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이화여자대학교

통합검색
nav bar
 
Ewha University

People

[경제계]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씨즈' 이사장, 이은애 동문(사회복지·90년 졸)

  • 등록일2015.03.19
  • 4531

이미지1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일반기업의 대안으로 사회적 기업들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 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지체장애인들이 우리밀로 만드는 ‘위캔쿠키’, 버려진 쓰레기들로 악기를 만들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하는 ‘노리단’, 우리에게 익숙한 ‘아름다운 가게’ 등이 모두 사회적 기업에 해당된다.

 

재단법인 ‘씨즈’의 이사장 이은애(사회복지학, 90 졸) 동문은 우리나라에 사회적 기업이 뿌리내리게 하고 지금까지 이어오게 한 주역이다. 사회적 기업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복지역사를 이뤄온 이은애 동문를 만났다. 

 

씨즈(Seeds)를 설립하기까지

 

1990년, 이은애 동문이 학교를 졸업할 즈음, 학교와도 가까웠던 마포구의 한 평범한 집에서 불이 났다. 맞벌이 가정으로, 부부는 매일 아침 아이들을 방안에 가둬두고 출근했다. 하루 종일 부모의 보호 없이 지내야 할 두 아이들을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그런데 방 안에서 불이 났다. 굳게 잠겨있던 방문은 두 아이를 끝내 놓아주지 않았고, 두 아이, 혜영이와 용철이는 그대로 질식사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화재사고가 아닌 일하는 부모가 마주해야 할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엔 맞벌이 부부들이 어린아이들을 맡길 만한 보육시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혜영이와 용철이 사건은 어쩌면 우리사회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던 이면이었다. 

‘나는 좋은 부모 만나 대학까지 다니고 있는데 내 또래의 다른 여성은 아이 잃는 슬픔을 겪어야 한다니….’ 또래 여성의 아픔이 담긴 기사는 이은애 동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졸업 후 이은애 동문이 선택한 길은 안산에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어린이집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사회적 약자인 일하는 여성들에 관심이 갔고 점점 그들이 마음 놓고 일하기 위해선 아이들 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닿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여성과 그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과외로 번 돈을 어린이집 운영비에 쏟아 붓고 나면 그녀에게 남는 돈은 월 5천원이 전부였다. 대기업에 취직한 대학 동기들과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이미지2

IMF외환위기 이후, 일자리를 잃은 부모들이 늘면서 아이들의 보육이 더 큰 문제로 떠올랐고 그녀는 안정적인 일자리 문제로 관심을 돌렸다. 해답은 ‘사회적 기업’이었다. 이윤창출이 목적이 아닌 사회적약자의 일자리를 위한 사회적 기업은 다시 정부와 사회전체에 이득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긴 어렵다.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나 교육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사단법인 씨즈(seeds)다.

 

씨즈에서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려는 사람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결해 줌으로써 실질적인 지식을 전달해준다. 씨즈는 주로 청년 기업가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사회적 기업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에게 씨즈는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에게 걷는 법을 알려주는 엄마와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이은애가 말하는 ‘사회적 기업’

 

이은애 동문은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려면 선순환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순환적인 사회구조는 단순히 한쪽에서 다른 쪽에게 퍼주기 식으로 원조를 주는 방식이 아니다. 한쪽에서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음으로써 모두가 이득을 얻는 것이 이상적인 선순환적인 구조다.

이미지3

“정부가 청년 사업가를 지원한다면, 단순히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창업가가 다른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을 쓸 수 있으니 모두가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단순히 도움을 받는 것에서 소위 말하는 약자의 역할을 끝낸다면, ‘약자’는 평생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늘 속의 존재로만 남게 된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 것에서 또 다른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발전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남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씨즈는 이렇게 사회적 기업으로서 발돋움하려는 청년 사업가들을 지원해, 선순환적인 사회구조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사회적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적 기업들의 협력에 답이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들이 기술을 배워 쿠키를 팝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만든 쿠키라는 편견 때문에 아무래도 일반 쿠키에 비해 인기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특별히 자연친화적인(organic) 재료만을 사용해 쿠키를 만드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낙농 사회적 기업과의 연계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장애인들과 다른 사회적 기업 사이에서도 둘 다 이득일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소비자가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게 되니 모두가 이득인 것이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경험은 사회적 기업은 ‘믿을 수 있는 존재’란 인식을 가지게 될 겁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크고 작은 믿음, 신뢰가 바탕이 되어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게 된다는 것이 이은애 동문의 오랜 생각이다.

 

미래를 걱정하는 이화인들에게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화의 후배들에게 이은애 동문은 이렇게 조언한다.

 

“제 부모님 세대와 저의 세대는 많이 달라요. 또 지금 학생들의 부모님 세대와 학생들의 세대 또한 많이 다르죠.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어른들이 해 주시는 조언이 꼭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저도 처음엔 부모님께서 많이 염려하셨지만 지금은 이렇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있잖아요. 자신의 길에 확신이 있다면 주변의 염려 어린 시선 때문에 섣불리 포기하지 마세요.”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하는 길을 개척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그녀이기에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그녀의 응원이 도전을 준비하는 모든 이화인들에게도 마음 깊이 전해지길 바란다.


* 출처 : 이화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