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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번역중개플랫폼 바벨탑 대표이사, 조은별 동문 인터뷰

  • 등록일2018.05.17
  • 4732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대단한 도전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현역 번역사로 활동하다 불편함을 느끼고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 번역 중개 플랫폼을 창업한 동문이 있습니다. 창업한지 4개월 만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번역 중개 플랫폼 ‘바벨탑’(https://www.babeltop.net)의 대표이사 조은별 동문(통역번역대학원·15졸)을 이화투데이가 만나보았습니다!  


  조은별동문

바벨탑 대표이사 조은별 동문


Q.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글로벌 전문번역 온디맨드 플랫폼 바벨탑 대표이사 조은별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해 2년간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가 창업을 결심하게 됐어요. 공급자로서 많은 웹 에이전시 플랫폼도 겪어보고, 직접 거래처에 수주해서 프로젝트를 해보기도 하고, 여러 번역 소프트웨어도 사용해보면서 번역 업계에서 자연스럽게 시장 조사를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엄청난 불편함을 느낀 거죠. 갑질도 당해보면서, 재하청을 주는 식의 시스템이나 엔지니어 감성의 소프트웨어, 통번역사 사용자로서 쓰기 불편한 플랫폼 등 여러 불편함을 느꼈어요. 불편함이 크다는 건 변화할 가능성도 굉장히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운영하고 계신 번역 중개 플랫폼 ‘바벨탑’은 창업한지 불과 4개월 만에 기업과 통번역사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바벨탑’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바벨탑은 아시아 최초 온디맨드 기반 전문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며, 500여 명 이상의 전문 통번역사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번역 외주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전문 통번역사를 연결해주는 통번역 매칭 양면 플랫폼이에요. 고객과 통번역사 양측에서 좋은 호응을 얻었다면 그 이유는 일단 제가 통번역사인 입장에서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번역 시장에서 공급자들이 힘들었던 문제에 먼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지 결국 고객도 만족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통번역사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서비스라 처음엔 통번역사의 호응이 컸어요. 그런데 이러한 만족감이 좋은 서비스로 이어지고, 좋은 품질로 이어지게 되면서 고객분들도 굉장히 만족을 한 것 같습니다. 


    바벨탑

사진출처 : 바벨탑 홈페이지 갈무리(https://www.babeltop.net)


Q.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전공하셨는데, 번역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전 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를 전공했는데, 그 이유는 학과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어서였어요. 단순히 언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 전체에 걸쳐서 철학, 사회학 등을 모두 다루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을 해서 공부를 하게 됐어요. 진로를 고민할 시기에 이 전공을 더 살려서 직업적으로 나아가고 싶었고, 통번역사가 되면 프랑스어를 살려서 전문적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일 유명하고 명성이 높은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창업하시기 전 2년 동안 한국어-프랑스어 프리랜서 번역사로 일하신 경력이 있으신데요. 그때의 경험이 바벨탑을 창업하시게 된 계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프리랜서 번역사로 일하면서 불편함을 느껴서 창업을 하게 됐는데요. 사실 제가 많이 듣는 이야기가 경영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창업을 할 생각을 했냐는 거였어요.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지 어느 날 ‘나는 창업을 해야겠어!’라고 결심을 한 건 아니었어요.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산다는 게 이 시장에서는 1인 사업자로 활동을 한다는 거잖아요. 일을 수주하기 위해서 마케팅, 영업, 세무, 회계 등을 모두 해야 하니까요. 아무래도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서는 이런 일들을 인터넷에서 해야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창업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중소기업청에서 창업 지원 프로젝트 지원금인데요. 전문 번역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자 프로젝트에 지원을 했고, 선정이 돼서 창업 지원금을 받게 됐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어느 순간 제가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거예요.(웃음)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는 정말로 실질적인 이유에서 였는데, 번역을 하려면 그 원문을 프린트해서 리딩하고, 전문용어를 정리하고, 번역하고, 원어민에게 검수를 부탁하고, 또 받아서 재작업해서 납품하고...이런 과정들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러한 번역 일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선정이 된 거죠.  

Q. 아무리 본인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되는데요. 직접 플랫폼을 만드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사실 그렇게 도전이라고까지 거창하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저한테 굉장히 즐겁고 신나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뛰어들고 보니까 밑작업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경리 일부터 사소한 돈 계산, 세금 신고, 회계까지 혼자 다 해야 한다는 게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왜냐하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러한 일들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느낌이었어요. 시장 조사하고 기획하는 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인데, 업무의 반 정도는 다른 일을 하는데 시간을 뺏기니까 쫓기는 느낌도 들고 힘들더라고요.  


그런 것들 외에는 창업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필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우선 개발자가 필요했어요. 지금 시대에 이런 생각을 IT적으로 구현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으니까요. 저는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인문계였기 때문에 인터넷, 코딩과 같은 컴퓨터 관련한 걸 잘 몰라서 쩔쩔맸죠. 마케팅, 경영, 디자인. 제가 이뤄내고 싶은 비전을 위해서라면 이 모든 역량이 필요한데 스스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초반에 깨달았을 땐 눈앞이 깜깜했어요. 그런데 그랬기 때문에 다른 무수한 인재들을 찾아다니고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분들을 만나니 시너지가 엄청나더라고요. 배우는 것도 많고, 흥미롭고, 너무나 보람 있었어요. 뛰어난 사람들한테 배울 수 있고 같이 팀을 이뤄서 시너지를 내고 같은 목적을 위해서 협력하고... 이렇게 각자의 능력이 만나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재밌고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Q.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스타트업 창업을 시작하는 데에 있어, 그리고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이타적인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사업가들에 대해서 '굉장히 돈을 밝힐 것이다' 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스타트업을 시작해보니 훌륭한 기업가분들은 모두 이타적인 마음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타적인 마음이라는 건 크게 보자면, 장기적으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하는 마음이에요. 어떤 현상을 근본적으로 파악을 해서 ‘win-win’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낼 수 있는 생각을 가져야지만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돈은 비즈니스가 성공하게 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니까요. 


조금 더 작은 차원에서는 이타적인 마음을 가져야만 팀워크가 가능합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진짜 혼자서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걸 매일매일 뼈져리게 느끼고 있어요. 뛰어난 많은 인재들과 협업을 해야 하는 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이타적인 마음이겠죠. 협업을 하고 공동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려면 욕심과 이기심을 최대한 내려놓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해요. 그래야 팀원들의 숨은 역량과 잠재력을 다 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요. 그걸 못하면 '헛똑똑'이 되는 거죠.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하는 건 분위기에서 다 느껴진답니다. 그런데  조직 구성원의 이기적인 마음이 느껴지면 바보가 아닌 이상 경계하기 마련이니까요. 


Q. 선배님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원 재학 시절, 선배님께서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은 정말 힘들기로 악명이 높아요.(웃음) 입학도 굉장히 어렵고, 입학을 했다 하더라도 진급도 어렵고 졸업도 어려워요. 그래서 동기 분들이 거의 사회생활을 많이 하시다 온 분들이었어요. 단순히 번역 실력만 좋은 게 아니라 실무 경험도 있어야 번역의 목적을 잘 파악해서 좋은 번역을 할 수가 있는데, 저는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대학원으로 입학해서 경험도 미숙하고 제일 모자란 사람이었어요. 그때가 25살이었는데, 세상물정도 잘 모르고 통번역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모르니까 처음에는 용도나 목적에 적합한 번역을 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너무 고맙게도 동기 언니들이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우고, 동기들끼리도 엄청 돈독해졌어요.  


Q. 대학원 재학 시절을 돌아봤을 때, 이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졸업 시험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2학년 2학기 12월이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학 직후부터 졸업시험을 의식하고 떨면서 학교를 다닐 만큼 졸업시험은 가장 중요한 관문이에요. 졸업시험이 임박하니까 다들 스트레스받고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런데 힘든 만큼 서로 더 의지하고 격려하면서 돈독해지고 그랬거든요. 힘들었지만 가장 고맙고 기억에 남는 시기인 것 같아요. 


Q. 본인에게 있어 이화 DNA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꿈을 이뤄가는 과정 속에 ‘이화’가 어떤 힘이 되었나요? 

이화 DNA는 ‘연대감’, ‘결속력’이라고 생각해요. 이화는 깊은 전통을 자랑하고, 자부심이 있는 학교잖아요. 오랜 전통이 있는 만큼 많은 동문 분들이 사회에서 활약하시며 더욱 학교를 빛내주시고요. 그런 자랑스러움 덕분에 저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도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라는 채찍질과 격려가 되거든요. 동문들끼리 직접 알지 못해도 알게 모르게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고, 제 마음속에서 언제나 힘이 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동문 분들이 유저 테스트도 해주고, 이러한 점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도 많이 해주세요. 지금 플랫폼은 베타 버전인데 현재도 피드백을 받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엄청 힘이 되죠. 그리고 통번역 시장에 대해서 토론하고, 시장 정보도 교류하고, 시장에서 겪었던 경험도 공유하면서 같이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당장 도전하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스타트업은 실패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잘 안된다 하더라도, 잃을 것은 하나도 없고 얻는 것만 있거든요. 스타트업하면서 실무적으로 쌓을 수 있는 지식이나 경험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의 그릇을 키우는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더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큰 가치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정신도 연마할 수 있고요. 

젊을 때 빨리 도전할수록 망한다고 해도 부담이 덜하잖아요. 사회에서도 좀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기특하게 바라봐 주고, 그런 망 속에서 작은 실패도 많이 해보면서 언젠가 큰 것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스타트업을 하는 건 성공하든 실패하든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으니까 빨리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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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자 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셨는데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스타트업 창업, 그리고 도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화인 여러분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 있게 도전해나가길 바랍니다!


이화투데이 리포터 9기 신지영(사회교육·16), 10기 박수하(정치외교·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