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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계]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연출하는 SBS 예능 PD 서혜진 동문(사회학·93년 졸)

  • 등록일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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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 두 마음 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예능으로 풀어내며 매주 월요일 밤마다 한 가족 모두 TV 앞에 앉게 만들고는 하는 핫한 예능이 있다. ‘동상이몽’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동상이몽’뿐만 아니라 기존의 예능프로그램의 편견을 깨고 새로운 발상으로 사랑받은 ‘스타킹’, ‘송포유’, ‘고쇼(Go Show)’ 등 무수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SBS 제작본부 예능국 PD 서혜진 동문(사회학·93년 졸)을 ‘The Ewha’가 만나보았다.

1.  사회학과 졸업 후 ‘PD’, 그 중에서도 ‘예능 PD’를 꿈꾸신 계기와 그 준비과정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95년도에 사회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마케팅회사의 리서치회사 연구원으로 취직했어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니 차분히 앉아서 소비자에 대한 고민과 분석을 해야 하는 연구원 일과 제 성격이 전혀 맞지 않더라고요. 사실 제 대학교 때 꿈은 오프라윈프리 같은 토크쇼 사회자였거든요. 방송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게 있었던 거죠. 그래서 리서치 회사를 6개월 만에 그만 두고 방송 아카데미에 들어갔어요. 그곳에서 케이블 TV 피디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줘서 일하다가, SBS 교양국 연봉직 PD로 입사를 했습니다. 그때가 97년이었어요. 28살이 되어서야 하고 싶었던 일을 겨우 찾아간 거였죠. 처음에는 교양국 PD를 3년 정도 하다가 선배가 예능으로 옮기면서 따라가게 됐어요. 원래부터 예능국 PD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고요, 어찌어찌 하다 보니 제가 예능국 PD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렇게 서른 살 이후부터 지금까지 17년째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2. '스타킹', '고쇼', '송포유'에 이어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까지 그동안 많은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연출하셨는데,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어떤 식으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전 원래 다큐를 찍던 피디였으니까 인간에 대한 관심이 기본적으로 많았어요. 원래 예능프로그램들은 연예인들만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제 출신 자체가 다큐다 보니 저는 일반인들한테 자연스럽게 눈이 가더라구요. 일반인들의 계산되지 않은 행동들, 거기서 나오는 웃음과 슬픔, 삶의 비루함까지 담을 수 있는 그들의 스토리가 예능의 새로운 장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의 이런 관심을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 찾았고, 그냥 일반인들의 이야기만 하면 교양 프로그램이 되니까 포맷화 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고민해서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던 겁니다.


 ‘스타킹’의 경우는 당시 ‘유튜브’라는 인터넷동영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세계 각국 어디서도 자기 장기를 가진 사람이면 한국 프로그램에 출연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서 기획을 한 거였고요, ‘송포유’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밀레니엄세대를 사는 청소년들과 산업화세대를 살아온 70년대 부모들의 이해불가능의 현실을 다뤄보고 싶어서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동상이몽은 제가 고1짜리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의사소통불가능의 체험이 녹아든 프로그램이기도 하죠.


 동상이몽을 기획하면서 포맷상 고민했던 부분은 동영상 CF에서 도움을 받았어요. 하기스 기저귀 CF였는데 아이에게 목걸이 카메라를 걸어서 엄마가 이런 표정으로 기저귀를 갈아준다는 내용이었거든요. 아이를 쳐다보는 표정을 객관적으로 본 엄마들이 또 다른 감동을 받는 그런 컨셉이었는데, 그걸 보면서 부모와 자녀가 각각 다른 입장에서 편집본을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 나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어쨌든 프로그램의 기획은 당시의 트랜드,  PD 개인의 고민, 갑자기 본 어떤 동영상 등등 모든 것이 아이디어로 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현재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연출하시고 있습니다. 매주 다양한 사연들로 시청자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많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연출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출연하시는 분의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고민의 진실성입니다. 집안에 카메라 24대나 설치하거든요. 가족이 서로의 행동과 말을 적나라하게 마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진짜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이 있는지, 그리고 서로 나아지려고 노력을 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체크합니다. 그리고 각 가족들이 용기를 낸 만큼 저희 스텝들이 진지하게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서포트를 하죠.

4. 현장에서 직접 PD로 일해 본 선배로서 느끼신 PD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마다 에너지를 얻는 방향이 다 다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살아야 될 이유와 의미, 힘을 얻거든요. 완전히 반대의 경우인 사람들도 물론 있습니다. 저는 분류하자면 외향적인 사람인거죠. 이런 제 성향과 PD라는 직업이 딱 맞아요. 저희 직업은 사람을 엄청 많이 만나고 부딪히거든요. 일주일에 백 명 이상 만나는 것 같아요.


 일단 전국을 돌며 출연자 및 부모님도 만나죠, 녹화 한번 뜨면 백 명이 넘는 스텝들이 일하니까 사람들이 드글드글 한 중앙에 항상 있는 거죠. 항상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버라이어티한 공간이 저희가 일하는 장소입니다. 이런 다이나믹한 삶이 저를 지루할 틈 없이 만들어 주죠. 수많은 직업 중에 늘 ‘아, 너무 재밌다’를 20년 이상 말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일까요? 전 그런 대답을 바로 할 수 있는 건 PD밖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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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PD라는 직업의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육아에서 힘들었어요. 아이 돌 가까워 올 때 쯤 일요일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서 집에 거의 못 들어갔거든요. 엄마가 아이를 봐주셨는데 하루는 ‘애 걷는 건 봐야지..’하면서 집 앞 공원에 데려 오셨더라구요. 엄마가 애를 봐주셨거든요. 4월이어서 햇살이 쨍하게 내리쬐는데 일주일 전까지 기어다니던 애가 자박자박 걸어 오더라고요. ‘이렇게 소중한 순간에 내가 뭘하고 있는거지?’란 후회를 엄청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 후로도 아이가 다 클 때까지 공유할 수 있는 절대시간이 부족했던 게 가장 힘들었어요. 또 대중은 계속 변하고 저도 변하는데 모든 사람에게 타당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 너무 어렵더라구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환경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데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로만 평가 받을 때 피가 마르죠. 이런 게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 직업적 어려움은 어느 곳에나 있으니까요.(웃음)

6. 선배님의 이화 재학시절이 궁금합니다. 어떤 학생이셨나요?

 지금은 인문대와 사회대가 나누어있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인문대로 통합되어 있었어요. 

인문대에 교지는 아니었지만 단대지라고 해서 ‘녹원’이란 책이 연간으로 발행됐는데,  그 책을 만드는 에디터를 3년간 했습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그 때 글쓰기 훈련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사회학과 3학년 때부터 전공 공부가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해서 대학원에 갔죠. 그런데 제 대학시절 대부분은 연애에 올인한 시간이었어요.대학교 1학년 때 만난 남자친구랑 9년을 연애하고 29살 때 결혼을 했거든요. 이게 제일 잘한 일 같아요. 그 때 안 만났으면 결혼 못했을 거 같아요.(웃음)

7. ‘이화’였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이나 가치관이 있을까요? 또 이것이 사회에서 어떤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프라이드를 배웠어요. 저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자신감을 엄청 키워준 게 이화의 학풍이었거든요. 인생을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법, 나를 소중히 하고 사랑하는 법 이러한 것들이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서 사회에서 잘 적응 할 수 있었습니다.

 

8. PD를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일단 글쓰기 트레이닝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좋은 PD는 제대로 된 성찰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성찰 뿐 아니라, 시대에 대한,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이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교양, 드라마, 예능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고민이 깊을수록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성찰은 명상이나 기도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이런 게 잘 안 맞는 사람이 많잖아요?(웃음) 그렇기 때문에 글을 많이 써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글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게 되기도 하고 글을 읽는 대상이 이 글을 이해할 수 있는지도 고민하게 하거든요. 방송은 ‘소통’을 지향하고 PD는 그 소통의 더듬이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알고 남을 알고, 세상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고 싶어 하는지를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예민한 노력의 기초가 저는 성찰이고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좋은 글쓰기를 통해 건강한 성찰을 많이 하셨으면 합니다.


이화투데이 리포터 김다빈(영어영문·14), 박선정(사학·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