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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뉴스

이배용 총장 한국경제신문 인터뷰

  • 작성처
  • 등록일2007.12.21
  • 17060
한국경제신문은 12월17일자 월요인터뷰 지면에 '하버드 아시아 교류 파트너-이화여대 이끄는 이배용 총장'이란 제목으로 본교 이배용 총장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 관련기사(하버드 아시아 교류 파트너-이화여대 이끄는 이배용 총장)
- 관련기사(꿈을 현실로-해외캠퍼스추진, 이화학술원건립)



`하버드 아시아 교류 파트너` 이화여대 이끄는 이배용 총장

이화여대는 최근 미국 하버드대가 진행하는 아시아 국제교류 프로그램의 한국 측 파트너로 선정됐다.

국내 대학 중 유일하다.

하버드대가 올해 뽑은 전 세계 22개 대학 중 이화여대는 싱가포르국립대,인도 뉴델리 ITT,일본 도쿄대,홍콩대 등과 함께 국제화에 관한 한 아시아 지역의 대표 대학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서울 신촌 이화여대 총장실이 있는 본관은 항상 해외 명문대 총장들로 북적거린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2~3명의 외국 대학 총장이 다녀가기도 한다.

이배용 총장

이배용 총장은 취임 후 1년5개월간 30개 학교에서 총장 등 230명의 국제교류 관계자를 만났다.

지난 10월 국내에서 유일하게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 취임식에 참석했을 때는 3일 동안 무려 5명의 미국 명문대 총장들을 만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총장은 이들과의 만남을 일회성으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한 번 만나면 대부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다. 이화여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는 뜻이다. 따뜻한 마음과 해박한 지식으로 상대방의 경계심을 녹이는 이 총장 특유의 친화력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이화여대의 국제화를 이끄는 이 총장의 '어머니 리더십'이다.

지난 14일 총장 본관에서 만난 이 총장은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모든 사람들을 대하면 봄눈 녹듯이 관계가 풀어진다"며 "섬세하고,다정하고,아끼고 보살피는 어머니의 마음이야말로 이화여대가 지향하는 '이화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총장들과 교류하면서 이화여대 국제화의 최일선에서 발로 뛰고 계신데요. 세계 명문대 총장들과 사귀는 비결이라도 있나요.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 통하는 것이죠.못생긴 모과 하나로도 분위기가 풀어질 수 있어요.
침팬지 연구의 권위자인 제인 구달이 이화여대 강단에 설 수 있었던 일화를 소개할게요. 목감기에 걸린 제인 구달이 총장 공관을 찾았어요. 그날 모과차를 직접 끓여 대접했죠. 제인 구달은 향이 좋다며 모과에 큰 관심을 보였어요. 모과는 향도 좋고 목감기에도 효능이 뛰어나지만 모양이 이쁘지 않아 한국에서는 못생긴 사람을 '모과덩어리'라고 한다는 얘기를 해줬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가 마음을 열었죠.제인 구달은 그 자리에서 이화강단에 서겠다고 약속했죠."

-여성 총장으로서 여성 특유의 친화력이 베이징,하버드 등 콧대 높은 명문대들과 교류하는 데 장점으로 작용한 건가요.
"물론입니다. 정식 절차를 밟았다면 이들 대학과의 교류는 꿈도 못꿨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 마음이 통해 총장끼리 의기투합하면 대학 간 교류는 저절로 따라오는 거죠. 지난 10월 하버드대의 초청을 받아 갔을 때도 그 자리에서 하버드대 아시아 국제교류 프로그램(HCAPㆍHarvard College in Asia Program)의 유일한 한국 파트너 선정을 약속받았어요.
또 미국 최고의 여자대학인 웰슬리대와는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어요. 컬럼비아대와는 공동 특별 서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최근 합의했어요.
미국 명문대 총장들과 마음이 통했기 때문에 가능했죠.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인가요.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죠.
사회는 분초를 다투며 흘러가지만 대학만큼은 그 숨가쁜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사회의 중심가치를 제시해야 해요. 세상이 미래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면서 놓치고 가는 것들을 대학이 챙겨 담아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으로 봤을 때도 대학은 인간이 완성되는 곳이에요. 어린 학생들이 인생의 원대한 가치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하버드대가 교양교육을 개혁하며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은 이 같은 맥락이죠."

-이화여대의 시대적 책임은 뭔가요.
"우리 사회의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산소처럼 사회에 가치를 불어 넣는 역할이죠. 이화여대 국제화의 궁극적 목표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어요.
이화여대가 추구하는 국제화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입니다. 20세기 들어 전 세계가 본격적으로 만났지만 자국의 이해만을 추구하는 국제화를 추구했죠.세계 1,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자기만 살려고 하면 자기도 못사는 상황이 온다'는 교훈을 얻게 됐죠.
이화여대 학생들은 국제화를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21세기적 가치를 배웁니다."

-양성평등의 확립도 오늘날 이화여대에 주어진 사명이 아닐까요.
"121년 동안 여성 교육의 탯줄 역할을 해왔던 이화여대가 제일 먼저 양성평등시대를 위해 앞장서야겠지요.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일하는 여성의 비율이 50%가 넘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여성의 일자리가 많아진다고 만족해선 안됩니다. 그만큼의 인권 신장이 이뤄져야 하죠.남성들과 동등한 위치까지 올라갈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양성평등이 아닙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최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이화여대만이 갖고 있는 로스쿨 경쟁력은 뭔가요.
"이화여대 법과대학은 2007년 사법고시생 배출에서 전국 5위에 오르며 명문 법대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 특히 판ㆍ검사 임관율도 매년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법조계의 여풍을 주도하고 있죠.
1995년 로스쿨 도입 방안을 검토하던 시기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철저히 준비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생명의료,인권,젠더 관련 법 등 특화 전문 분야에서는 독보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요."

-최근 대학들 사이에 국제화만큼이나 중요한 게 모금 활동입니다. 지난해 8월 취임 당시에는 1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이화여대는 10여년 전부터 미국에서 제일 모금을 잘한다는 대학에 가서 노하우를 배워 왔어요. 하지만 대학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회가 따라와야 하니까요. 최근엔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면서 그동안 축적해 놓은 실력을 발휘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대학은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기업의 논리와는 다르게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겠지요. 대학은 연구와 교육,사회공헌이 없으면 생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화여대는 가시적인 모금 활동뿐 아니라 미래에 더 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능하면서도 반듯한 인재 육성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이화여대만의 개혁이 있다면요.
"대학 경쟁력 강화는 단과대학 자체 경쟁력 강화가 필수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이번 2학기부터 시범 운영 중인 단과대학 역량진단 시스템을 내년 1학기에 전면 시행할 예정이에요.
하지만 타 대학의 목표관리제가 빠질 수 있는 지나친 계량화는 경계할 계획입니다. 각 단과대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장단점을 자체 진단하고 목표를 수립하는 게 중요하죠."

한국경제신문(2007년 12월 17일자)


세계 20곳 해외캠퍼스추진, 이화학술원건립-꿈을 현실로

역사학자인 이배용 총장은 역사의 흐름에서 시대를 꿰뚫는 혜안을 강조한다. "역사의 길이가 길수록 미래를 비추는 길이도 길다"는 게 그의 교육철학이다. 121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화여대가 한국 여성은 물론 한국의 미래를 밝게 그리고 오래 비추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이 총장은 이화여대의 아름다운 희망을 유난히 강조한다.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말투로 자신의 희망을 이야기하면 듣는 이는 어느새 그에게 동화된다. 이 총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했다면 핑크빛 이상으로 치부될 법한 이야기도 그를 통하면 생명력을 얻는다. 희망을 쏟아내는 그의 표정과 몸짓에서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언제나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니까요."

지난해 취임한 이 총장은 아름다운 희망을 하나둘 이뤄가고 있다. '이니셔티브(주도권) 이화.' 미래 어떤 분야 어떤 영역에서든 주도권을 쥐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막연하게 주도권을 쥐겠다는 이상적인 희망도 이 총장이 추진하면서 현실이 됐다.

그는 취임 직후 국제교류처를 강화했고,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해외 거점 캠퍼스 사업을 추진했다. '이화 인 뉴욕' '이화 인 베이징' '이화 인 파리' 등 2010년까지 세계 핵심 도시 20여곳에 해외 거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입학생의 60%를 해외로 보내겠다는 그의 희망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학문 간 융합은 이 총장의 또 다른 희망이었다. 이를 위해 융합 학문의 큰 집이자,세계 지식의 용광로인 '이화학술원'을 설립했다. 학문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화학술원에는 정형화한 프로그램이 없다. 대신 방글라데시 빈곤 퇴치 운동으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부터 200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그럽스 교수,'역사의 종말' 저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세계 석학들이 참여해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어 창의적인 학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부생들도 지적 자극을 받고 있다.

'이상'을 '현실'로 만든 이 총장의 두 번째 작품이다.

한국경제신문(2007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