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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포스코 신입사원 김화현(국어국문·08)

  • 등록일2015.03.19
  • 4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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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가을, 어느덧 이화에서 네 번째 학기를 보내고 있던 김화현(국어국문학 08)씨는 ‘포스코 산학장학생’ 선발 공고를 확인하고 지원했다. ‘장학생’이라는 부분에 흥미가 생겼지만, 열심히 하면 포스코라는 우수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포스코 산학장학생이란 포스코가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확보, 입사와 함께 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로, 장학증서를 받은 산학장학생들은 포스코에서 실시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일정한 입사 조건을 만족할 경우 졸업과 함께 입사할 수 있다.

 

  김화현 씨의 경우, 2010년 3월 산학장학생으로 최종 합격, 그 후 2년간 포스코 산학 장학생으로서 학비 보조금을 제공받는 동시에 이러닝, 현장실습인턴, 글로벌챌린지 등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포스코 건설에 어울리는 인재로 키워질 수 있었다. 물론 프로그램참가가 곧 100% 취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년간의 모든 이수 과정을 훌륭한 성적으로 마치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성장한 참가자들에 한해 진정한 신입사원이 될 수 있다. 산학장학생 150명 중 절반 정도인 80명이 포스코 신입사원으로 합격하였는데, 그 속에 화현 씨도 있었다. 2012년 1월 2일, 이화에서 자란 그녀가, 사회 초년생으로서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이었다.


여자가 많은 이화, 남자가 많은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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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화장실 수가 적다는 남자 교수님들의 푸념을 들으며 이화 캠퍼스에서 4년을 생활한 화현씨, 이제는 여자 화장실이 없는 제철소에서 하루를 보낸다. 남녀 구성원 비율의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진 드라마틱한 상황 속에 과연 그녀는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산학장학생 1기 100여 명 중 여자는 15명. 화현씨가 속한 산학장학생 3기의 남녀비율도 마찬가지다. 화현씨는 여대생활 4년 차, 주변에 여자들이 대부분인 일상에 익숙했던 그녀가 여자라서 눈에 띄는 곳에서의 생활한다는 것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우려했던 만큼 힘든 점은 없었다.

 

  “저희 반 25명 중 여자는 7명이예요. 솔직히 이화여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비율이잖아요. 처음에는 그 상황 자체가 어색했어요. 하지만 하루 종일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며 남자, 여자보다 동기, 동료라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와요.”

 

  현재 화현씨는 업무 배치 전 6개월간 진행되는 합숙교육과정에 참가 중이다. 교육기간 동안 스물다섯 명이 한 반이 되어, 육 개월 내내 일주일 단위로 시험과 프로젝트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4일간 교육 내용에 대해 테스트와 레포트, 팀 과제 및 스터디가 이어지며 일주일 단위로 빠르게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바쁜 일정에 쫓겨 사회인으로서 적응하며 이곳에서 남녀의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해진 것이다. 이화 캠퍼스를 떠나 당당히 사회인으로 마주한 현실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펄펄 끓는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거대한 제철소는 업종의 특성상 남자들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여대에 익숙한 제게 남자들의 조직은 처음엔 아무래도 이질감이 들었어요. 남자들이 많이 있는 집단의 분위기에 대한 익숙함도 제겐 없었으니까요. 여자의 존재 자체가 눈에 띄는 곳이니까 같은 환경에서라도 여자가 잘하면 엄청 눈에 띄어요. 반대로 못하면 엄청 마이너스로 다가오죠. 내가 못하는 이유가 ‘여자라서’가 될 수 있는 거죠. 남자가 많은 사회의 특징인 듯해요.”

 

  그러나 화현씨는 “입사 후 두 달여간 남자들과 남자 세계 속에서 살아가면서 느낀 것은 ‘남녀 구분을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끝없다.’는 것이다.”라며 “스스로 먼저 남녀라는 벽을 없애면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남자와 여자로 분리하는 순간부터 나에게 오는 모든 것이 부당하게 느껴질 것이고, 이는 비단 남자들이 많은 제철소와 같은 업종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전공과 진로 사이

 

  남녀의 구분은 무의마하다며 당당히 포스코에서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이화인, 김화현씨. 주전공은 국어국문학이다. 경제학을 복수전공하긴 했지만 바쁜 공정교육기간 속에서도 여전히 좋아하는 책을 틈틈이 읽고 있는 그녀는 ‘천생 국문학도’이다. 그런 그녀가 요즘, 6개월간의 합숙교육과정을 거치며 제철소의 공정을 배우고, 물리, 화학, 전기 등을 아우르는 이과계 공부를 하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국문과로서 포스코에 입사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요즘 회사의 추세가 문리통섭이라고 해서 인문적 소양과 이과적 소양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 말고도 철학, 중문, 동양철학 등의 인문 전공의 동기들도 많이 있지요. 교육기간인 요즘 공정을 외우고, 수학과 각종 화학공식, 물리와 전기 등을 배울 때는 저도 많이 힘들어요. 저는 완전히 국문과 스타일이니까요. 그래서 그만큼 더 열심히 하려 해요. 배우는 거니까요. 저도 그들과 함께 당당히 입사했고, 입사했으면 배워야죠. 내가 일할 곳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재미있다고 세뇌시켜요.” 이미지2

사회인이 돼서도 여전히 배움의 열정이 넘치는 화현씨. 그녀는 이제 원하는 업무에 배치되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위해 프로로서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도 똑같이 공부하는 것이지만 엄연히 달라요. 이제 돈을 주고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사는 것이 아닌 회사가 나에게 투자하고 있고, 그 투자만큼의 가치를 내가 이끌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하며 후배들에게 여행도 많이 다니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이화에서 보내는 시간들을 아낌없이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김화현씨의 배움의 길은 사회에 나아가서도 끝이 없다. 우리는 모두 다 어디서든 배워나가고 있다. 다만 그 곳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인지, 그 울타리를 넘어 홀로 서야 하는 사회인지, 그 장소가 다를 뿐이다. 그 배움의 공간이 학교든, 어디든 우리는 모두 이화 안에서 피어난 꽃이다. 이화에서의 소중한 시간들을 거름 삼아 세상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있는 화현씨처럼 그 어떤 단단한 곳에서도 아름답고 찬란하게 자신만의 꽃을 피워낼 또 다른 이화인을 꿈꿔본다.


* 출처 : 이화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