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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천연화장품 아이소이(isoi) 대표 이진민 동문(국문·86년 졸)

  • 등록일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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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근처에 자리잡은 아이소이 1호점, 그리고 교내 행사에서 종종 선물로 받곤 하는 아이소이 화장품…, 이화인들에게 천연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는 낯설지 않다. 그리고 아이소이 1호점이 이화여대 앞에 자리잡은 이유, 아이소이 화장품들을 이화의 행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이유엔 바로 이화 출신 아이소이 대표이사 이진민 동문(국문·86년 졸)이 있다.

제일기획 최연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여성 포털사이트 마이클럽 부사장, 티저광고 ‘선영아 사랑해’의 제작자, 그리고 천연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의 대표까지…, 이력만으로도 놀라움을 만들어내는 이진민 동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성들의 건강한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이진민 동문을 The Ewha가 아이소이 본사에서 만났다.

Q. 이화에서 국문학전공으로 학사학위를, 한국어교육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으시고 제일기획에서 최연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하신 데 이어 아시아 최초 런던국제광고제 금사자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게다가 마이클럽 부사장을 지내며 ‘선영아 사랑해’라는 전무후무 유명한 티저 광고도 만드셨는데요.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이렇게 많은 이력 끝에 천연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를 설립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생 때 여드름으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효과가 좋았던 화장품을 사용하던 중,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피부가 뒤집혔어요. 피부가 너무 아파서 이를 해결할 만한 적절한 화장품을 찾고 있던 중 당시 언론에서 화장품의 유해성분이 이슈가 되고 있었어요. 유방암 환자의 시신에서 파라벤 덩어리가 검출되었다는 유럽 학계의 발표가 잇따랐죠. 마침 그 때 유해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천연화장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가장 좋은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을 조사하다가 독일의 ‘로고나’라는 브랜드를 알게 됐어요. 그 후 로고나를 한국에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천연 성분들을 단순히 섞기만 한다고 해서 피부가 좋아지는 화장품이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천연성분들이 몸에 물론 좋지만, 피부가 좋아지게 하는 화장품으로서의 기능이 만들어 지기까지는 더 많은 과정이 필요하지요. 유럽에서 유기농 화장품 제조 노하우를 배웠고, 10년 동안 쌓인 그 노하우로 아이소이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의미 없는 일을 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Money(돈), Meaning(의미), Mission(사명), 이것들이 인생을 지탱하는 3가지라고 하는데 제게는 'Meaning', 즉 의미 있는 일이 매우 중요했어요. 의미 있는 일에 미친 듯이 열광하죠. 화장품을 만드는 일이 여자에게, 그리고 저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어서 시작하게 된 거에요. 비슷하게 ‘마이클럽’도 온라인 속의 이화여대를 만들자는 의미로 시작한 일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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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천연화장품을 개발하시는 만큼, 일반 화장품보다 비싼 재료비나 짧은 유통기한 등 우려되는 점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천연화장품을 만드시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천연화장품의 유통기한이 짧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아이소이는 자몽 추출물과 같은 천연 방부제 특허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을 화장품에 넣으면 2년 반, 개봉한 후라면 6개월 동안 괜찮아요.

오히려 천연화장품의 약점은 발림성입니다. 실리콘과 같은 유해성분을 넣으면 몸에는 안 좋지만, 발림성이 좋아지죠. 그런데 아이소이 화장품엔 유해성분을 넣지 않아요. 그래서 발림성으로만 제품을 평가하는 상황에서는 속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모든 사람들에게 설명하기가 어렵죠. 그래도 유해성분을 안 넣는 이유는 이 길이 누군가는 꼭 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요즘은 화장품 성분에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뿌듯합니다.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러한 뿌듯함,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 그리고 하나님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Q. 선배님께서 생각하시는 천연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만의 특별한 아이덴티티, 경영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이소이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그리고 비전을 생각하며 일합니다. 또 아시아 최고의 천연화장품으로 성장하기 위해 단기 수익보단 장기적인 관계를 생각해서 의사결정을 하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우리 회사의 CEO라고 생각해요. 직원 한 사람이 움직이는 광고판이자 내부의 고객이기 때문에 상호간 존중하며 근무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도록 하죠. 우리 아이소이의 의사 결정 우선순위는 ‘고객>직원>임원’ 순이에요. 직원과 고객의 작은 요구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03

Q. 아이소이는 일정 연차 이상 전 직원에게 해외 연수 겸 여행을 무상 지원하는 이색 복지제도로도 유명한데요. 이와 같은 이른바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제공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기업은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이 있어야 기업이 발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을’의 입장에서 직원들을 섬겨야 하죠. 저의 고객은 직원이고, 우리 직원들의 고객이 소비자들이니까요.

대기업에 비해서 복지 제도가 엄청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오늘도 벚꽃놀이를 다녀왔고요, 다음주에는 함께 야구장에 갈 계획입니다.(웃음)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가 발전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은 잘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Q. ‘해외 진출 확대’를 올해 아이소이의 화두로 삼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중국 쪽에 주력하실 예정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계획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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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쪽 비즈니스가 생각보단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둘러 단기간에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합니다. 위생허가를 받고 제대로 된 노선으로 하나씩 정식 절차를 밟으며 진출할 계획입니다. 그 안에서, 알리바바(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같은 채널에 온라인 마케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착한 돈 1억이 나쁜 돈 100억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소이의 가치입니다. 남들에게 병을 주면서 돈을 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유해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몸에 좋은 제품들로 중국에 체계적으로 브랜딩 할 예정입니다.

Q. 기업 경영자로 성장하고 싶어 하는 이화의 후배들이 성공하는 기업인이 되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혼자서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있어야 성공하는 거죠. 그리고 사람은 믿을 존재가 아니라 사랑할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사랑하고 섬겨야 하죠. 이런 관계에 의해서 회사가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람과의 신의를 중요시 여기고,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 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그 길로 계속 가는 우직한 마음가짐도 필요합니다. 물론 사람과 약속을 중시하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이 있긴 하지만, 전 그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처럼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Q. 선배님의 대학시절이 궁금합니다. 이화에 다닐 때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이화에서 보낼 20대의 시간이 제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할지 알고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놀았죠.(웃음) 오전에 강의 열심히 듣고, 나머지 시간엔 연애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며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습니다. 좋은 체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시간을 투자해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며 에너제틱(energetic)하게 보냈죠. 물론 인생의 발목을 잡을 정도로 즐기면 안돼요. 그리고 나쁜 경험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긍정적인 경험은 젊을 때 많이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공부는 1, 2학년 때보단 3학년 때부터 열심히 하기 시작했어요.(웃음) 이화에 처음 입학했을 때, 주위 친구들이 정말 똑똑하다는 사실을 알고 ‘아, 여기 되게 괜찮구나!’ 라고 느꼈죠. 여자들끼리 있으니까 시너지효과도 생기고, 이런 똑똑한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게 좋아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Q. 선배님께서 이화에서 배운 특별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여성성’의 가치를 많이 생각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반장선거에 나가 반장으로 뽑혔는데, 오로지 여자라는 이유로 부반장이 됐어요. 그 때부터 이런 현실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 생각은 이화에 진학하면서 더 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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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에서 여성에 대한 것, 모성에 대한 것, 여성만의 부드러움, 섬세함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어요. 여성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의 기초를 이화가 마련해주었죠. 이화에서는 다 여자들이 스스로 해결하잖아요. 이처럼 다른 학교에서는 배우기 힘들었을 것들을 이화에서 많이 배웠는데, 그 중에서도 여성성에 대한 가치를 배운 것이 참 좋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건데, 여성성엔 2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성화된 여성과 여성화된 여성이죠. 전 뼛속까지 여성이에요. 이를테면 카피라이터로 일할 때 제가 밤도 잘 새고 근면성실하게 열심히 일했거든요. 그 때 누군가 “당신은 ‘여자인데도’ 잘해” 이런 말을 하길래 “그게 무슨소리에요. 전 ‘여자라서’ 잘하는 거에요.” 라고 말했었죠. 반면에, 남성화 된 여성은 "그렇죠, 전 여자인데도 잘하죠."라고 답하죠.

저는 제가 가는 곳이 새로운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후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갈까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일했습니다. 아마 많은 이화 동문들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저 때문에 혹시나 후배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죠. 제가 잘해놔야 후배들의 환경이 좋아지고, 결국 그게 내 딸의 환경이 좋아진다는 생각이었어요. 지금 제가 여성 비즈니스를 하는 것도, 사람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말하는 것도 이화에서 배운 올바른 여성성이 기저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일겁니다.

사실 대학시절에 종교를 강요한다는 생각에 채플시간을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채플시간에 좋은 분들이 나와서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시는 순간들은 정말 좋았죠. 나중에 느낀 건데, 그 때 듣고 배웠던 것들이 제 마음 속에 남아서 빛을 발하더라고요. 학생 땐 채플을 싫어했지만…, 지금은 권사에요.(웃음) 인생이 완전 바뀌었죠. 그 때 제 마음 밭에 알찬 씨앗들을 뿌려주신 것에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The Ewha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이소이와 이화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또, 이화와 아이소이는 닮은 점이 많아요. 특히 무엇이라도 대충 넘기지 않는 태도와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그러합니다.

저는 제가 이화인 이라는 사실을 잊어본 적이 없고, 이화인이라서 행복합니다. 여자가 주인공으로 살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이화인 것 같아요. 제가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선배님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이제는 제가 후배들에게 갚아나갈 계획이에요. 그러니까 이화의 후배들은 흔들리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그 길을 걸었으면 좋겠어요. 저와 아이소이도 함께 걸어갈 것이고요. 그 길, 예쁘게 지켜봐 주세요.


이화투데이 리포터 홍수연(방송영상·13), 박선정(사학·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