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한국인 최초 IOM 사무차장 이성아 동문(소비자인간발달학·01년졸) N
- 등록일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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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국제사회는 전쟁과 분쟁, 기후위기, 난민 문제, 노동 이주 등 복합적인 글로벌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국제 이주의 양상은 점점 더 복합적이고 상호연결적으로 변화하며, 인권·개발·협력의 관점에서 새로운 해법이 요구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전 세계 이주 현안과 인도적 대응을 담당하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투리는 한국인 최초로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차장에 올라 조직의 경영·관리·개혁을 총괄하고 있는 이성아 동문(소비자인간발달학·01년졸)을 만나 국제기구에서의 여정과 리더십, 그리고 이화에서 시작된 성장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무역센터(ITC),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IOM 등을 거치며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이성아 동문의 진솔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 보세요.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서 맡고 계신 역할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UN 국제이주기구(IOM)에서 경영, 관리·개혁 담당 사무차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성아입니다. IOM은 전 세계 이주 현안과 인도적 대응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UN 이주 전담 기구로, 저는 그 안에서 조직이 보다 효과적이고 책임감 있게, 그리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재정·인사·정보통신·조달·행정·보안과 같은 조직 운영의 핵심 기능을 총괄하면서, 변화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IOM이 더욱 민첩하고 일관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개혁과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이 역할은 단순히 조직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지원이 적시에 전달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기반을 튼튼히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IOM의 모든 회원국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국제기구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 역시 제 역할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Q. 한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일반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신 뒤 국제기구로 커리어를 전향하시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커리어를 선택할 때 '어디에서 더 많이 배우고, 더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을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의 민간 기업에서 일하며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지를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은 매우 소중한 기반이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와 제도를 넘어 더 큰 차원의 변화와 협력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국제기구로의 커리어 전환은 계획대로 매끄럽게 이루어진 길이라기보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 둔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불확실성은 분명 있었지만, 낯선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 더 넓은 시야와 더 깊은 책임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돌아보면 안정성보다 목적의식과 배움의 가능성을 선택했던 것이 제 커리어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Q. UN 산하 국제무역센터(ITC) 인턴 시절,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동문님을 끝까지 버티게 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의식, 그리고 저만의 꿈과 사명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버티게 한 힘은 ‘이 길이 내가 정말 가고 싶은 방향인가’를 스스로에게 계속 확인했던 마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제개발과 다자협력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고, 그 현장에서 배우며 제 역할을 찾고 싶었습니다. 불확실함 속에서도 그 경험이 제 시야를 넓히고, 더 큰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는 제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분명히 알게 된 시간이었으며, 버티기보다는 어려움과 도전을 즐기던 시절로 기억합니다.
Q.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 빌 게이츠 재단, IOM 등 다양한 국제 현장을 경험하시며 ‘국제기구에서 일한다’는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 경험이 있다면 함께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한다는 것은 추상적인 이상을 말하는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매우 복잡한 글로벌 과제를 사람 중심의 해법으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과업입니다. 무역·금융·보건·환경·이주처럼 분야는 달랐지만, 제가 늘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은 같았습니다. 제도와 시스템이 사람들의 삶의 기회를 넓히고 존엄을 지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더 취약한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곤 했습니다. 그렇기에 국제기구의 일은 정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정책이 현장의 현실과 연결되어야 진정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기관들이 함께 해법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때입니다. 또 IOM이 현장에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기회와 희망을 전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을 때도 깊이 기억이 남습니다.
그중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 중 하나는 수단에서 만난 여성 공동체입니다. 이들 중 한 여성은 전쟁 중 남편과 아들을 동시에 잃는 비극을 겪었고, 또 다른 여성은 전쟁 중 성폭력을 겪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깊은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이 여성들은 함께 모여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경제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이 만남은 제게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깊은 겸허함을 느끼게 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상실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이들의 회복력과 존엄성,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였습니다. 아울러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IOM 동료들의 모습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연대와 공감, 그리고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실천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깊이 경험했습니다.
Q. 오늘날 국제 이주 문제의 가장 큰 변화와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날 국제 이주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원인과 양상이 훨씬 더 복합적이고 상호연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쟁과 분쟁뿐 아니라 기후위기, 재난, 경제적 불안정, 인구구조 변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사람들의 이동을 더욱 불안정하고 때로는 위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람들의 이동을 막는 것만으로는 국제 이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더 안전하고 정규적인 이동 경로를 확대하고, 현장의 보호 체계와 데이터 기반 대응을 강화하며, 이주를 안보나 위기의 관점만이 아니라 인권·개발·협력의 관점에서 함께 다루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결국 국제이주기구의 중요한 과제는 사람들이 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이동이 더 안전하고 존엄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Q. 한국인 최초로 IOM 사무차장에 오르셨는데요.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타이틀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듣고 싶습니다.
저에게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의미는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한국이 국제사회와 다자협력 분야에서 쌓아온 역할과 신뢰를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이 타이틀은 더 큰 책임감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사람의 경력으로만 보이기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그려볼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사례가 되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저는 이런 ‘최초’가 특별한 사례로 남기보다는, 앞으로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인 인재들이 국제기구와 글로벌 공공 영역에서 활약하고, 한국의 경험과 시각이 국제적 논의에 더욱 풍부하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에게 이 자리는 개인의 역할인 동시에, 다음 세대를 위한 문을 조금 더 넓히는 책임으로 다가옵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7기 정성은( 기사 바로 가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