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이화여자대학교

통합검색
nav bar
 
Ewha University

People

[경제계] 롯데멤버스 대표 김혜주 동문(통계학과·93년졸) N

  • 등록일2024.10.24
  • 197

이화DNA는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 빛나는 이화의 동문 분들의 스토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빅데이터 컨설팅/마케팅 전문기업 롯데멤버스 대표 김혜주 동문(통계학과·93년졸)을 만나보았습니다! 유수 기업을 거쳐 롯데멈버스 그룹 첫 외부 여성 대표로 취임하신 데이터 전문가, 김혜주 동문님의 스토리를 함께 만나 보시죠.
롯데멤버스 대표 김혜주 동문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통계학과 88학번으로, 학부 졸업 후 서울대에서 통계학 석사과정을 했고, 이후 SAS 코리아라는 회사에 처음 입사를 했습니다. 유학을 갈까 하다가 입사를 했는데 그때부터 데이터 관련한 일을 했고요. 계속 데이터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지금은 롯데멤버스의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Q. 늦었지만 롯데멤버스의 첫 외부 여성 대표이사로 발탁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회사원으로서 대표는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대표를 할 수 있게 돼서 기쁜 것도 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외부 영입 최초의 여성 대표이고 데이터 전문가로 대표가 된 것이기에, 제가 전문가, 여성 그리고 외부 출신이라는 부분을 대표한다는 생각에 '내가 실패해서 나쁜 사례를 만들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조금 더 많이 들었어요.


Q. 금융·제조·통신 등 다양한 산업 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데이터를 분석하나요?

‘빅’ 자가 붙어서 그렇지 데이터를 다루는 여러 분야 중 하나로, 그중 저는 데이터로 의미 있는 걸 뽑아내는 데이터사이언티스트라고 보면 될 것 같고요. 주로 했던 일은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데이터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입니다. 그래서 사회의 문제를 데이터의 문제로 바꾸고, 필요한 데이터를 정의하고 그것들을 분석해서 결과를 도출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실행할 건지 실행 프로세스 등을 같이 고민하고, 그걸 구현하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왔던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데이터를 활용한 자료로 돈을 벌어보라고 해서 관련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해왔습니다. 데이터 분석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일을 해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세상의 문제'를 데이터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사실, 데이터를 분석해서 무엇인가를 하는 일은 예전부터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집트에서 나일강이 범람하면 많은 사람들이 도망을 갔어요. 사람들이 도망가면 세금을 낼 사람도 줄고, 나라를 지킬 사람도 줄어들게 돼요. 또, 도망간 사람들로 인해 남은 사람들끼리 그 많은 세금을 내지 못해 노예가 되기도 하고요. 그러면 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홍수 범람으로 피해가 많은데도 세율이 그대로 인것이 문제인 거잖아요. 이를 문제로 규정하면 피해의 정도에 따라서 세금을 조정해 주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게 되겠죠. 여기서 ‘피해의 정도에 따라서 세율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라는 가설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피해의 정도를 추정하는 것이 데이터 분석가의 역할입니다. 최근 머신 러닝, AI 모델 등의 기술이 대두되며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데이터 분석의 핵심은 현실에 있는 문제를 어떻게 데이터의 문제로 바꾸느냐입니다. 그다음에 결과치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통계치를 쓰든 머신러닝을 쓰든 적절한 방법론을 고를 수 있어야겠죠. 적절한 방법으로 데이터에서 결론을 뽑아내면 또 그 결론을 어떻게 적용하는 게 맞는지까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이 데이터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화에서 통계학을 공부하셨는데, 통계학을 공부하신 것이 어떤 강점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통계학이 빅데이터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통계학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모델을 만드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배웁니다. 그다음에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죠. 문제에 따라서 데이터의 적절한 분석 방법론들을 배운 것이 다 기본이 될 수밖에 없죠. 수리적 모델은 무엇이고, 통계학적 모델은 무엇인가 등을 배우며 세상의 문제를 데이터의 문제인 가설로 만들고, 가설 증명에 필요한 데이터 모델을 만들고, 그리고 적절한 방법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데이터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을 배우니 당연히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데이터가 워낙 많아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머신러닝이나 AI 모델이 중요해지며 컴퓨터공학 관련 전공자들도 이 분야에 많이 일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데이터 자체가 많지 않았던 터라 데이터 샘플에 치우친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서는 통계적 모델을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제가 1994년부터 직장 생활을 했는데 예전에 데이터를 분석하던 사람들은 다 통계학 출신들이 대부분이었어요.


Q. 한 기업의 대표이사로서의 삶이 궁금합니다. 책임감이 막중하실 것 같은데, 어떠한 하루를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제일 많이 하는 건 회의고요. (웃음) 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어서, 5시 반쯤 일어나 회사 근처에서 운동하고 사무실에 들어와 쌓였던 자료 혹은 우리 회사와 관련한 뉴스들을 확인하는 걸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제가 할 일은 의사결정을 해주고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하려면 치우치지 않는 지식을 갖고 있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여러 방면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죠. 회의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사업을 부탁하는 것도 대표가 해야 되는 일 중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표가 가서 부탁하는 것이 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일들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Q. 빅데이터 전문가로서 그리고 대표이사로 일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데이터를 분석해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는 순간들이 다 즐거웠던 것 같아요. 주니어 시절 SAS 코리아를 다닐 때 SKT와 CRM 관련 이탈 방지 프로젝트를 했는데, 좋은 사례로 뽑혀서 말레이시아에 있는 텔레콤에서도 그 프로젝트를 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또 국내 최초로 카드를 승인할 때 도용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프로디텍션 모델을 만들었는데 ‘그 모델로 600억의 세이빙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보람이 컸습니다.

그리고 KT의 데이터를 활용해 관광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전국 지자체의 관광과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그 지역 주간/월간/연간 단위의 관광객 수와 함께 무엇이 변하고, 관광객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갔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이 플랫폼을 전국 지자체의 50% 이상이 사용하고 있어 정말 보람을 느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또 신한은행에서 마이데이터를 론칭하면서 저희만 갖고 있는 독특한 서비스들을 많이 만들었어요. 데이터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만든 '스토리뱅크'라는 모델이 실제로 시장에 나오거나 ‘참 괜찮다’는 반응을 들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Q. 반대로 오랜 커리어 기간 동안 어려움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점과 극복 과정이 궁금합니다. 

힘들었던 것도 너무 많았죠. 예전에 다른 회사에서 근무할 때 우리 팀에 두 개 파트가 있었어요. 한 파트는 제가, 다른 파트는 남자분이 파트장이었는데요. 다른 팀장님들은 저에게 “너 올해 승진하겠다.”라고 얘기해 주셨는데, 우리 팀장님이 “저 파트장은 외벌이고, 너는 맞벌이니까 남자 먼저 승진시켜야지.”라는 이야기를 대놓고 하신 적도 있고, “올해는 너무 바쁘니까 둘째를 가지면 안 된다."라고 하신 분들도 있고요. 지금이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회의를 하다가 결론이 잘 안 맺어지고 공방이 오갈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잠깐 쉬는 시간에 남자들끼리 우르르 흡연실에 가서 담배를 피우며 자기네들끼리 결론을 맺어 오는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저는 경력직으로 이직을 한 경우가 많았는데, 서로 오빠, 동생, 형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네트워크가 없어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인맥을 다지는 것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엄마로서 육아를 책임 지던 30대에서 40대 초반까지는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을 낼 수가 없었어요. 따로 저녁 약속을 잡아 네트워크를 다진다든가 하기 어려우니 정보에서의 소외 같은 부분이 많이 힘들었죠.

롯데멤버스 대표 김혜주 동문

Q. 빅데이터 전문가, 그리고 기업가로서 동문님의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는 언젠가 대표가 되겠다는 목표를 두고 달렸다기보다는, 그때 주어진 일을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금 자리에 오게 된 것 같아요. 지금 저한테 주어진 것은 #롯데멤버스 의 대표이사라는 직이기 때문에, 현재 저의 목표는 이 회사를 지속 가능한 회사로 만드는 것입니다. 저희가 여러 가지 과제들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변화들을 통해서 우리 회사가 100년이 지나도 살아남은 회사, 롯데 계열사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가 되도록 기틀을 잡는 일을 하는 것이요. ‘김혜주라는 대표이사가 있을 때 그런 기틀이 만들어졌어.’ 이런 말을 듣도록 회사를 변화시키는 것. 이게 당장의 목표라고 볼 수 있어요.


Q. 빅데이터 전문가를 꿈꾸는 후배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데이터 전문가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아야 해요. 데이터라고 하는 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 이유를 제공하는 것으로, ‘데이터로 보면 이러니까 우리는 이렇게 의사결정해야 돼.’를 알려줘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계속 갖고, 내가 일상 속에서 접하는 사소한 문제라도 그것을 해결하려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등등의 고민들을 꾸준히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데이터의 기술적 방법론, 해결할 수 있는 기술들은 너무 많아요. 때문에 그것보다는 ‘내가 사회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 ‘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를 얘기할 수 있는가.’ 이런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계속 일상 속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게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동문님께서 생각하시는 ‘이화 DNA’는 무엇인가요? 

자발적, 자주적, 그다음에 도전적. 여성이라는 성별에 가둬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 스스로 ‘여자는 이래.’ 아니면 ‘우리는 한계를 갖고 있어.’와 같이 이러한 한계를 규정짓지 않는 게 이화 DNA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대에는 여자들만 있잖아요. MT를 가서 캠프파이어를 한다고 해도 우리는 직접 불 피우고 불 끄고 짐 나르고 이런 걸 직접 다 해야 합니다. 사회 초년에 접하게 되는 그런 일들을 성 역할에 대한 구분 없이 굉장히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치들을 쌓을 수 있는 것이 이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대 출신 여자 직원들이 다른 남녀공학 출신 여자 직원들보다 조금 더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성과도 많이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한 경험들을 조금 더 쌓도록 노력하는 것, 이런 것들이 이대에서 다니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5기 송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