해봅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1기 박지홍, 윤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