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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작가로서의 삶, 화가 박가나 동문 인터뷰

  • 등록일2018.06.27
  • 3722

이화인 여러분!
학교생활과 여러 가지 일들로 바쁜 하루하루 보내시고 계실 텐데, 가끔은 주위를 둘러보며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화여대에는 다양한 문화 공간과 이벤트들이 있으니까요. 조형예술대학 A동 1, 2층에는 '이화아트센터'라는 작은 전시공간이 있는데요, 이화인들의 멋진 작품들이 늘 공간을 빛내주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조형예술대 1층에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그림들이 전시되었는데요, 하늘빛을 담은 박가나 작가를 이화투데이 리포터가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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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나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89년도 졸업한 서양화과 박가나라고 합니다.

 

최근 조형예술대학에서 전시를 진행하셨는데요...
우연히 학교 행사를 방문했다가 조형예술대 A동 1층에서 대학원생 전시를 보게 되었어요. 전시 공간이 작고 아담하게 예뻐서 전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올겨울 끝자락에 행정실에 전화해서 문의하니 마침 4월에 대관이 가능하더군요. 4월이면 학교 교정이 너무 예쁠 것 같고, 옛날 생각도 나고 친구들이랑 교정을 추억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전시를 하게 됐어요. 

 
전시 내용은 무엇인가요?
매 순간 다른 하늘빛을 담고 싶었어요. 한 번도 똑같은 하늘은 절대 없더라고요. 제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들을 나누고 싶었어요. 작가가 손으로 그려나가는 게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따라가진 못하잖아요. 그래도 제가 욕심을 좀 냈어요. 완전히 따라 하지는 못하지만 흉내 내보는 거죠.

2018년에는 계속 하늘빛을 그려내보려 해요. 작품을 보면 변형까지는 아니지만, 짧은 것도 있고 기다란 것도 있어요. 하늘이 넓고 높은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50호 캠퍼스를 2개 붙이기도 하고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간다거나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것들을 나타내고자 동그란 캠퍼스에다 하늘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높은 곳에서 보는 하늘과 땅에서 보는 것이 또 다르더라고요. 제 작품의 가장 큰 주제는 '행복 여행'이에요. 큰 '행복 여행' 안에 겨울 눈꽃도 있고, 하늘빛도 있고, 돌의 색도 있어요. 여러 자연을 담아내고자 하는 거죠. 

 

박가나  

 
'이화평면전시'라는 타이틀의 전시도 하셨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이화평면전시'는 이대를 졸업한 선후배들이 모여서 한 전시예요. 회화가 가장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평면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나타내보자고 이화를 졸업한 선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전시를 기획하게 됐어요.

 

이화인들이 모여서 여는 전시가 많나요?
소그룹으로 열고는 합니다. 예를 들어서 작년에는 85학번 26명이 모인 전시회 ‘벗’이 있었어요. 학교 다닐 때는 한 교실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인데 졸업을 하고 나서 사는 곳도 다르고  다 제각각이잖아요. 교수가 된 친구도 있고, 작가를 하는 친구도 있고 주부인 친구도 있고 다들 여러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이 있거든요.

그래서 크든 작든, 드로잉이든, 사진이든 뭐든 상관없이 벗들끼리 모여서 전시를 하자고 해서 2017년 8월에 모였지요. 파리,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각지에서 그림들이 오고, 친구들이 다양하게 작업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벅찼어요. '벗'이라는 게 세월을 지나서 만나도 같은 것들을 지향하고 그린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어요. 그 당시 저희를 가르쳐주셨던 교수님께서도 오셔서 참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예술 활동을 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어릴 때 부모님과 산행을 자주 갔어요. 산에 갈 때마다 아버지께서 주변 풍경에 대해서 많이 말씀해주셨어요. 고사리가 자라나는 모양, 도토리씨가 올라오는 모습 등이 기억에 남아요. 어떻게 보면 그게 아버지와의 여행이잖아요. 추억의 여행임과 동시에 그런 것들이 기본적인 소양인 것 같아요. 상상과 생각을 많이 하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해요. 그런 예쁜 것들을 보면 마음이 벅차오르는데 그 마음을 캔버스에 담는 것 같아요. 


본인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예전에 어떤 작품이 너무 좋았다고 해도 다른 작업을 새롭게 하면 그 작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잖아요. 작가들은 옛날에 너무 좋았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앞으로 나에게 펼쳐질 또 다른 작업도 예전보다 더 좋을 것이란 기대를 해요. 그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뭐냐고 묻는다면 '다 좋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모든 그림 다 그 당시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그려낸 그림들이니까요.

 

박가나

 
작업을 할 때  특별히 고수하는 신념이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작업을 할 때 항상 혼자 중얼중얼 이야기 해요. 선을 그을 때나 면을 나눌 때나 마치 누구와 같이 대화하듯이 해요. 작업에 대한 기도일 수도 있고 그릴 수 있음에 대한 감사일 수도 있겠네요. 사실 삶이 다 감사잖아요. 내가 잘나서라기 보다는 제게 주어진 것들 덕분에 이렇게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뿐만 아니라 작품을 하면서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가족, 친구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조언을 받기도 하곤 해요. 

작품을 하기 전에 백작업을 하는 등 준비를 하는데, 저는 그게 여행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경험하지 않은 과정'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준비하는 과정이 되게 행복하고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니까 더 기대되는 것 같아요. 저의 작품의 큰 틀은 언제나 '행복 여행'이에요. 


학부생 때 배운 가장 의미 있는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그 가르침이 선배님께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도 궁금합니다.  
교수님께서 졸업할 때 해주신 말씀이 "너희는 전문가다."였어요. 대학 입시를 치르고 4년 동안 전문교육을 받는 거잖아요. 이미 너희는 프로라고 말씀해주시면서 예술가로서의 긍지를 심어주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제가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주부라고 답하곤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작가라고 쓰고 있더군요. 아이들이 다 큰 지금은 작가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건 안 그리건 작업실에 나가요. 아침 10시쯤 출근해서 6시까지 그림 앞에 앉아서 혹은 책상 앞에 앉아서 그림에 대한 생각을 해요. 어떤 걸 담고 싶었는데 안될 때는 아예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날도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면 또 그림의 길이 보이기도 하고요.


선배님께 이화의 DNA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따뜻함'인 것 같아요. 교수님들께서 따뜻하게 맡아주셨던 기억이 항상 있어요. 교수님들, 선배님들께서 주시는 에너지, 또 우리가 후배님들에게 주는 에너지가 DNA가 아닐까 싶네요. 어딘가에 가서 학교 선후배라고 하면 따뜻하게 맞이해주시는 게 참 좋은 거 같아요. 같은 학교에 다녔다는 것만으로 나오는 공감대가 온기를 줘요. 


후배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전해주세요!
요즘 친구들이 참 지혜롭고, 우리들 세대보다 여러 면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상황이 많이 팍팍하고... 팍팍한 삶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하늘도 한 번 올려다보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 이화투데이 리포터 강은솔(산업디자인과·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