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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학계] 37년간 약으로 전한 사랑, 이화여대 대학건강센터를 떠나는 약사 손무인 동문(제약학·78년 졸)

  • 등록일20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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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환경관 지하에는 일년 내내 이화인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건강센터가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대학건강센터 1번 방 진료실에서 진료를 받고 나면 맞은편 약국에서 이 사람을 꼭 만난다. 많은 이화인들이 기억할 약사 손무인 동문(제약학·78년 졸)이다. 흰 가운을 입고 37년 간 약으로 사랑을 전한 퇴직 직원 손무인 동문이 대학건강센터 약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화를 떠난다. 이화에서 ‘사람에 대한 가치’를 배웠다는 손무인 동문과 대학건강센터 약국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학생으로, 그 이후에는 직장인으로 정든 이화를 떠나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사실 제 나름대로는 인수인계를 하기 전인 올해 1월까지를 임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네요.(웃음)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마무리를 좀 잘하고 떠나고 싶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저 혼자 잘 한다고 해서 마지막 마무리가 잘되는 것도 아니고, 가족과 같은 직장의 모든 분들의 배려가 있어야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모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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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가족기도회’에서도 27년간 섬기셨고, 약대 동창회 선교부에서도 활동하셨다고 들었는데 이러한 교내사역활동이 선배님께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이화가족기도회’는 이화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1986년에 김활란 선생님과 같이 이화를 위해 기도한 분들을 생각하며, 간호대학 소속의 김수지 교수님께서 주축이 되어 만드신 기도모임이에요. 저는 1989년부터 ‘이화가족기도회’에 참여했고, 이 기도회가 새벽기도회로 자리잡게 된 1995년 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20년 동안 섬기고 다른 분께 직분을 넘겨드렸습니다.

퇴임하면서 돌이켜 보니, 제가 이렇게 이화 내에서 여러 직분을 맡고 사역활동을 하면서 무엇보다도 하나님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었어요. 누구에게 자랑하기 위해서 이러한 활동들을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랑과 나눔을 이화의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셨기 때문에 이를 저도 실천하게 된 것이죠.

특히 제가 재학생이었던 시절에는 학교가 많이 어수선했어요. 그래서 어떤 가치관을 따라야 할 지 잘 몰랐죠. 대학에 오기 전에도 미션스쿨(기독교 학교)에 다니긴 했지만, 

하나님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삶의 의미도 찾지 못했어요.그럴 때 저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고 같이 기도

회와 기독동아리에 들도록 권유해 하나님 곁으로 올 수 있도록 인도해 준 영문과 친구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또 스승님과 선배님, 이화 가족들의 그늘 아래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한 번은 이화가족새벽기도회에 반주자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마냥 앉아 있던 분께 반주하실 수 있냐 여쭤봤더니 가능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분이 지금 캄보디아에 ‘이화사랑학교’를 세우신 김유선 선교사님이에요. 이런 일들을 통해서 저는 이화에 하나님과 그 분의 사랑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학건강센터에서 오랜 기간 계시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셨을 텐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신가요?

예전에 데모 현장에서 곤봉에 머리를 맞고 긴급하게 이송되어 온 학생이 있었어요. 당시 저희는 학생이 심하게 다쳐서 정신이 없었는데, 정작 본인은 머리에서 피가 나는데도 태도가 굉장히 꼿꼿하고 의연하더라고요. 그 학생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그리고 지금처럼 교환학생들이 많지 않던 1990년대에 한 외국인 학생이 아침 9시도 채 되기 전에 미리 와 있기에 깜짝 놀라서 “어떻게 오셨어요?” 한국말로 물었더니 “걸어서 왔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얘기했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웃음) 지금이야 외국인 학생들도 많아서 준비가 어느 정도 돼있지만, 그 당시에는 깜짝 놀라서 순간적으로 한국말이 튀어나온 걸 그렇게 대답해 주셔서 얼마나 웃겼던 지요.


또 한 번은 따님이 건강센터에서 치료를 잘 받았다며 상주에서 직접 곶감을 보내주셨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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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시면서 특별히 힘드셨던 때가 있다면 언제였나요?

개인적으로는 친정어머님께서 돌아가시고, 아이가 한 살이던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 당시 이화가 100주년이 되던 굉장히 중요한 해였는데,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죠. 그리고 노조파업이 났을 때, 모교와 직원들이 입장에 따라 갈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좀 속상했었어요.

그리고 1998년에는 대학건강센터에 전산시스템이 도입되고 환자가 급격히 늘어서, 하루에 300여 명 많게는 400여 명의 환자들을 보며 가장 열심히 일 했었어요. 물론 이 때 많이 힘들었지만, 환경도 개선됐고 나름 보람도 느껴서 뿌듯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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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시면서 학생들이 특히나 자주 앓았던 질병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런 것과 관련해 이화 학생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약품 구입비용의 상세 내역을 봤더니 해열, 진통 소염제 부분이 제일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두통, 생리통 또는 감기, 진해, 거담제 쪽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더라고요. 우리 학생들이 주로 감기에 많이 걸린다는 소리겠죠? 그리고 위장 같은 소화기 계통, 역류성 식도염 같은 질병이나 피부 알레르기에 관계된 아픔을 자주 호소하는 것 같아요. 특히 생리통 관련해서는, 오래 약을 먹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은데 굳이 참아가며 약을 먹지 않을 필요도 없지만 심하게 아프다 싶으면 면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감기 예방을 위해 머리를 말리고 외출하고, 평소에 목도리 등의 소품으로 사소한 것에 신경 쓰라는 점도 당부하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은 해외에서 교환학생들이 많이 오기도 하지만, 우리 학생들도 교환 학생이나 해외 연수로 많이들 떠나잖아요.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특별히 예방접종 관련해서 잘 알아보고, 자주 필요한 약품 등을 잘 구비해서 출국하라고 당부하고 싶네요.

이화에서 배운 가르침이 선배님의 인생 전반에 걸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항상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화가 한 명의 학생으로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화에서 사람에 대한 가치를 제일 중요하게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기도회에 처음 갔을 때 제게 말을 걸고 도와주려 했던 그 영문과 친구를 생각해도 그렇고요. 굳이 언급해본다면 성실과 겸손, 인내 등의 핵심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선배님의 이화 재학 시절이 궁금합니다. 당시 이화에서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도 지금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아르바이트, 과외로 바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성적순으로 뽑았던 학도호국단(지금의 학생회)에서 훈련 부장을 맡으면서 많은 교수님들 그리고 학생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며 책을 많이 읽었던 그저 평범한 학생으로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웃음)


오랜 시간 이화에 몸담아 근무하셨던 만큼 이화 캠퍼스 내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곳이나 스토리가 있는 장소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이화의 사계절을 직접 몸으로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에, 출근할 때 이대부고 앞에 내려서 공대, 기숙사를 둘러 음대, 조형대를 거쳐 학교를 크게 한 바퀴 돈 적이 있어요. 사계절을 담은 이화에서 아침이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이곳은 꿈을 찾을만한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특별히 잊을 수 없는 학교에서의 한 풍경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식당 ‘아름뜰’이 있었을 때 아침 시간에 클래식을 항상 틀어줬어요. 근데 어느 날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것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야외 의자에 앉아서 성경을 읽고 있더라고요. 이화에서 경험하기 힘든, 참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결혼식을 했던 중강당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 당시에는 새벽기도회도 중강당에서 많이 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있을 이화의 후배들 및 The Ewha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학생들이 참 예쁘다고 느껴요. 젊음이 참 예뻐요. 옛날에 선배들이 “청바지와 티셔츠 하나가 정말 예쁘다”고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참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지금 대학 생활이 많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대학 시절만큼 자유로운 때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생각이 많을 때지만, 학내의 여러 활동에 성실하고 열심히 활동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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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돈을 좇아서 사는 삶을 살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남이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개척 정신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가시적인 것에만 가치를 두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의 삶을 가치 있게 해주는 것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기독교인이라 그런지, 스스로를 그 자리에 있게 만들어주신 하나님을 만나는 후배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 분은 일생동안 나를 인도해 주실 분이기 때문에 그 분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여러분 모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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