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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 작가, 송지혜 동문(섬유예술·09년 졸)

  • 등록일2015.03.24
  • 6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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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그림들에 알록달록 색칠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아요”

 

 

 

컬러링북의 인기는 2015년에도 여전하다. ‘어른들을 위한 아트 테라피’를 표방하는 컬러링북은 전문가가 그린 도안에 독자가 직접 색연필로 색칠하는 그림책의 일종이다. 컬러링북은 잡념을 없애고 스트레스 해소를 도와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러한 컬러링북 열풍 속에 해외 역수출로 눈길을 끄는 한 작가가 있다. 바로 <시간의 정원>의 송지혜 동문(섬유예술∙09년 졸)이다. 송 동문의 <시간의 정원>은 ‘스토리가 있는 컬러링북’이라는 컨셉으로 프랑스와 대만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동심으로 독자들을 치유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송지혜 동문을 도곡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Q.<시간의 정원>을 프랑스와 대만 등에 수출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컬러링북이 해외로 수출될 만큼 국내외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계신 요즘, 소감이 어떠하신가요?

 

A. 제가 작가로서 활동은 5,6년 정도 했는데 이렇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었거든요. <시간의 정원> 출간 이후 많이 알려지게 되었는데 사실 실감이 잘 안나요.(웃음)

 

특별히 커다란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컬러링북이 인기를 얻은 덕에 블로그에 방문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독자들의 반응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어 좋아요. <시간의 정원>에 색을 입힌 것을 SNS에 올리는 분들도 많아서 제가 그 분들이 작업한 것을 볼 수 있는 것도 좋고요. 혼자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교감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요.

 

Q. <시간의 정원>이 국제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일단은 제 책만 그렇게 호응을 얻고 있는 거라면 더욱 기쁘겠지만 사실 전세계적으로 컬러링북이 인기를 얻고 있어요.(웃음) 제가 처음 컬러링북 제안을 받았을 때에도 시장에 이미 많은 컬러링북이 나왔기 때문에 다른 책과 다르게, 특별하게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에는 단순한 패턴을 칠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있는 한 편의 책으로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로 했죠.

 

하나의 동화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완벽한 스토리가 있진 않아도 오히려 가능성을 열어 두어서 독자들이 색칠을 하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로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걸 컨셉으로 삼았어요. 책을 완성하면 자기만의 동화책을 완성할 수 있게요.

 

이처럼 스스로 나만의 동화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특별한 게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 비슷한 컨셉의 컬러링북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전까진 이런 종류의 컬러링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간의 정원>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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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업 과정을 소개해놓은 블로그를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컬러링북을 펴내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려요.

 

A. 제 작품들의 소재가 ‘동화’, ‘동심’ 이런 것들이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했어요. 저 혼자만 느끼는 동심이면 안 되잖아요.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동심이어야 하기 때문에 블로그를 했던 거거든요. 블로그를 통해 제 것을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줄 수 있었고 댓글로 반응도 알 수 있었어요. 

 

큰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 반응을 살피기 더 좋았겠지만 그렇게 할 여건이 안 되기도 했고요. 블로그가 사람들의 반응을 아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죠. 블로그에 작품을 올릴 때마다 ‘이 도안이 앞으로 어떤 작품이 될까’ 를 함께 공유하고 싶어 도안도 함께 올렸어요.

그때 한창 <비밀의 정원>이라는 책이 인기를 얻을 때라 출판사에서는 그에 대응하는 컬러링북을 바로 만들 수 있는 작가를 찾던 중이었어요. 마침 제 블로그를 방문하게 됐고 제가 올린 도안을 보고 연락을 하게 된 거죠. 그렇게 컬러링북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시간의 정원> 속 스토리(부엉이 시계를 선물 받은 소녀가 밤에 부엉이의 안내를 받아 시계 속을 여행한다는 줄거리)는 선배님의 개인적인 경험이 들어간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스토리의 토대가 된 경험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A. 물론 그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죠.(웃음)

 

저는 어렸을 때 상상력이 뛰어나게 풍부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만의 세계가 있었어요. 어렸을 때 미국에 살았는데 아버지가 장인이 만든 뻐꾸기시계를 사오셨어요. 추 시계였는데 어린 마음에 그걸 보고 굉장히 신기했어요. 신기한 마음에 ‘이 시계 안에서 요정들이 태엽을 감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상상을 했어요.

 

이후에도 그 뻐꾸기시계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뻐꾸기시계의 모양과 그것에 얽힌 저만의 상상도 재밌어서 이것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죠. 자정이 되면 어른들은 다 잠들고, 아이들만의 시간이 시작된다고 설정을 했죠. 부엉이가 밤을 상징하는 새니까 부엉이를 타고 아이들이 시간 여행을 하는 컨셉을 잡게 됐어요.

 

Q. 섬유 아티스트로서 작업하신 많은 실물 작품들을 보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2차 제작물(현재의 컬러링북과 같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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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원래는 동화책을 내고 싶었어요. 섬유 작업을 하면서 별도로 간간히 동화책을 그리고 있었는데 우연하게도 컬러링북을 출간할 기회가 온 거죠. 동화책에서 컬러링북으로 바뀌긴 했지만 사실 그런 내용의 동화책을 내고 싶었어요. (동화책도 <시간의 정원>처럼 시간 여행 컨셉이었나요?) 네. 그 컨셉이었죠. 그 컨셉의 도안들이 채색된 버전이 있어요. 동화책 출간 계획이 있었지만 박차를 가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컬러링북을 출간하게 된 거에요. 앞으로 동화책을 낼 계획이 있어요.

 

Q. 컬러링북을 제작하며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제게 <시간의 정원>은 첫 책이에요. 사실 작가들은, 글 쓰는 작가도 그렇고 저처럼 시각 작품을 만드는 작가도 그렇고 좀 고독한 면이 있어요.(웃음) 여러 사람들과 작업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 작업하다 보니까 보통 사람들의 취향을 잘 알기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작업의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정말 오로지 나의 것, 나의 세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죠.

 

그런데 책이라는 건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력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됐었어요. 처음에는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하지 말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그렇지만 블로그 활동을 통해서 확신을 얻었어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내 그림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사실 컬러링북 이전 작업들에선 금전적인 것과 관련해서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이것들과 비교했을 때 컬러링북을 작업할 때는 뭔가 극복 대상으로 삼을 만큼의 커다란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Q. <시간의 정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소녀감성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작업할 때 어떻게 영감을 얻으시나요?

 

A. 누구나 소녀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크면서 그런 것들을 멀리하게 되지만 어렸을 때에는 누구나 가지고 있었잖아요. 저는 그런 걸 오래 가지고 있는 것 뿐인 것 같아요.

 

제가 학생 때 ‘동심’을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배웠던 것 중에 하나가, 사람들이 대개 어린 시절에 비해 어른이 된 지금이 더 성숙하고 발전한 상태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어렸을 때 더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면 <어린 왕자>에 그런 장면이 나오잖아요. 한 그림을 보고 어른은 그냥 ‘모자’라고 하지만, 어린 왕자는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릴 땐 더 열린 시각과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처럼 누구나 어릴 때는 가지고 있었을 열린 마음,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여자다보니까 그런 의도가 소녀감성으로 나온 것 같지만, 사실 소녀감성을 의도적으로 추구한 건 아니었고, 기본은 ‘동심’이었어요.

 

(대중적인 것도 고민이 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을 확립해나가야 했을 텐데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작가들의 작품은 결국 자기만의 스토리를 펼쳐놓은 것인데 그게 대중의 코드와 잘 맞는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어요. 전 대중과 제 코드가 잘 맞는 케이스죠. 작품이 대중에게 쉽게 읽히는 편이고요.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제 스토리를 마음껏 보여주며 동시에 공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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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이나 이전 개인전의 주제가 모두 ‘시간’, ‘시계’와 관련이 있었는데요, 어떤 이유로 이런 소재를 차용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앞서 말했듯이 제가 어린 시절부터 뻐꾸기시계를 좋아해서 ‘시계’를 소재로 삼게 된 거고요. 시계는 곧 시간이잖아요. 시계라는 소재에서 떠올릴 수 있는 주제, 이를테면 ‘시간을 되돌려 어렸을 때로 돌아간다’는 설정과 ‘동심’이 연결되더라고요.

 

그래서 시계를 통해 마치 타임머신 같은, 하나의 캐릭터를 잡은 거예요. 송지혜 작가를 떠올리면 시계가 떠오르도록 컨셉을 잡은 거죠.

 

Q. 이화에 다닐 때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사실 학부 때 다양한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한 편은 아니었어요. 작업하는 걸 좋아해서 미대에 갔고, 그래서 늘 음침한 미대 실기실에 있었어요.(웃음) 거기 맨날 박혀서 작업만 했던 거 같아요.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던 게 조금은 아쉽기도 해요.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에 갔는데, 대학원은 학부와는 또 다르게 엄격한 질서가 잡혀 있어요. 교수님께서 무섭고 엄하셨는데, 그러면서도 카리스마 있고 존경스러운 분이었던 기억이 나요.

 

(대학원 진학은 학부 때부터 생각하셨던 건가요?)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면서 취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순수 미술 쪽으로 진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로에 놓이죠. 아무래도 순수 미술로의 진로가 쉽진 않아서 다들 취직을 생각하게 되고요. 저도 작업이 좋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취직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교수님과 면담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너 같은 캐릭터는 취직이 아니라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보고 취업을 해도 다시 돌아올 게 뻔하다며 취업하고 적응 못하다가 뒤늦게 되돌아오느니 지금 대학원에 가라고 하시는 거예요.

 

사실 그 때 대학원은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었거든요. 집에서 마냥 뒷받침해줄 상황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어차피 다시 돌아올 거라고 하신 그 말씀을 머릿속에서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어요. 돌이켜보면 그 때 대학원을 안 갔으면 지금 완전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거예요. 그 당시에 교수님께서 제 성격과 특성을 잘 알고 알맞은 조언을 해주신 것에 대해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선배님께 ‘이화’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학교에 오래 있었어요. 휴학도 1년 하고, 대학원까지 거의 8년 정도 이대에 계속 눌러 앉아있었어요.(웃음) 사실 어렸을 땐 남녀공학 대학에 가고 싶어 하잖아요. 저도 예고를 다녔는데 사실 그땐 ‘무조건 남녀 공학을 갈 거야’라며 입시 준비를 했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너 같은 캐릭터는 여대를 가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왜요?’ 라고 여쭸더니 그 선생님께서 ‘아무래도 아직은 남녀 차별이 존재해서 남녀공학에서는 여학생은 열심히 해도 기회를 많이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이화에 오게 되었죠. 이화에 오기 전에는 여성학  쪽으로 잘 알지 못했는데 학교에서 그런 수업을 들으면서 여성으로서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것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었어요.

 

여성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하는 역할들을 깨닫고 여성의 역사를 배우니까 자긍심이 생기더라고요. 이화가 아니었다면 저도 물 흐르듯 살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화에 온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제 동생들에게도 계속 추천하고 있어요. 이화가 앞으로도 남녀공학으로 전환되지 않고 계속 여자대학으로 존재했으면 좋겠어요.

 

Q. 6월에 또 다른 컬러링북을 출간할 예정이신데, 어떤 주제인가요? 소개 부탁드려요.

 

A. <시간의 정원>과 비슷하게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컬러링북이에요. 자세히 이야기 해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와 다른 점이라면 동양적인 색감을 많이 넣으려고 했다는 것이에요. 해외로 수출하게 되면서 그런 점에 신경을 썼죠.

 

온전히 한국의 색채는 아니더라도 동양적인 분위기가 좀 더 들어가게 될 것 같아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새롭게 진출하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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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시간의 정원>도 그렇고 처음부터 계획을 한 게 아닌데도 우연히 일이 잘 풀리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목표를 잡는 게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도 했는데요. 정말 먼 훗날의 최종적 목표는…, 학교를 짓는 것이에요.

 

제가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거든요. 아이들을 보면 재능을 타고났는데도 기회가 없어서 타고난 것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재능이 있음에도 환경 때문에 미술을 배우지 못한다면 정말 안타깝고 슬플 것 같아요. 이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예술 학교를 세우는 것이 최종 목표에요.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다른 분야는, 컬러링북이 아트 테라피라는 키워드와도 연관이 있어서 미술 심리치료 쪽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사실 미술 심리치료가 많긴 해도 아직은 정신적인 치료 목적에 활용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죠. 그런데 최근에 컬러링북 열풍이 일었잖아요. 컬러링북이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는 아트 테라피 역할을 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치유’에 관심이 많아요. 동심을 통해 사람들이 치유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컬러링북이 처음 유행했을 때 ‘이게 왜 인기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미술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작업을 하면 시간이 정말 훌쩍 가기 때문이에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심리적 치유도 받을 수 있고요. 작가들이 느끼는 이런 감정을 컬러링북을 통해 일반인들도 느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컬러링북을 통해 사람들이 치유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해요.

 

Q. 마지막으로 이화의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진로를 결정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저도 많이 불안했어요. 처음에 저도 취직이 아닌 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수입이 없으면 너무 힘드니까 학교에 파트타임 강사로 취직을 하기도 했었어요. 개인 작업을 한다는 게 안정적이지 않다보니 쉽지 않았죠.

 

전시를 한다고 해도 제가 유명하지 않다보니 보러오는 사람도 없었고 체력적으로도 정말 힘들었어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들여서 전시를 해야 하다 보니 앞으로가 불안하고 힘들어서 눈물 날 때가 많았죠.

 

그런데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있잖아요.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열매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다들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한 우물을 파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죠. 저는 (작가로서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조금은 있었어요. ‘언젠가는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교수님의 말씀 덕분인 것 같아요.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였던 교수님께서 늘 ‘다른 곳에 눈 돌리지 말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 땐 두려운 마음에  교수님의 그런 말씀이 싫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말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나면 ‘엄마’라는 위치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과 육아 등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워지죠. ‘엄마’라는 역할을 잘 수행해내면서도 우리가 이화에서 배웠던 중요한 가치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결혼하고 나서도 작업하는 작가들이 주변에 많지 않거든요.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가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니까요. 결혼하고 엄마가 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이화의 후배 여러분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가지고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화 동문들의 힘과 끈끈함을 느낄 수 있어요. 서로 붙잡아주기도 하고요. 후배 여러분, 미리 포기하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내세요.

*출처 : 이화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