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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학계] 국립암센터 김용연 동문(생명과학·87년졸) N

  • 등록일2024.11.13
  • 121

이화는 1887년 최초의 여성전용 병원 보구녀관의 설립 이래, 1945년 국내 최초로 여성 의학과 약학과를 설치하고, 1996년 세계 최초 여성 공과대학 설립을 거치며 대한민국 과학기술 분야를 이끌어 왔습니다. 또한 한국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최초의 간호사 이그레이스와 김마르다를 배출하고, 최초의 여성 화학 분야 과학자 장혜원 박사, 한국 최초의 여성 물리학 박사 모혜정 교수 등 최초를 기록한 동문은 물론 STEM[Sciences(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학), Mathematics(수학)] 분야에서 활약 중인 다수의 여성 인재를 배출하며 막강한 여성 파워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STEM 분야 여성 리더로 활약하고 계신 국립암센터 연구부소장 김용연 동문(생명과학·87년졸)을 만나 보았습니다.

립암센터 최고연구원·연구부소장 김용연 동문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現 생명과학과)에 83학번으로 입학해 이화여대에서 발생학 석사과정까지 마친 김용연입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현재는 국립암센터 최고연구원과 연구부소장 직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Q. 국립암센터 연구부소장이자 최고연구원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국립암센터(National Cancer Center)는 암 연구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기관입니다. 일반적인 암센터가 병원이 제1기관인 것에 비해 국립암센터는 연구소를 제1기관으로 두고 있어요. 물론, 암 연구를 최우선 목적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연구소뿐만 아니라 부속병원, 국가암관리사업본부,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등을 모두 아우르고 있으며, 미국의 NCI(National Cancer Institute)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기관으로 보시면 됩니다. 

저는 국립암센터 비교생명의학연구과장, 이행성연구부장을 거쳐 현재 연구부소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관리직으로서 연구소의 재원 및 인력 확보, 다른 기관들과의 협력 업무, 승진 업무 체계 관리, 기기 확충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연구부서와 관리부서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동시에 연구직으로서는 암 전이 연구 및 희귀⋅소아암 부문 선임연구원, 책임연구원, 수석연구원 시절을 거쳐 현재 최고연구원으로 연구하고 있는데요. 특히 암 전이 연구 부문에서 골육종암, 유방암, 폐암 등 여러 암의 전이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Q. 현재 연구하고 계신 암 악성화 제어 연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암을 연구하는 목적은 암의 전이를 막는 방법을 찾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암이 치료에 저항성을 가지는 이유와 암의 전이 원인에 가장 주목하며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 연장선으로 현재는 '혈중 암세포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혈중 암세포가 어떻게 혈류에서 살아남아 다른 신체기관으로 전이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죠. 이와 더불어, 한약재에서 추출한 단일 물질 중 암세포의 아노이키스(anoikis)에 대한 저항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해 특허를 내기도 했습니다. 

립암센터 최고연구원·연구부소장 김용연 동문

Q. 연구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진행한 대부분의 연구는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는 연역적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사실 가설이 단번에 참으로 판명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웃음) 정답에 도달하기까지 부단히 많은 가설을 거쳐야 하는데요. 결과가 불투명한 가설들을 끊임없이 거듭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 과정이 힘든 만큼, 반대로 정확한 가설을 찾았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더불어 고무적인 의의를 가진 연구 결과를 발견했을 때도 뿌듯했고요. 


Q. 약 20년 이상을 암세포생물학 연구에 정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시절부터 발생학을 가장 재미있게 공부했습니다. 단일 세포가 분열해가는 과정도, 분열된 세포들이 신체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도 모두 흥미로웠거든요. 세포 분열에 대한 흥미와 관심으로 발생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행하며 본격적으로 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암은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많은 치명적인 질병이니 “내가 암을 정복해보겠다.”는 포부에서 시작된 연구였어요. 이후, 암이 지금까지 골칫거리로 남아 있는 이유는 암의 치료에 대한 내성과 전이성이라는 특성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현재는 이 두 가지 특성에 주목하여 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국립암센터 연구부소장 외에도 여러 직책을 역임하고 계신데요. 지금까지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WISET 멘토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현재까지 약 17년간 이화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의 여성 과학자들이 전문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제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교육의 기회가 적어서, 혹은 육아나 집안일로 인해서 공부를 포기하는 여학우들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도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많이 힘들었고요. 또 제 어머니께서 의대를 중퇴하고 많이 후회하시는 모습을 지켜봐 왔기에 환경적 제약으로 마음껏 공부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곤 했어요. 그래서 후배들은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사회봉사의 일종으로 멘토링을 시작했고, 전국의 미래 여성 과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에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립암센터 최고연구원·연구부소장 김용연 동문

더불어 한국세포생물학회 학회장으로 활동한 일도 보람 있었습니다. 업무가 정말 많은 직책이라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요. 주변인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학회장 자리에 오른 뒤에는 생각보다 훨씬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세포생물학회에서 온⋅오프라인 학회를 모두 연 학회장은 제가 처음이었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활동하기도 했고요. (웃음) 


Q. 향후 계획 및 앞으로의 연구 방향이 궁금합니다. 

정년 퇴임 후, 내가 가장 후회할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면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못 찾은 것”을 가장 후회할 것 같아요. 그래서 연구자로 활동하는 동안 혈중 암세포의 약점을 꼭 찾아내고 싶습니다. 더불어 최근에 철 이온을 이용해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가까운 시일 내에 이 방법과 혈중 암세포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도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의 여성 과학자를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저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서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간 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전문화시키세요. 특히 연구자들에게 전문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일을 두루 잘하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분야를 정하고, 그 분야에 대한 연구 결과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성별에 관계없이 교류의 폭을 넓히세요. 여성들 간의 연대도 중요하지만, 아직까지는 남성 위주인 과학계에 여성이 파고들어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연구 네트워크 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자신만의 전문 연구분야를 가지고 연구 결과물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무기가 있어야 공동연구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화가 미래를 예측하고, 그 미래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이화는 뒤처진 여성의 교육 수준을 일정 기준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의 이화는 기준치를 넘어서 미래의 선구자로서 인재를 개발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미래를 꿈꾸는 이화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길 바랍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5기 정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