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방송계] MBC 뉴스전략팀장 성지영 동문 스토리
- 등록일2020.10.26
- 16479
이화여자대학교는 수많은 언론인을 배출해왔는데요. 오늘 이화투데이는 MBC 뉴스전략팀장 성지영 동문(사학·99년졸)을 만나보았습니다. 경향신문을 거쳐 MBC에 입사해 20여 년 간 '더 나은 세상을 위해'라는 모토 하에 뉴스를 전해 온 성지영 동문은 MBC 뉴스전략팀장 부임하며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고 계시는데요. 기자로서의 삶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던 성지영 동문과의 인터뷰, 바로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이화투데이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먼저 선배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MBC 통합뉴스룸에서 뉴스전략팀장을 맡고 있는 사학과 94학번 성지영입니다. 저는 99년에 졸업해서 경향신문에 입사했고, 2002년에 MBC 경력기자로 옮겼어요. 옛날 사람이네요. (웃음) MBC에서는 사회부, 문화부, 시사매거진 2580, 스포츠 취재부 등을 출입했습니다. 주말뉴스팀에 있다가 최근에 자리를 옮겨 뉴스전략팀장을 맡게 됐습니다. 뉴스전략팀은 이번 조직개편 때 새롭게 만들어진 팀인데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MBC 뉴스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까'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뉴스 전략을 머리로 세우기 보다는 직접 뛰자는 심정으로 최근에 새로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어요. 이번에 뉴스데스크가 개편으로 8시로 옮겼는데 뉴스데스크에 앞서서 뉴스 프리 데스크라고 뉴스 예고편같은 개념이에요. 매일 저녁 7시 20분부터 30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또한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의 일환으로 후배들이 하고 있는 똑똑 스튜디오 채널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매일 뉴스가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해야해서 힘들지만 선후배들과 함께 일하는건 굉장히 재미있어요.
Q. 기자라는 직업만의 특별한 점이 있나요?
기자는 늘 변화에 민감하죠. 한국 사회가 다이내믹하다고 하는데, 그만큼 기자들도 바짝 긴장하고 함께 뛰게 마련입니다. 특히 다른 직장과 다른 점은 아무래도 여러 회사를 다니는 기분을 만끽(?)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말뉴스팀에 있을 때면 항상 주말에 일하니까 월요일, 화요일을 쉬고 수요일부터 출근했어요. 수요일이 저만의 월요일인 셈이었죠. 그런데 이번에 뉴스전략팀으로 옮기고 나니 출퇴근 시간부터 만나는 사람까지 다 달라졌어요. 부서가 달라지면 다른 회사를 다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움과 도전, 적응 등 여러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재미있어요.
Q. 기자를 꿈꾸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장래희망이었어요. 장래희망이 직업이 되다니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했는데 사람 만나는 것도 무척 좋아해서 이걸 직업으로 한다면 뭐가 있을까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기자’ 적성에 맞을 것 같더라고요. 막상 기자되고 나서 힘들 때면 '내가 도대체 왜 그랬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요. (웃음)
또 학부시절 제 전공이 역사인데, 기자는 살아있는 역사 현장을 기록하는 ‘현대의 사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자야말로 작금 ‘문송의 시대’에 유일하게 문과가 대접받는 분야이기도 해요. 모 선배가 입사 시험날 "전국의 문송들이 봉기하는 날이 드디어 도래했다"라고 농을 건넬 정도였으니까요. 전공 공부하면서 이른바 ‘썰’을 풀었던 경험이 언론사 준비하면서 톡톡히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대학 시절 언론 분야 경험이라면, 교내 방송국에서 기자로 1년간 활동을 했고 과 신문반에서도 활동한 적 있습니다. 어학연수 다녀온 후로 본격적인 언론사 시험을 준비를 했습니다.
Q. 요즘 젊은 세대들은 신문이나 뉴스에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떻게 하면 신문과 뉴스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 팁을 주실 수 있나요?
요즘 기자들의 고민이자, 저의 고민입니다. '뉴스를 보지 않는 세대를 어떻게 하면 쉽고 다양한 뉴스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을까?' 내지는 '이런 문제의식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영상에 익숙하고 문자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다가갈 것인가, 그 고민의 산물 중 하나가 ‘14F’나 ‘엠빅뉴스’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매체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래에 '신문' 기사가 완전히 대체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여전히 라디오라는 매체를 이용하고 있잖아요? 그게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문자에는 상상력과 정교함 같은 힘이 있어요. 그래서 그냥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변화하겠죠. 어떤 변화가 있을까. 솔직히 모든 미디어 종사자들의 고민일 겁니다. 문자보다는 영상에 익숙한 세대들이 어떻게 갈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죠. 어떻게 될지 저도 궁금해요.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꼭 당부하고 싶은 건 기사들이 어렵다고 피하지만 말고, 또 ‘내 일이 아니겠지’하고 미뤄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무엇을 하려면 노력을 해야 하잖아요. 뉴스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도 ‘노오오오력’이 필요한 일이랍니다. 그 뉴스들이 결과적으로 여러분의 삶 하나하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Q. 기억에 남는 취재는 무엇인가요?
나이가 든 탓인지 모르겠지만, 굵직굵직한 사건보다는 마음을 울리는 이들이 남아 있어요. <시사매거진 2580> 시절 태호라는 장애 아동을 취재한 적이 있어요. ‘불쌍해요’, ‘도와주세요’와 같은 시각으로만 장애를 다루는 것을 피하고 싶었는데, 태호와 함께 지내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 생각해보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 일련의 과정들이 아이의 삶에 어떻게 다가왔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책임감도 큽니다.
또 국제팀에 있을 때 탈레반 피랍 사태를 전담했는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신 상황을 따라잡느라 혼신을 쏟았던 기억이 있어요. 뉴스를 보도하다 보면 드라마틱한 상황을 많이 겪는데, 그 상황이라는 게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는 불의한 경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흔히 말하는 후일담을 얘기하는 자체가 점점 불편해지더라고요.
Q. 언론 분야의 직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갖춰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요?
기자가 어떤 직업일까 생각해봤는데, 대신 묻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대중들이 먹고살기 바쁠 때에 그들을 대신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묻는 사람인 거죠. 그래서 기자는 '궁금해야 한다'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자료나 제보를 받았을 때, 누군가의 설명을 들었을 때, 단순히 읽고 듣고 '아, 그렇구나'하고 수긍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왜 이랬는지, 정말 이랬는지 궁금해하고 확인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또 사람에게 애정과 관심이 있었으면 해요. 그 애정과 관심이 사람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거든요. 이 사회의 긍정적인 힘을 믿고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변화합니다. 정보와 권력에서 소외될 수 있는 약자들에게 기자의 마이크가 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진 자들이 그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채널은 열려 있지만, 사회의 약자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것이 공영방송이 해야 할 몫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Q. 동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라는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대학생으로서 4년은 자신의 인생에서 그 누구도 보장해 줄 수 없는 중요한 4년입니다. 당장 자유롭잖아요.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회에 나와 보면 지금이 얼마나 자유로웠는지 새삼 느끼게 될 거예요. 그러니 지금을 즐기세요. ‘해도 되나’, ‘쓸데없는 짓은 아닐까’ 같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저질렀으면 해요. 적어도 1, 2학년 때는 저지르면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찾아내야 해요.
다음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지 실제 그 직업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근무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너무 많아요. 자신이 적절한 체력은 가졌는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뭔지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방구석이 아니라 직접 부딪혀 봐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동문님이 생각하시는 ‘이화 DNA’는 무엇인가요?
생존력입니다.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이화에서 기를 수 있었습니다. 또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당당함도 배울 수 있었어요. 시선에서 자유로운 공간이 이화였고, 그곳에서 공부하고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능력치를 발휘하고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화라는 공간의 강점이고, 이를 통해 이화인들은 치열함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지영 동문은 최근 유튜브 '똑똑 스튜디오' 채널을 통해 똑똑스페셜을 진행하며 새로운 미디어로의 도전도 이어가고 계시기도 한데요.급변하는 미디어 시대 속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기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공유할 수 있었던 성지영 동문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언론인을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성지영 동문의 인터뷰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