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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계] <왔다! 장보리>보다 재미있는 선배의 드라마, 김순옥 작가(국어국문학 졸)

  • 등록일2015.04.21
  • 5859

후배가 궁금해했던 <왔다! 장보리>보다 재미있는 선배의 드라마

01

                  장정연
                   국어국문학전공 3학년

김순옥
국어국문학전공 졸업
드라마 <왔다! 장보리> 작가


장정연_작가 지망생으로 꼭 한번 뵙고 싶었어요. 특히 소설과 드라마 쪽에 관심이 많거든요.

김순옥_나도 학창시절에 소설을 좋
아했어요. 이화문학회에서 시와 소설을 많이 읽고 습작을 하기도 했죠. 특히 오정희 작가를 좋아해 그분 작품에 대한 평론으로 한신문사 공모전에서 최종심에 오르기도 했어요. 그때 당선됐으면 내 인생이 바뀌었을 수도(웃음)….

장정연_어떻게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셨어요?

김순옥_대학 졸업 후 꽤 오랫동안 문학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어요. 결혼해서 남자아이 둘 키우다 보면 그렇게 됩니다(웃음). 아이들이 네 살, 두 살쯤 됐을 때였어요. 그날도 애들 건사하다 기진맥진해 늘어져 있는데 TV 자막으로 MBC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 안내가 나오더군요. 그걸 보고 뭐라도 하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삼일 밤을 새워서 극본을 썼어요. 희곡의 구조 정도만 알지 씬 넘버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냥 동그라미 치고 ‘마당’ 이렇게 배경 장소만 표시했는데 오히려 그게 심사위원들에게는 신선하게 보였나 봐요.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단막극으로 데뷔했죠. 


장정연_데뷔 이후 MBC 아침드라마 <그래도, 좋아>로 주목받으시기 전까지 몇 년의 공백이 있더라고요.


김순옥_사실은 공모 당선 후 1년 동안 단막극을 쓰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다 작가 일을 그만뒀었어요. 일이 재미있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아닌 연출가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써내는 것에 회의를 느꼈거든요. 그러다 몇 년 후에 어떤 계기로 첫 연속극을 맡게 됐죠. 인지도가 부족해 다른 작가로 교체될 위기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 작품이 반응이 좋아서 계속 기회를 잡을 수 있었어요.

장정연_시청률이 높았던 히트작을 
많이 내놓으셨잖아요. 그 중에 어떤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으세요?

김순
_잘 된 작품보다 잘 안 된 작품이 가슴에 남죠. 특히 SBS에서 방영한 <다섯 손가락>은 제 아픈 손가락이 됐어요. 돌이켜보면 전 작품이 연달아 인기를 끌면서 자만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시청률이 기대 이하로 떨어지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배우와 스태프는 정말 훌륭했어요. ‘나만 잘하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두고두고 아쉽고 또 창피해요. 배우들한테도 미안하고. 그때 드라마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통감했죠. 


장정
_그다음 작품인 <왔다! 장보리>를 준비하실 때는 각오가 남다르셨겠어요.

김순옥_1, 2회 대본만 50번씩 
고친 것 같아요. 캐릭터 설정도 수십 번 바뀌었고요. 그런데 초심으로 돌아가 트레이닝을 받듯이 캐릭터를 연구하고 수정해서 캐릭터를 잡아 놓으니까, 나중에는 캐릭터가 스스로 움직이더군요.

장정연_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저를 비롯해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어떤 점을 염두에 두면 좋을까요?

김순
_어렸을 때 드라마를 보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회를 기다렸던 것처럼 시청자들에게 그런 기다림과 설렘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에요. 그런데 그런 보람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책임이 따르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방송국도 타격이 커요. 그런 작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맡고 있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또한 한 회 한 회 쓰는 건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는 것과 같아요. 쓰기만 하면 바닥이 나니 수시로 채워 넣어야 해요. 취재도 하고 현장과 소통하고 책도 많이 읽어야죠. 지금도 사춘기 때 공부 안 하고 열심히 읽었던 책들 덕을 보고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 드라마는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거든요. 사람을 열심히 연구한다면 좋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 출처 : 이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