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이화여자대학교

통합검색
nav bar
 
Ewha University

이화뉴스

제13대 이배용 총장 취임사(전문)

  • 작성처
  • 등록일2006.07.24
  • 12980
"모든 분야에서 한발 앞서 가는 이니셔티브(Initiative) 이화"



존경하는 학교법인 이화학당 윤후정 이사장님, 정의숙 전 이사장님과 이사님, 장상, 신인령 전임 총장님과 모든 이화인 여러분, 그리고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오늘 120년 전통의 이화여자대학교 제13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소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이 시간 40년 전 꿈 많은 대학생으로 공부하던 이화의 아름다운 여름날을 회상하게 됩니다. 그 때부터 이화는 저의 젊은 영혼에 학문과 신앙 그리고 희망과 사랑과 열정을 깊이 심어 주었던 제 삶의 고향이었습니다. 부족한 사람이 이렇게 중한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물론 전적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힘입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이화의 많은 스승님과 선배님들의 가르침과 격려가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총장의 직무를 맡아 이화의 훌륭한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최선을 다해 이화를 섬기겠다는 약속을 감히 드립니다.

이화를 사랑하는 이화가족과 내외 귀빈 여러분.

이화의 120년은 하나님을 섬기는 진리의 등대였으며, 한국 근대사의 거대한 횃불이었고, 여성의 인간화를 위한 위대한 기록이었습니다. 한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이자 민족의 숨결로, 지성의 새 터로 시작된 이화였기에 그 오랜 인습의 속박에 억눌렸던 이 땅의 여성들을 당당한 인격체로, 역사의 주체로 탈바꿈하도록 교육시킴으로써 하나님 역사의 거룩한 소명지가 되게 했습니다.

이화는 역사의 매 단계마다 다가올 시대의 변화를 예비하고 이를 기회로 삼아 개척과 도전의 정신으로 대응함으로써 한 단계씩 도약하는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이제 이화는 세계적 여성지도자를 키우면서 범 학문 분야를 포괄하는 학부와 대학원,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 체제를 고루 갖춘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여자대학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이화의 도전과 성공은 하나님의 특별한 도우심과 역대 이화의 지도자들, 그리고 선배, 스승님, 교직원, 동창님들의 개척자적 비전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총장에 취임하면서 이화 발전에 초석을 놓으신 스크랜튼, 아펜셀러 선생님을 비롯한 선교사 선생님들의 이화 사랑과 헌신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아가 온 몸을 바쳐 이화를 지켜내시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닦으신 김활란, 김옥길 두 분 총장님의 탁월한 리더십을 기억합니다. 이화의 교육과 연구, 그리고 재정확충에 공헌하신 정의숙 총장님, 이화 21세기를 준비하시고 세계화로의 발전방향과 구체적 실천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루어내신 윤후정 총장님, 그 뒤를 이어 이화발전에 헌신 진력하신 장상 총장님, 신인령 총장님의 노고와 성과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제 총장의 직무를 이어받으면서 이화정신의 소중함을 간직하면서 새로운 시대 변화에 대비하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 앞에 다가오는 세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그 자체입니다. 이미 세계는 무형자산의 가치가 증가하는 지식기반사회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역시 과거 선진국을 따라가던 추종형 모델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통해 선진국과 경쟁하는 선도형 모델로 이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간의 경쟁은 국경을 넘어 국제적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대학이 실용적인 신 성장 분야의 육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세계 최고의 여자대학으로 자리 잡은 이화는 창조적 개척정신으로 시대 변화를 극복하고 21세기 대학교육을 선도하기 위해 힘껏 배를 저어나가야 합니다. 저는 새로운 항해의 출발점은 우리 이화 공동체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화는 학문의 연구와 교육에 뛰어난 대학입니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삼아 한발 앞서서 21세기의 대학교육을 선도해야 하는 지도자로서의 막중한 사명과 책임의 자리에 서야 합니다. 그리하여 한발 앞서서 새로운 선택을 마련하고 적용하는 창조적 진화능력을 무한히 발휘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대사적 인식 아래 저는 앞장서서 주도하는 새 이화, 즉 “이니셔티브 이화(Initiative Ewha)”를 이화의 새 비전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화는 21세기 변화하는 시대에서 대학 교육의 미래를 설정하고 이화 교육이 모든 영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첫째로 이화는 전인적 인간화 교육을 더욱 내실있게 다져야 합니다. 대학의 가장 중심 목표는 참다운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원래 대학의 고전적인 기능은 인문적 가치에 바탕을 둔 전인적 인간화의 실현이었습니다. 이화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서 항상 더 인간답고 더 인도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이화는 더욱 선진화된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이루어 대학 본연의 제 기능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대학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몇 가지 지표들에 의한 피상적인 경쟁력이 아닌, 참으로 고상하고 인정 많고 인간다운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배출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본질적 경쟁력 그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한 이해관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포용성과 인간적인 품성을 기르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화의 지성들이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이웃에 헌신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재로, 남을 섬기는 지도자로 일할 수 있는 인성과 지성을 겸비할 수 있도록 기본 소양 교육과 사회적 리더십을 강화하는 별도의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겠습니다. 그럼으로써 매사를 분별있게 헤아릴 줄 알고 균형잡힌 판단과 사고를 할 줄 아는 참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이화의 유능한 인재들이 세계 각국으로 널리 퍼져나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대학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화는 자신의 문화를 세계화하여 학생들을 다문화적 소양과 국제적 역량을 지닌 세계 고등 시민으로 양성해야 합니다. “이니셔티브 이화”의 비전은 곧 세계적인 시야와 덕성을 이화인에게 길러주는 글로벌 이화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21세기의 지식과 자원의 유통은 국가의 경계를 초월하여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화가 배출하게 될 인재들도 이제는 지구적 이동성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하고, 글로벌 언어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다문화적 소양을 갖춘 세계 수준의 고등 시민으로서의 지식인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이화의 대학 문화는 이화의 정체성과 민족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제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화캠퍼스가 다양한 문화적, 인종적 배경을 갖는 다양한 주체들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열린 마음과 함께 교수와 학생의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국제적인 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이화는 해외대학과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미국, 유럽 이외에도 동북아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 속에 글로벌 대학으로서의 거점을 더욱 넓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동서양을 잇는 여성교육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글로벌 이화를 이뤄내기 위해, 필요하다면 저는 국제화 업무를 총괄할 부서를 설립하여 장기적인 비전과 체계적인 계획으로 국제교류의 내실화, 외국어훈련의 획기적인 강화를 효과적으로 이루어 내고자 합니다.

셋째로 이화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학문의 수월성을 이룩하는 진취적이고도 독창적인 연구를 활발하게 행하는 창조적인 공간이어야 합니다.

대학에서 연구야말로 가장 중요한 본질이며 그것을 통하여 국가와 사회에 기여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일류대학을 지향하는 이화는 여러 교수님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 수년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룩했습니다. 특히 이공계 분야에서는 BK사업, 국가핵심연구센터, 우수연구센터 등에 연속적으로 선정되어 중·단기 목표 달성에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합니다. 또한 이화는 인문, 사회, 예술분야에서도 매우 창의적인 성과를 거두어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화의 내일을 위한 새로운 시작일 뿐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첨단과 전통이 융합되면서 디지로그의 통합과 네트워크로 구축되는 새 문명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학문과 연구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범세계적인 학문 교류와 통합을 이룩해야 합니다. 분산적으로 이루어지는 개별 연구로는 학제간의 협력을 요구하는 국가와 기업의 수요 충족에 한계가 있습니다. 각 연구 분야에서 새 주제들이 제기되면 대학의 여러 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추진방안과 참여방안이 활발하게 제기되는 연구 조직의 풍토와 인프라 구축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특히 이화대학은 인문, 사회, 자연, 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는 종합대학으로서 선택과 집중의 특성화를 추진하는 한편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조화, 다학문간의 균형과 융합도 충분히 고려할 때 이화의 창의적 잠재력은 더욱 빛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21세기 문명을 선도하기 위해 이화가 지식순환의 정점에 서야한다고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 이화학술원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이화학술원은 학제간 공동연구 및 기존 분과 학문간의 융합을 유도하고 이화의 연구를 총괄하는 구심점으로 학문적 성과를 교내외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학문의 수월성에서 이화가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연구 주제들이 활발히 제안되고 공유되며, 신속하게 연구가 추진되고 확산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화학술원이야말로 이화의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더 도약시켜 이화를 세계적인 최고 고등연구기관의 반열에 서게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그리고 이화인 여러분.

이제 이화는 120년의 찬란한 역사를 바탕으로 이화가 3주갑(周甲)을 향한 출발점에서 세계적 대학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 이화”를 향한 웅비의 나래를 펴는 첫 순간에 서 있습니다. 이화가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위해서는 이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다 함께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이화 공동체에서 다양한 구성원 사이의 조화와 소통을 통한 화합의 노력이야말로 절실히 필요한 과제입니다. 저는 지금 이화에서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이화의 구성원들이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화하고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서로를 격려하는 신뢰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모든 이화 구성원들이 행복한 마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터전으로서의 이화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총장으로서 저는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교수, 교직원, 학생복지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성심껏 모색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이화는 인류평화와 꿈을 실현하는 세계 최고의 지성 공동체를 완성하는데 슬기로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진정으로 인간적이고, 실제로 세계적이며, 본질적으로 창의적인 이화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이 길 위에 이화의 모든 교수님들과 교직원 여러분, 학생 여러분, 그리고 동창님들의 땀 흘리는 참여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저는 여러분의 힘을 하나로 모아 이화가 세계 100대 명문대학으로 올라 설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기울이겠습니다. 저는 총장으로서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올바르고 가장 바람직한 대학문화를 실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이화가 이 시대에 잃어버렸던 모든 지식인의 마음의 고향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거듭 저는 여러분 모두의 창의적이고도 건설적인 의견에 귀를 기울여 우리 모두가 격려와 헌신으로 이룩해가는 이화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길에 앞장설 것을 약속드립니다.

하나님의 이화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은총에 머리숙여 감사드리며 이화인 모두가 함께 가는 앞길을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06년 7월 21일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이 배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