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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장벽을 허무는 영화, 배리어프리 대표 김수정 동문(과학교육, 93년 졸)

  • 등록일2017.01.23
  • 4778

김수정1


혹시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생소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1월 이화 DNA는 배리어프리 대표 김수정(과학교육·93년 졸)동문을 인터뷰 했습니다. 혁신센터에서 처음 뵌 김수정 동문님은 따뜻한 인사말과 함께 리포터들을 맞아주셨고 배리어프리 영화와 동문님에 대해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Q.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한 대표님의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배리어프리는 건축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장벽을 허문다’는 의미로 슬로프나 엘리베이터등의 배치를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뛰어나도록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물리적인 장벽을 없앤다는 뜻이죠. 배리어프리 영화는 이를 좋은 영화들에 적용하는 것인데요, 일본에서 가져온 개념입니다.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의 장벽이란 영화 자체가 소리와 화면이 결합되어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 분들은 화면에, 청각장애인들은 소리에 대한 접근성이 좋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리어프리영화를 만들고, 배급하고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고, 셀럽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 현재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의 일입니다.


Q.사실 배리어프리 영화사업이라는 것은 일종의 봉사라고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수익창출을 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직업을 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희는 사단법인이긴 합니다. 이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직원 급료 등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수익은 필요해요. 수익적 측면에서는 미래에 대한 전망성을 두고 시작한 사업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저는 학교를 마치고 동국대학교 영화학과 대학원을 나왔어요. 거기서 부천영화제, 서울아트시네마, 시네마디지털서울 등등 영화 쪽에 종사한지는 20년이 넘었습니다. 배리어프리 영화를 접하게 된 건 2010년 일본의 배리어프리영화제에서 입니다. 일본은 이미 그때도 4년전부터 배리어프리 영화 운동을 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그전부터 장애인 영화제에서 이런 사업을 하는 건 알았었지만 단순히 이 운동이 장애인을 위한 복지차원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주도 하에 배리어프리영화를 새롭게 인식하고 산업적인 제작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영화를 제작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감동적이었던 경험이있으시다면?

이 활동을 잘 했다고 생각하는 건 배리어프리라는 단어를 사회에서 만날때인것 같아요. 저희가 2011년에 배리어프리영화라는 걸 한국에 가져 왔을 땐 배리어프리라는 단어에 대해 엄청 반발이 심했어요. 운동성이 강하면 대중화가 힘들기 때문에 새로 개념화 시키자는 생각으로 배리어프리라는 용어를 그대로 쓰기로 결정했었죠. 이제는 배리어프리라는 단어가 국가 공무원 시험에도 나오는 용어가 되었고, 어떤 영어 교과서에서는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고 하니 뿌듯하다고 할 수 있을것 같아요. 


Q.2017 배리어프리 영화산업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2017년도에는 제작에 좀 집중을 하고 싶어요. 보여드리고 싶은 영화도 많고 하고 싶은 영화도 많아요.영화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욕심이 많아요. 그리고 시각장애인 분들은 요새 더빙된 영화가 잘 안 나와서 한국영화나 드라마만 주로 보시거든요. 그래서 외국 드라마나 외화들에 대한 갈망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실사 드라마, 영화에 대해 성우 분들과 더빙해서 제작하는 것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계세요. 더빙이 워낙 한정된 툴 내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Q.점점 장애인 등등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슈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여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앞으로 문화계에서의 배리어프리의 길은?

배리어프리영화라는 것 자체가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시작을 하면서 뮤지컬 파트에서도 배리어프리 산업이 생기고 있긴 한데 이제 시작이거든요. 외국의 사례를 들어보면, 8월달에 다녀온 호주같은 경우에는 영미권이에요. 영미권에서는 이미 그런 컨텐츠가 많이 있고, 뮤지컬이나 연극을 볼 때에도 화면해설을 수신기로 들을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들도 즐기고 함께 느낄 수 있는거죠. 이런것들이 특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복지정책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철학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함께 편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거지 그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것은 아니거든요. 이런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게 배리어프리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수정2


Q.배리어프리 영화의 해외 추진도와 수출계획은 있으신가요?

영미권은 벌써 이런 운동들이 활발해요. 호주는 이제 시작해서 극장 시스템이 최근에 완성되었어요. 유럽권은 기본적으로 장애인 복지를 당연하고, 해야만 하는것으로 생각해요. 2011년에 저희가 사업을 시작할 때 멤버 한 명이 가서 인터뷰를 했었어요. 그때 여러가지 실적들에 대해서 묻자 실적은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실적을 봤을때는 당연히 실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하는것이라고 생각하고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당연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얼마만큼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것을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수요나 공급등의 근거를 대야하는게 안타까운 현실이죠. 한명이라도 그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사회가 책임져야할 의무와 바꾸어 주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잖아요. 

일본은 저희가 사업을 시작할때 부터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현재는 폐쇄시스템이라는 UDCast 시스템을 일본에서 들여와 극장에 갔을 때 화면해설과 자막을 볼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거치대나 스마트글라스도 도입을 하려고 하는데 기술이 얼마나 발전을 빨리 하는가에 달려있죠. 이런걸 한번 해보자라고 하면 공동개발도 가능해서 어느 극장에서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확산하는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한국영화의 화면해설과 자막을 일본 개봉할 때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시장자체가 복잡하고 크더라고요. 청각장애인들 같은 경우는 중국 언어가 다양하다보니 자막이 어느 영화에나 있어서 괜찮지만 시각장애인들은 화면해설 시스템이 필요하죠. 나중에 한중일 공동작업도 생각해보고 있기도 합니다.  


Q.2016년 배리어프리영화제가 성공리에 마무리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배리어프리영화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김수정 동문께서는 어떤 일을 담당하고 계시는지요?

이제는 실무는 별로 안하고 간단한 인사말이나 손님맞이를 하고 있어요.(웃음) 농담이고 기본적으로 대표니까 섭외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홍보대사 담당 섭외를 하거나 영화제의 기본적은 컨셉과 기조를 잡고 진행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일을 진행하고 있어요. 영화제는 저희가 하는 일 중의 가장 표면적인 부분에 해당되죠. 


Q.배리어프리 영화가 점점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영화 <판도라> <미씽: 사라진 여자>등등 저예산 예술영화가 아닌 일반 시네마에서도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점점 많이 배리어프리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는데요. 또 배우 이연희, 변요한 등이 배리어프리 영화의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습니다. 배우 소유진, 천우희 역시 배리어프리 영화에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죠. 영화계에서도 배리어프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은데, 이런 일에도 직접 참여를 하셨는지요?

배리어프리영화 제작에는 두 가지 기관이 있어요. 하나가 저희가 직접 만드는 것이 있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장애인영화관람환경개선 사업을 농아인협회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에요. 저희는 지금 홍보를 위주로 맡고 있는데,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같은 경우는 영화사 쪽에서 먼저 배리어프리버전으로 제작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왔었고, 저희가 배우 천우희 씨를 매칭해드렸습니다. 저희는 국가지원 받는 것은 참여를 안하고 주로 개별기업이나 CMS 후원 및 제작비 지원 등을 받아서 제작하는 편입니다.  올해는 배우 수지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김정은 씨의 <소중한 날의 꿈> 등을 제작하였습니다.

 

Q.일을 추진하시는 데 있어 어려우셨던 점이 있었나요?

일단 배리어프리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그게 뭐냐, 이거 왜 하냐’라는 시선이 가장 많았어요.  안 그래도 영화계가 허들이 높은 편인데 거기에다 장애인 베이스 산업, 그것도 당사자가 장애인이 아닌 경우 허들이 두 배로 높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시지 않더라구요. 저희는 결국 양쪽을 아우르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배리어프리영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부터 설명해야 했고, 그런 것들이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어쨌든, 알게끔 하려면 자꾸 노출되는 일이 필요하니까 초반에는 제작도 하면서 보여주기 위한 시도를 계속했어요. 

또한 더더욱 퀄리티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희가 저희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없는 상태에선 아무리 해도 알아봐주지 않으니깐요. 그리고 어느 정도 유명세가 있는 분들을 섭외하여 홍보하는 것에도 총력을 기울였어요. 실제로 저희가 컨택한 배우나 감독 분들을 보시면 다들 알만한 배우들이에요. 이런 분들을 통해 영화계에서 배리어프리영화가 갖는 위치와 인지도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또 해주시는 모든 배우 분들도 다 100% 재능기부에요. 배우 엄지원씨도 배리어프리영화 초반에 재능기부를 해주셨는데요, 다른 배우 분들도 흔쾌히 재능기부를 해주시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와서는 다들 생각보다 되게 힘들다고 그러세요(웃음). 사실 이게 보통 일이 아닌 게 혼자서 내레이션을 6~7시간 분량의 일을 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거든요. 그래도 다들 이 일에 자부심들을 느끼고 열심히 해주시고 있습니다.

 

Q.김수정 동문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배리어프리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같이 시작했던 사람들이 했던 말이 ‘우리가 나이가 들었을 때도 영화를 보고 싶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라는 거에요. 요즘에야 가족 영화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젊은 사람들 위주로 영화가 제작, 상영되는 것 같아 아쉬워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환경과 장소, 그리고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런 영화들을 중심으로 좀 더 아늑한 커뮤니티 시네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외국은 비어있는 성이나 공간을 이런 식으로 잘 활용하고 있거든요. 저희도 동내 모임도 하고 영화도 보는 그런 커뮤니티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Q.이화인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 이화가 참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잘 이겨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사회에 나가서는 이화인이라는 것에 프라이드를 가지되 자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미 우리가 이화인으로서 알게 모르게 누리게 되는 것들도 많거든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 그리고 해야 할 것들은 사회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사회에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화투데이 리포터 한수희(커뮤니케이션미디어·15), 성재언(국어국문·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