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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2015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 박혜진 동문(국어국문·10년 졸)

  • 등록일201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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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의 중앙도서관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빨간 소파. 시험을 준비하거나 과제를 하며 늦은 밤까지 자리를 지키기도 하고, 때로는 벅찬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며 시간을 보내고. 이따금씩 하는 일 없이 앉아 빈둥거리기도 하며 웅크리고 앉아 서러운 울음소리를 애써 집어 삼키기도 하는 곳. 수많은 이화인들의 기억 저 편에 남아있을 공간이다. 그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또 하나의 이화인이 있다. 이화투데이가 현재 민음사에 재직 중인 출판 편집자이자 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인 박혜진 동문(국어국문·10년 졸)의 이야기를, 아직은 조금 추운 겨울의 끝자락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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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문학 평론 부문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정말 기뻐요. 제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떠올려 보면 이청준의 <눈길>을 읽었을 때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능 언어영역 지문을 읽다가 울었던 경험인데, 앞뒤 맥락도 모르는 채로 소설의 아주 일부분을 읽었던 것이 전부였는데도 불구하고 감동을 받았던 거죠. 이런 것들을 계속 읽을 수 있는 곳이 국문과라고 생각을 해서 국문과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대학 입학 후엔 학보사에 3년 있었기 때문에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건 사실 자연스러운 수순이었겠죠. 그런데 국문과에 있으면서 과제를 하거나 무언가를 끄적일 때, 그러니까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생각하는 일이 꽤 즐거웠었거든요. 취업 준비를 하려 도서관에 가서도 책을 발견하고 한 권 두 권 읽어나가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꼭 이걸 뒷전으로 하고 취업준비를 따로 해야만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런 일들을 좋아하는데 이걸로 취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요. 그래서 출판사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문학 뿐 아니라 만들고 싶던 책도 굉장히 많았고요.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일도 무척 새로운 경험이어서 좋았지만 한 책을 만들면서 많이 공부하고 많이 읽는데 이걸 한 권의 책으로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을 다른 차원으로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많이 있었어요. 좀 더 개인적이고, 또 내 논리로 구성된, 어떤 작품을 읽고 내 이름으로 기록하고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요. 그렇게 해서 결국에 한 편을 완성하게 되었어요. 그런 시도가 성과를 이루어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출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좀 더 많은 걸 할 수 있게 되어 더 기쁩니다.

 

현재 문학 출판사에 종사하시는 분께서 신춘문예 문학 평론 부문에 당선되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을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서 독자로서, 평론가로서, 편집자로서의 관점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다른 평론가들과 달리 편집자로서의 관점을 가진 것이 이번에 당선된 문학 평론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각각의 관점에 대해 이야기해본다면, 물리적으로는 평론가가 제일 많이 읽고 그 다음으로 편집자가 많이 읽어요. 독자는 보통 한 텍스트를 많이 읽지는 않죠. 독자는 그 책을 읽고 재미있거나 혹은 재미없거나 감동을 얻거나 읽다 말거나 등등 책을 굉장히 자유롭게 대할 수 있죠. 순간순간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읽어도 충분해요.

 

반면 편집자는 작품을 좋게 만드는 일을 하거든요. 편집자가 책과 관련해서 하는 모든 행동들은 책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한 일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긍정적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해요. 때로는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이다’ 하고 자기 최면에 전리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 평론가의 경우에는 작품에 감동을 받거나 책을 좋게 만드는 일을 한다기보다는 그 텍스트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대표적인 의미가 무엇이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비판해야하기 때문에 아주 긍정적이기보다는 객관성이 필요하겠죠.

 

제 글에 대한 여러 평가를 종합해보면 ‘잘 읽힌다, 공감이 된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에 당선된 다른 여러 글들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전문적인 편이고 또 어려운 표현도 많은데, 사실 이것은 한국문학 평론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트렌드이기도 해요. 그런데 이건 독자들과 평론이 멀어지는 이유이기도 하거든요. 편집자는 작가와도 소통을 하지만 독자와도 소통을 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어떤 글을 읽고 싶어 하는지,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글이 무엇인지, 그리고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글은 어떤 글인지에 대해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왜 평론이 소비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 받지 못하는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건 제가 편집자이기 때문에 고민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개연성이 많았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그런 이유 때문에 제 글은 아무래도 좀 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언어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동시대적인 내용이 강한 편이에요. 그런 차원에서의 이 사회에 대한 제 관점이 아마 당선이 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김엄지 작가의 소설을 비평 대상으로 설정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김엄지 소설을 편집 중이시던 것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특별히 김엄지 작가의 소설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처음부터 김엄지 소설을 쓰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황정은 소설을 쓰려고 했었어요. 재미있게 읽은 작가 중 한 명이었거든요. 그런데 황정은에 대한 비평은 이미 굉장히 많아요. 나의 등단작, 처음 쓰는 글인데 이미 너무 많은 글들이 쓰여 있다면 좀 더 새로운 관점으로 쓰는 데에 아무래도 제약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김엄지 소설의 경우에는 기존에 나와 있는 텍스트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자유로웠고 어떻게 보면 선점을 했다고 할 수도 있죠. 제가 다니고 있는 민음사 계간지에 연재된 책이라 아직 다른 사람들은 관심을 많이 갖지 않은 상태여서 제게 자료가 많기도 했고요. 아직 많이 이야기가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말하고 싶기도 했고, 기존의 평가들이 많지 않은 작가에 대해 의미를 좀 더 발견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물론 재밌게 읽은 책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그래서 김엄지 작가로 시작을 했고 그것으로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힘도 기존의 평가를 신경 쓰거나 얽매어야 할 이유가 크게 없었기 때문에 자유로웠던 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선배님은 김엄지의 소설이 ‘끝내 모르기 위한 독서, 더욱더 모르기 위한 읽기’이고, 이것이 김엄지 소설이 ‘아는’ 사회와 싸우는 방식이라고 하셨는데요. 평론가로서 소설에서 그러한 ‘의미’를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이건 저도 궁금해요.(웃음)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작품을 계속해서 읽다보면 어떤 고리가 잡히는데 제 경우에는 제 눈에 보이는 사회적 현상들, 제가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들이 그것이에요.

 

최근에 저는 정보화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아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왔어요. 이 정보화 사회라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것으로 인한 피해자들도 많고요. 드러나지 않는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좀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셈인데 이것에 반격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직접적으로 피해자의 위치에 놓인 적은 없지만 출판사에 있다 보니 간혹 작가의 어떤 부분들이 언론에 잘못 비춰지는 경우를 볼 수 있었어요. 대중은 그것으로 판단하고 재단하고 평가하고요. 그것 때문에 곤혹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본 것 같아요. 이것이 이 시대가 가지고 있는 굉장히 특이한, 하나의 그림자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김엄지 소설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데에 바탕이 되었겠죠.


대학을 다녔을 당시 어떤 학생이셨을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문학 평론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는지, 학교에 다니면서 전공 수업을 듣는 것 이외에 평론 등단, 혹은 문학을 더 공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던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한 3학년 1학기 때까지는 거의 학보사 일에 전념했었어요. 1주일에 한 편 이상의 기사를 만들어 내야 했는데, 그렇게 대단찮은 일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무척 열심히 했어요. 일정이 무척 빡빡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번은 밤을 새고 학보사 친구들이랑 있었어요. 고생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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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에서 나오고 나서는 한 학기 휴학을 했는데 그때 책을 많이 읽었어요. 안도현 작가가 쓴 글 중에 ‘한 겨울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세계문학 전집을 쭉 읽었는데 겨울이 지나서 나오니 그때 본 세상은 그 전과 달랐다’는 내용이 있어요. 당시에 저는 책을 아주 많이 읽은 사람들이 하는 이런 말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읽으면 달라질까?’ ‘정말 뭐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그때는 지적으로 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했고요.(웃음)

 

4학년 때는 거의 도서관에 있었는데 철학서 읽다가 심심하면 800번 서가에 가서 문학 책을 읽고 문예 계간지도 읽었어요. 계간지에 좋은 평론이 많이 있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인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수업도 저는 되게 좋았어요. 국문과는 수업마다 발표를 해야 하잖아요? 발표 한 번 하기 위해서 도서관 가서 텍스트를 모으고 읽으며 한 학기 내내 준비해야 하는 그 과정이 정말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어요.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게 즐거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문학 평론에 관심을 가졌죠.

 

봉사활동도 꽤 열심히 한 게 있어요. 미국에서 재소자를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을 해서 자존감을 회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그걸 우리나라에 적용한 것인데, 거리에 계신 분들과 철학, 글쓰기, 문학, 예술사, 역사 이렇게 다섯 가지 수업을 같이 듣고 이야기하는 봉사활동이었어요. 그때 저는 무언가를 읽는다는 행위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근본적으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어요. 또, 지금 만나지 않으면 영영 모를 것 같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래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즐거웠고, 좋은 경험도 많이 했어요. 가령, 같은 <안티고네>를 읽어도 철학 수업 시간에 삶의 경험이 많지 않은 친구들끼리 토론했던 내용은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쪽에 치우치는 면이 있었다면, 봉사활동에 가서 나오는 이야기는 보다 생활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들이 많았어요. 깜짝 놀랄 만한 좋은 글도 있었고요. 대학 다니면서 그때그때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가리지 않고 했던 것 같아요.

             
선배님께 ‘이화’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이화여대에 다니면서 부족한 게 없었어요. 이대는 여대잖아요. 여대라는 건 반쪽짜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어쩌면 어떤 친구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혹은 졸업한 이후에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남녀’라는 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처음의, 일차원적인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대는 한 쪽만 가지고 있는 거죠.

 

하지만 저는 학교에 다니면서 나머지 반쪽의 부재를 인식할 틈이 없었어요. 제가 동아리 활동이라든지 친구들과 하는 공부라든지 이런 것들로 대학시절을 정신없이 보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요. 여대라서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부족함이지만, 이화에서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족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우리 학교 축제도 정말 좋았어요. 당시에 축구대회에 나가서 즐거웠던 경험도 있고요. 매 순간 끌리는 것들은 다 했었던 것 같아요. 누가 여대에 간다고 하면 말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평론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소설을 읽거나 어떤 의미를 도출해내는 데 있어서, 혹은 그것을 글로 표현해내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거나, 특별히 주의하고 있는 것이 있으신가요?

 

사실은 저는 시간 관리하는 게 힘들었어요. 출판사에서 일하는 것과 밤에 글을 쓰고 읽는 것을 병행해야 했으니까요. 민음사는 특히나 큰 출판사라 일 년에 내야 하는 책도 많고, 이걸 하려면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끝내야 하는데 집에 가면 힘들잖아요. 힘든데 읽고 쓰려니까 피곤하고요.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하면서 몸은 소모되었지만 마음은 충전되는 기분이었어요.

 

평론을 쓰면서 최근에 생긴 걱정은 평론은 앞서 말했다시피 비판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점만 쓰는 것이 아니라 비난도 적절하게 필요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평론을 쓰는 사람인 동시에 편집자인거에요. 가령 제가 어떤 작가의 소설을 비판했을 때, 그 작가가 나중에 나와 일을 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물론 편집자가 작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호불호를 떠나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도 모르게 제한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발견의 평론, 긍정의 평론을 해야 하는 걸까 생각하면서 그러면 사람들이 나를 신뢰할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개인적으로는 날카로운 평론을 해서 대중의 신뢰를 많이 받는 평론가를 좋아했고 그런 쪽을 지향했기 때문에 약간 손발이 채워져 있는 느낌도 들어요. 둘 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일이지만 두 부분이 서로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상승할 수 있게 하려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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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더 잘, 더 즐겁게 읽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시 비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설을 즐겁게 읽으려면 한 50페이지까지 읽고 재미가 없다면 덮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택과 결단이 필요한 거죠.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계속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 세상에 읽을 책은 굉장히 많은 반면에 읽을 시간은 유한하잖아요.

 

또 아주 좋은 지도자, 그러니까 독서에 관한 지침을 주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자기가 신뢰를 갖고 있는 사람이 또 아주 좋은 지도자, 그러니까 

독서에 관한 지침을 주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자기가 신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추천해주는 책은 실패할 확률이 좀 적어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양서를 읽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책을 읽은 경험은 반드시 다음 책을 읽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여쭤보아도 될까요? 문학 평론 부문 등단에 성공하셨는데 혹시 달성하고 싶은 또 다른 목표 있으신가요?

 

지금 목표는 일 년에 호흡이 좀 긴 글을 두 편 이상 쓰는 것이고요. 그리고 아주 큰 목표는 우리나라의 해비(heavy) 독자들이 모여서 많은 정보를 자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리뷰 전문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책 리뷰만 전문적으로 취급한다거나 굉장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는 파워 독자들이 와서 읽고 정보를 얻어가는 사이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미국의 굿리즈(Goodreads) 같은 곳들이 좋은 모델인 것 같아요.

 

출판 홍보 등을 이유로 지금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책과 관련된 활동들은 대체로 온라인에 작품을 연재하거나 계간지에서 좀 지난 책들을 평론가들이 리뷰 하는 식이 전부인데, 사실 독자들에게 많이 와 닿지는 않는 것 같아요. 대체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원하는 것은 연재되고 있는 소설을 읽는 게 아니라 소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온라인 매체는 기본적으로 정보 검색 기능으로 이용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옛날에 평론가들이 동인지를 만들어서 문학을 위한 운동을 하는 것과 큰 맥락에서 같은 것일 수도 있죠. 제가 하고 싶은 문학 운동은 사람들이 문학에 대한 보다 좋은 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에요.

 

이화의 후배들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화에서 만난 선후배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사회에 나와 보니 계속 남아 있는 사람들도 다 동문들이에요. 회사 선배들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요. 사회생활을 해보니까 계속해서 만나는 선후배가 있는 것이 심정적으로 굉장히 좋더라고요. 저는 게다가 대구에서 계속 살다가 스무 살에 서울에 올라와서 그런지 몰라도 돌이켜 보니, 이화에 와서 동고동락한 친구와 선후배들이 없었다면 내가 갖고 있는 인맥 중에서 자연스러우면서도 오래 된 것이 많지 않을 수 있겠더라고요. 사회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여러분들도 학교 다니는 동안에 선후배들과 계속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활동을 하길 바라요.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기도 하고 사실 즐거운 일이죠. 그러니까 그런 일들을 너무 미뤄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대 친구들을 보면 일을 굉장히 잘 이뤄내요. 마치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는 데에 특화된 사람들처럼. 그렇지만 올라가고 깊어지는 일 말고도 두루두루 넓어지는 경험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해요. 만약 이화가 반쪽이 된다면, 아마 그런 측면이 아닐까 싶어요. 옆으로 넓어지기 위한 관계를 많이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더욱 좋지 않을까요.


* 출처 : 이화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