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이화여자대학교

통합검색
nav bar
 
Ewha University

People

[언론방송계] CJ오쇼핑 16년차 간판 쇼호스트 김연진 동문(성악·97년 졸)

  • 등록일2015.07.27
  • 9813

김연진1


나날이 성장하는 홈쇼핑 시장의 붐에 힘입어, 쇼호스트가 인기 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쇼호스트는 기본적인 아나운싱 능력은 물론, 상품에 대한 풍부한 전문적인 배경지식과, 자신만의 개성 있는 멘트와 순발력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매 방송마다 뛰어난 쇼호스트로서의 자질을 통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들이는 CJ 오쇼핑 쇼호스트 김연진 동문(성악·97년 졸)을 이화투데이가 만나보았다.

방송리포터, CF모델, 연기자, 성악 강사… 다양한 경험이 쇼호스트의 길에 밑거름이 되다


어느 한 길을 정해서 그 길만 사람은 드물어요. 저 역시 그랬죠. 대학에 와서 성악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진로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다가, 대학생 때 제가 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려봤어요. 성악과 과대표를 하면서 우연히 음대생 리포터가 필요한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거든요. 그 때 음악뿐만 아니라 방송 역시 예술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활동이 발판이 돼서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됐고요.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로 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가, 스포츠서울에서 학생 기자로 활동하기도 하고 여러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어요. 이런 경험들이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됐죠.


졸업할 때쯤 아나운서 시험을 봤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했죠. 아나운서 시험을 계속 준비하면서 리포터 활동도 했어요. 그런데 집에서는 정시 출퇴근을 하는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를 하셨어요. 그래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비서 일도 잠깐 하고, 성악 강사로도 일하다가, CF 제의가 와서 CF도 찍고, 드라마에서 기자, 뉴스 앵커 역할을 맡기도 했어요.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죠.


그 이후에 방송 일을 2년 정도 더 하다가 결국은 안정적인 일이 아니라는 집안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CJ 홈쇼핑의 전신인 삼구쇼핑에 시험을 보고 들어오게 됐어요. 홈쇼핑 회사는 방송 일이기도 하면서 회사라는 소속감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죠. 처음에 들어올 때에는 ‘딱 1년만 버티고 나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입사했어요. 1998년도에 들어와서 17년째, 이렇게 뼈를 묻게 될 줄 몰랐죠.(웃음) 사실 쇼호스트라는 직업은 출퇴근 시간이 명확히 정해져있지 않아요. 어떤 날은 새벽에 출근하기도 하고, 그래서 오전에 퇴근하기도 하는 등 방송 시간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매우 유동적이에요. 그런 점이 제 성향에 잘 맞더라고요.

쇼호스트의 하루 스케쥴


어제 하루를 예로 들자면, 방송이 새벽 1시에 끝났고 그 이후에 미팅이 있었어요. 미팅 끝내고 집에 오니 3시, 씻고 잠자리에 든 게 4시에요. 잠깐 눈 붙이고 아침에 일어나 아이가 학교 갈 준비를 도와주고, 학교 보내고 나면 9시에요. 그럼 바로 나갈 준비를 바쁘게 해서 회사에 출근하고, 곧바로 미팅을 해요. 정말 정신없죠.(웃음)


미팅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어떤 상품 하나를 방송하려면 미팅에 협력 업체, 담당 MD, 담당 PD, 쇼호스트가 다 같이 참여를 해요. 이런 미팅은 방송 하나당 몇 번씩 잡히는데, 이 상품을 가지고 어떤 컨셉으로 어떻게 판을 짜서 마케팅을 해서, 어떤 방송을 할지 함께 회의를 하죠. 그러는 와중에 제품 컨셉이 전부 바뀔 수도 있고요. 기본 미팅은 대략 1시간 내로 끝나요. 론칭(launching) 미팅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그 판을 짜야 한다면 2시간 이상도 걸릴 수 있어요.


이렇게 출근해서 여러 미팅을 가지고, 방송 시작 최소 2시간 전에는 메이크업을 받고, 의상을 입어요. 방송 1시간 전에 스텝 미팅을 또 하는데, PD, MD, 협력업체 관계자, 쇼호스트가 참여한 미팅이에요. 이 미팅에서는 PD가 쓴 큐시트를 바탕으로 카메라 스텝과 어떻게 방송 진행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공유해요. 방송 들어가기 30분 전에 마이크 테스트, 세팅을 하고 방송을 준비해요. 그리고 비로소 방송이 시작되죠.


방송이 끝나면 방송에서 잘 된 부분과 아쉬운 부분에 대해 또 회의를 해요. 보통 다른 일반 회사들은 한 달을 기준으로 결산하는데, 우리는 시작한 순간부터 매출이 오르내리는 것이 눈에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결산하죠. 매출이 좋으면 일단 기분이 좋고, 매출이 생각만큼 안 나오면 스트레스가 쌓이죠. 보통 일주일에 7개 정도 방송이 잡혀있어요.

쇼호스트로서 겪는 희비의 순간


연차가 꽤 돼서 지금은 무뎌지긴 했지만, 제가 방송을 담당한 상품의 매출이 잘 나올 때 가장 뿌듯하죠. 특히 매출이 안 나오던 상품을 PD, MD와의 회의를 통해서 매출이 잘 나오는 상품으로 만들었을 때 뿌듯함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매출이 잘 나오면 저의 연봉에도 영향을 주지만, 그것보다는 ‘협력 업체가 살겠구나. 그 뒤에 숨겨져 있는 관련 하청 업체들의 직원들도 함께 살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더 뿌듯해요.


물론 그만큼 큰 책임감이 따르다보니 매출이 나오지 않았을 때 스트레스가 심하죠. ‘김연진 쇼호스트의 매출이 몇 퍼센트’라는 꼬리표가 힘든 게 아니에요. 그건 나 혼자만의 문제죠. 그러나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이 상품을 가지고 온 협력 업체가 다른 방송에도 못 들어갈 뿐만 아니라, 우리를 만나러 온 협력 업체의 스텝들과 이 상품을 만들어내는 공장 직원들의 생계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한 번의 방송에 협력 업체가 쏟는 비용이 엄청난데, 그만큼의 매출이 안 나오면 다 협력 업체 부담이 되는 거죠. 협력 업체가 내 멘트 한 마디에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니까 그런 책임감이 가장 큰 스트레스에요. 그런 스트레스로 인해 중간에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서 멘탈이 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신적인 스트레스 이외에 육체적인 스트레스로는 수면 부족이 가장 커요. 잠을 충분하게 자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웃음) 그만큼 규칙적인 생활이 아니다 보니 스스로의 성향과 잘 맞아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저는 규칙적인 업무를 싫어하기 때문에 잘 맞았지만 반대 성향의 사람은 굉장히 힘들겠죠.

쇼호스트, 방송인 그리고 마케터

쇼호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스킬이 있고 넓게 보았을 때 필요한 게 있는데, 스킬 상으로 필요한 건 ‘방송인으로서의 자질’이에요. 일단 방송이기 때문에 개성 있으면서도 반듯한 얼굴이 선호돼요. 오히려 홈쇼핑은 너무 뛰어나게 예쁜 사람은 바라지 않아요. 외모가 너무 훌륭하면 상품이 아닌 쇼호스트에만 초점이 맞춰지거든요. 그래서 예쁘기 보단 거부감이 들지 않는 반듯한 얼굴을 선호하죠. 요즘엔 스타일링도 많이 봐요. 요샌 패션 방송도 많으니까 스타일리쉬함을 보는 거죠. 그리고 목소리도 중요해요. 그 목소리를 들을 때 피곤함을 느끼면 안 되겠죠. 특정 음성을 원한다기 보다는, 전달력이 중요해요. 매력이 있으면 금상첨화고요. 전달 능력, 공감 능력과 같은 방송적인 자질은 정말 기본적인 요소예요. 시험을 볼 때도, 이런 기본적인 자질을 이미 갖춘 사람들이 지원을 하죠.


방송인으로서의 자질뿐 아니라 ‘마케터로서의 배경지식’도 필요해요. 쇼호스트에 대해서 지원하는 사람들조차도 굉장히 좁은 시야로 생각해요. ‘상품을 가지고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일 뿐이구나.’ 딱 이 정도로만요. 그러나 그 기저에 배경지식이 굉장히 많이 필요해요. 나 아닌 타인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죠. ‘이 상품을 구매할 타깃이 누구냐’부터, 그 타깃층이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사는지까지 알아야 해요. 주부, 노년층, 워킹맘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 그들 삶의 기반을 알아야 해요. 

김연진2

예를 들어 핸드백을 판매하는 방송을 한다고 치면, 아기 엄마들이 타깃이라면 크면서 가벼운 가방이어야 해요.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하려면, 챙겨야 하는 물품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작은 가방은 필요가 없거든요. 이처럼 타인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해요. 그런 공부는 1~2년 안에는 절대 안돼요. 3년차 쯤 되면 좀 알겠다 싶다가, 7년차 쯤 되면 완벽히 다 안다고 생각했다가, 10년차 쯤 되면 내가 교만했었다는 걸 알게 되죠.

마케터로서의 공부를 위해서는 일단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사람들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해요. 연령대별로 어떤 고충이 있고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알아야 하죠.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한 점들, 고충들, 원하는 것들 등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가 필요해요. 그리고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과 친해져야 해요. 저 역시 쇼핑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따라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에 자주 갔었어요. 그러면서 상품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연령대별로 분석하는 능력을 키웠죠. 이때 내가 관심 없는 분야와 상품까지도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요새는 쇼호스트들을 뽑을 때 개성을 많이 봐요. 그래서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해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튀어야 해요. 멘트 하나도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죠. 저도 심사에 들어가지만 기계처럼 기존 쇼호스트들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건 승산이 없어요. 멘트 하나를 할 때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풀어내야 ‘이 사람은 좀 다르네.’ 라는 생각으로 뽑힐 수 있는 거죠. 개성과 창의성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책도 많이 읽어야 해요.

하고 싶은 일엔 누구보다 적극적이던 대학시절


학교 다닐 때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었는데, 하고 싶은 건 적극적으로 하는 학생이었어요. 항상 질문도 많은 학생이었고요. 꼭 방송 경험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학 시절에 여러 경험을 했던 것이 쇼호스트의 길에 들어서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전공 공부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한 사람이었어요.(웃음)

이화인들에게 전하는 조언


전 남들 눈치를 많이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말하는 성향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 그게 장애로 작동하더라고요. 눈치 보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살아왔기 때문에 어딜 가서도 자기의사를 충분히 밝히고 일도 잘 했죠. 다만 사회의 대인관계는 나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여러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단체에 적응해야 해요. 대부분의 공학계열 출신들은 회사의 회식 문화와 비슷한 걸 대학에서 겪고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제가 신입 때 “저는 내일 아침 6시에 방송이라 수면을 취해야 해서 건강상의 이유로 회식에 참석하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어요.(웃음) 쇼호스트로서 일하고 싶어서 이 회사에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제어하고 싶다는 요지였죠. 저만 몰랐는데 저를 뺀 모든 사람들이 그런 저를 보고 경악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우리 학교에서는 그런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으니까 몰랐던 거 같아요. 또 성악 전공이기 때문에 술 문화도 거의 없었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조직에 잘 적응하려면 선후배간의 예의,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 그런 것들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쇼호스트 자체의 업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융합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요. 한 프로그램당 PD, MD, 스텝들이 정말 많은데, 그 사람들과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하죠. 일을 잘해도 대인 관계 때문에 캐스팅이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 할 때 나 하나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단체 생활에 융화돼야 한다는 점 또한 유의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학점보다 좋은 성격이 사회생활에서 더 중요해요. 공부 못해도 성격 좋으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어요.(웃음) 그래서 전 대학에서 취업 준비할 때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생활에서 갖춰야 할 기본 매너와 예의를 배우고 들어오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하나도 몰랐거든요.(웃음) 스스로 그런 것을 다루는 책을 읽어도 좋고, 연합 동아리나 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도 좋을 거예요.


가장 궁극적으로는 자기가 되고 싶은 인간상이 되고자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대학 시절에는 자기가 생각하는 뚜렷한 인간상이 있는데,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고 일에만 열중하다 보면 자기가 궁극적으로 되고 싶은 그 모습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일을 성취해도 공허하고, 성공이 부질없게 느껴지죠. 그러니까 직업뿐만 아니라 되고 싶은 인간상을 정해놨으면 좋겠어요. 자기자신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게끔요. 결국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자기가 똑바로 서있어야 하니까요. 이화의 후배들이라면 잘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화투데이 리포터 정승희(경제·13), 홍수연(방송영상·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