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주한 스웨덴대사관 문화공보실장 박현정(신문방송, 88년 졸)
- 등록일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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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주한 스웨덴대사관 문화공보실장이 스웨덴 왕실이 수여하는 북극성 훈장 수상자로 결정됐다. 북극성 훈장은 스웨덴 국왕이 자국과의 친선 및 협력에 기여해온 인물들에게 주는 훈장이다. 박현정 문화공보실장은 전 세계 스웨덴 대사관의 문화공보실장들 중 유일한 비(非)스웨덴인이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스웨덴 왕실이 자국 대사관의 현지 직원에게 훈장을 주는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박현정(신문방송·88년 졸) 문화공보실장으로부터 멀고도 가까운 스웨덴 이야기를 들어보자.
늦었지만 축하드린다. 소감 부탁드린다. 감사하다. 주어진 일을 재미있게 그리고 열심히 하다 보니 왕실훈장 수상자가 됐다. 그동안 스웨덴의 문화, 가치를 알리기 위해 기획했던 일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스스로 열심히 한 점도 있겠지만, 날 믿고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지해준 스웨덴 대사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인으로 스웨덴 대사관에서 근무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다보면 한국인이 어떻게 스웨덴 대사관에서 일하게 됐는지 많이들 궁금해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게 됐다. 그래서 다른 일자리를 찾던 차 스웨덴 대사관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웨덴 대사관에 지원할 당시 내가 스웨덴어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스웨덴이란 나라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 당시에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나의 상황과, 사람을 구해야 하는 스웨덴 대사관의 사정이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그게 인연이 돼서 1989년부터24년째 재미있게 근무하고 있다. |
스웨덴이라는 나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먼 나라인 것 같다.
사실 스웨덴의 문화는 우리 삶 속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있다. 내가 어렸을 적에 TV에서 《말괄량이 삐삐》라는 어린이 외화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괴력을 가진 삐삐라는 어린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지만,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른들의 틀에 박힌 전형적인 사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스토리다. 원작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아동문학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 《삐삐롱스타킹》이다. 2002년 스웨덴 정부에서는 그를 추모하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베스트에 빠지지 않는 것이 <Mamma Mia>나
스웨덴 하면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복지정책’이다.한국에 추천할 만한 복지정책은? 스웨덴은 양성정책이 잘 확립되어 있는 나라다. 정말 좋은 제도들이 많은데, 그 중에 우리나라에 추천하고 싶은 제도는 부모양육휴가 제도다. ‘부모휴가’ 정책 같은 경우에는 부모에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480일의 휴가가 주어진다. 480일의 시간을 엄마와 아[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합시다.] 나누어 휴직하는 거다. 엄마에게 양육이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빠는 최소 2달의 육아휴직을 써야한다. 아빠의 육아휴직제를 시행하고 나서 스웨덴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굉장히 높아졌다. |
스웨덴의 국왕을 비롯해 많은 고위직분들을 만나보신 거 같다. 실제 만나본 국왕은 어떠신지 궁금하다.
스웨덴 국왕, 장관, 총리를 비롯해 스웨덴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소박하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개인 기사가 따로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은 스웨덴에서는 특별한 모습이 아니다. 스웨덴에 전해져 오는 관습법 중에 ‘얀테의 법칙(Jantelangen)’이라는 재미있는 규범이 있는데, '내가 남들보다 잘났다고,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스웨덴 사람들의 소박하고 평등한 사고 방식을 대변한다. 국왕 내외분들도 마찬가지로 소탈하고 친절하다. 특히 스웨덴 실비아 왕비는 우아하고 자상해서 스웨덴에서도 인기가 많다.
사실 스웨덴은 이화와 인연이 깊다. 지난해 창립기념일에는 실비아 왕비가 이화여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작년 5월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 내외께서 이명박 대통령의 공식 초청으로 한국을 국빈방문했다. 5월 31일 이화의 126주년 창립기념일 행사의 일환으로 스웨덴 영화제가 개막했다. 의미있는 행사이니 왕비께서 이화여대를 방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을 했는데 잘 성사되어 기쁘다. 김선욱 총장님께서 실비아 왕비가 한국의 여성지도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오찬도 마련해 주셨다. |
ECC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고, 이화여대 후배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주어 지난해 스웨덴 영화제는 성공적이었다. 올해도 11월에 이화여대와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많은 친구들이 스웨덴 영화제를 즐겼으면 좋겠다.
이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듯하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되고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되고 보니 내 모교와 관련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모든 일을 이화와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어떤 행사를 기획할 때 마음 한편에 이화를 염두에 둔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과MOU를 맺고 대사관에서 학생 인턴들이 대사관업무를 공유하고 배우게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학교를 다닐 때보다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남녀공학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여대에서는 모든 걸 여학생이 해야 한다. 기회도 동등하게 주어지고. 남학생들이 더 많은 남녀공학을 다닌 여학생들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여대를 다니는 여학생들이 좀 더 진취적이고 뭔가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것을 졸업하고 나서 느낀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린다. 1989년에 여행 자율화가 되었다. 그 전에는 학생이 해외여행을 하거나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에 비하면 요즘 학생들은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같은 경험들을 쉽게 누릴 수 있다. 영어 실력 등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능력들은 점점 올라가고 있지만, 한편으론 다들 너무 비슷한 경력이나 능력을 지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느냐다. 이력서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똑같은 것보다는 조금 특이한 것이 눈에 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개성이 드러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찾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