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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MBC 시사교양국 PD 김보슬 동문을 만나다

  • 등록일2018.06.04
  • 4902

날카로운, 때로는 따듯한 시선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송으로 제작하는 PD, 많은 대학생들이 꿈꾸는 직업 중 하나인데요. 단지 방송일이 재밌어서 시작해 16년째 MBC에서 ,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아침발전소> 등 여러 시사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이화인이 있습니다. 2009년 'PD수첩'으로 제21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MBC 시사교양국 PD 김보슬 동문(정치외교·01졸)을 이화투데이에서 만나보았습니다!

 

김보슬동문

 

Q.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MBC에 2003년에 입사해 올해 16년 차 된 PD 김보슬입니다.  ,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휴먼다큐 사랑> 등 여러 교양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고, 현재는 <아침 발전소>라는 프로그램 연출을 맡고 있습니다.


Q.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PD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대학생 때부터 원래 방송에 관심이 많아서, 정치외교학 외에 신문방송학을 부전공으로 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프리랜서 조연출로 방송일을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시험을 보고 방송국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이런 게 방송이구나.’ 방송을 만들어 나가는게 너무 보람 있고 살아있는 것 같이 느낌이 들었어요.


Q. 연출하셨던 프로그램들이 모두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인데요. 이러한 시사·교양 프로그램 연출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회사에 들어올 때 PD라는 직군으로 채용이 되었는데요. 회사에 들어오고 나면 드라마 제작하고 싶은 친구, 예능이나 교양 제작하고 싶은 친구가 다 나뉘어요. 저는 시사뿐 아니라 다큐멘타리 교양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예능이나 드라마 쪽은 생각을 안 했고, 교양 프로그램 연출을 맡아서 지금까지 쭉 하고 있어요.


Q. <PD 수첩> 은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를 자처하며 정치, 종교, 언론 등 힘 있는 집단의 치부를 정면으로 고발하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사회의 이면을 보도함에 있어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제가 을 연출하면서 가장 탄압받은 피디 중 한 명일 거예요. 2008년에 미국산 쇠고기 협상 편을 방송했는데 이 협상이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방송이었어요. 그런데 그때 당시 정권 차원에서 이 방송에 대해 가한 보복성 행위들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죠. 경찰 수사도 받고, 그 때문에 회사에서 시위도 하고, 몸도 마음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MBC라는 조직 자체가 정권 차원에서 부당한 압력이 있을 경우에 구성원들을 보호해주는 데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어서 구성원들과 함께 잘 이겨냈던 것 같아요.

김보슬동문 
사진 출처 : MBC뉴스(http://imnews.imbc.com/news/2018/culture/article/4583183_22670.html)


Q.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통해 삶의 향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년 2017년에 진행한 <가정의 달 특집 휴먼다큐 사랑>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으로 부당하게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었어요. 1편은 평생을 살아온 미국에서 강제 추방된 입양아, 2편은 세월호 사고로 딸을 찾지 못한 두 엄마, 3편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이렇게 3편의 에피소드였어요. 많은 분들이 이 방송을 보고 공감해주시고 여러 방면으로 출연자들에게 도움을 주셨어요.

저에게는 유명한 연예인보다는 일반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큐멘타리를 만드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고 시청자들이 이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 사람들을 같이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만으로 출연자들에게 심적으로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 때보다 <휴먼다큐 사랑>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제 스스로 ‘내가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기억에 남습니다.


Q. PD로서 프로그램을 제작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혹은 PD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세상을 보는 눈’이에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 아이템을 고를 때 본인 스스로 ‘이것만은 사람들이 알아야 돼.’라고 생각하는 것을 정하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이 개입해서 대신 고르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제일 중요한 것 같고, PD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도 아마도 이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Q. 일을 하면서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시나요?
내가 방송한 내용에 대해 사람들이 공감해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한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고 말도 안 통해 어려움을 겪었던 입양아의 이야기를 방송으로 제작해서 결국 가족을 찾을 수 있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아! 그래도 내가 이 사람에게 도움이 좀 됐구나.’하는 생각에 정말 뿌듯했죠. 내가 이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금전적인 원조를 해주는 게 무슨 큰 도움이 되겠어요? 이 사람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인 것 같아요.

김보슬동문 
사진 출처 : 한겨레신문(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0602.html)


Q. 「배운 녀자 - 나만큼 우리를 사랑한 멋진 여자들의 따듯한 이야기」 라는 책을 통해 '여성 PD'로서 청춘들, 특히 여성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들을 전하기도 하셨죠.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여성으로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입사할 당시에 PD 분야에 아홉 명을 뽑았는데, 여자는 제가 유일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남자를 뽑아야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의식이 만연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새는 채용에 있어서 그런 성별적인 차별이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다만, 애 키우는 엄마와 PD의 일을 병행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이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아이와 만나는 시간조차 너무 적었죠. 이 직업 자체가 근무시간이  '9 to 6'으로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굉장히 불규칙하기 때문에 육아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본인의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아침 시간에 방영되는 시사 프로그램이에요. 아무래도 방영 시간대가 아침이다 보니 주 시청자는 주부들이죠. 그 시간대에 주부들이 보는 프로그램 중에 '막장', '불륜' 같은 내용 말고, 정말 영양가 있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발랄한 시사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아직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세상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관심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청률과는 관계없이 말이에요.(웃음)


Q. 선배님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학부 재학 시절, 선배님께서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진짜 안 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여러 제약 속에서 해야만 하는 것들을 해왔는데, 대학에 가니까 이런 제약들이 사라지고 고삐가 풀린 망아지가 되어 버렸죠. 그래서 엉망진창으로 대학생활을 보냈어요. 학교 다닐 때 친구들하고 어울려 놀러다닌 기억밖에 잘 나지 않네요. 아, ‘딸기골’, ‘미고’, ‘그린하우스’, ‘엄마손’……. 이런 맛집들도 그나마 기억에 남아있네요.(웃음)
그 당시에는 휴학을 많이들 하지는 않았는데, 저는 휴학을 하고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제가 가는 길에 대해서 고민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어쩌다 졸업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요즘 친구들 스펙에는 발뒤꿈치도 못 따라갈 정도로 학점도 엉망이었어요. 하지만 당시 방송국은 성적순이 아니어서 제가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있던 게 아닐까.


Q. 본인에게 있어 이화 DNA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꿈을 이뤄가는 과정 속에 ‘이화’가 어떤 힘이 되었나요?
크게 생각해본 적 없는데, 같이 PD 일을 하고 있는 저희 남편이 ‘이대생들은 경쟁력이 있다’고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너희는 어딜 갖다놔도 주변에 도움을 구하지 않고 너희끼리 다 알아서 한다’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저도 강단 있다거나 독립적이라는 평을 많이 들어왔어요. 저와 같은 과 친구가 지금 MBC 라디오 PD를 하고 있는데, 이 친구도 저와 비슷한 면이 많아요. 다들 대학생활 내내 이화의 그런 분위기와 친구들 속에서 지내면서 이런 태도가 몸에 배었나 봐요.
이런 면에서, 한마디로 이화 DNA는 ‘뚝심’이라 할 수 있겠네요. ‘자립심’, ‘독립심’ 같은 말은 너무 흔하니까 ‘뚝심’이라 하고 싶어요.(웃음) 남편 말대로 사회에 나가서는 이런 뚝심이 큰 경쟁력인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꿈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는 이화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에 학교에 갔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일단 캠퍼스가 너무 예뻤고, 오랜만에 가니까 옛날 학창시절 생각이 나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대학이란 곳은 그런 곳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입시를 위해 달려가야 해서 주변을 볼 수 없는 시기잖아요. 하지만 대학 시절은 내 길을 가면서 잠깐잠깐 곁눈질하고, 이를 나중에 추억할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실제로 저도 공부보다는 곁눈질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지금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이화인들도 잠시 경쟁을 내려놓고 주변을 조금씩 ‘곁눈질’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상 MBC 김보슬 PD와의 인터뷰였습니다.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의 일이 인터뷰 내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김보슬 PD님의 조언처럼, 무한 경쟁시대에 사는 우리들도 잠시 무게를 내려놓고 주변을 곁눈질할 여유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요?

- 이화투데이 리포터 9기 신지영(사회교육·16), 최혜민(커뮤니케이션·미디어·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