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이화여자대학교

통합검색
nav bar
 
Ewha University

People

[문화예술계] 평창올림픽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이화인 김해진 학생 인터뷰

  • 등록일2018.04.11
  • 4694

2018년 평창 올림픽은 그야말로 감동의 장이었습니다. 신선했던 개막식부터 잇따른 탈락과 실격으로 낙담한 순간, 그들이 다시 일어나 모두를 열광하게 했던 순간까지…. 모두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죠. 이번 올림픽에는 선수들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 방송 관계자들, 그리고 올림픽을 즐기는 관중들까지 합세해 그 열기를 더했습니다.  

 

그중 피겨스케이트팅 경기장에는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는데요, 바로 ‘포스트 김연아’로 꼽혔던 전 피겨스케이트팅 여자 싱글 국가대표 김해진(체육과학부·16) 씨입니다. 지난 소치 올림픽에 선수로서 참여했던 김해진 씨는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편안하고 차분한 해설을 펼치며 해설위원으로서 활약했습니다. 오늘은 빙판에 서는 대신 중계석에 앉아 두 번째 올림픽을 맞이한 전 ‘피겨 요정’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평창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트팅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김해진 동문

평창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트팅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김해진 동문


Q.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체육과학부 16학번 김해진입니다. 저는 일곱 살 때부터 피겨 스케이트팅을 시작해 15년간 피겨스케이트팅 선수로 활동을 했어요. 선수 시절에는 소치 올림픽에 참가했던 경험도 있고, 주니어 그랑프리 1등이나 내셔널 종합선수권대회 3연패를 했던 경력이 있어요. 1월 초에 선수로서는 은퇴를 했는데, 좋은 기회를 얻어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MBC 피겨스케이트팅 해설위원으로 참가했습니다. 


Q. 선수 시절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며 한국 피겨 여자 싱글 간판으로 꼽혔는데요, 처음 피겨스케이트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사실 제 의지로 피겨를 처음 시작했던 건 아니었어요. 친구를 만나러 간 빙상장에서 우연히 피겨를 접했는데, 친구가 스케이트를 타는 게 너무 재미있어 보였고, 친구가 입은 드레스가 너무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 계기로 엄마한테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피겨를 시작하게 됐어요. 친구 따라 강남 간 거죠.(웃음) 정작 친구는 일 년 만에 스케이트를 그만뒀는데 저는 재미를 느껴서 계속했던 것 같아요.  

 

Q. 선수 시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혹은 본인의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아무래도 올림픽에 나갔을 때 사용했던 프로그램들이 가장 인상 깊은데, 저는 그중에 <쉘부르의 우산>이라는 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했어요. 저만의 느낌을 표현하기 좋기도 했고,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 가게 해준 프로그램이기도 해서 더 정이 가는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을 한 시즌 더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꼽으라기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제게 정말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어요. 스케이트를 타다가 다른 선수와 부딪혀서 종아리가 찢어지고, 아킬레스건 수술을 하기도 했고……. 

한 번은 쇼트 프로그램 경기를 앞두고 배가 너무 아파서 열 손가락을 다 딴 채로 시합을 뛰었어요. 그런데도 계속 아파서 병원에 가봤더니 맹장이 터졌다더라고요. 프리 경기를 앞둔 상태였는데 맹장이 터지다니! 당황하고 있는데 마침 경기 당일에 폭설이 내려 시합이 취소됐다는 거예요! 그래서 쇼트 프로그램 결과만으로 금메달을 가져가고, 바로 맹장 수술을 받았던 기억이 있네요. 

또 재밌었던 일 중 하나가 주니어 선수권 대회에 나갔을 때 일어났는데, 저와 박소연 선수의 경기 순서를 앞두고 음악이 나오지 않는 사고가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쥐가 음악 선을 갉아먹어서 일어난 사고였죠.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흔하지 않은 일인데 제가 사고를 몰고 다니는 스타일인가 봐요.(웃음)  
 

그밖에 소치 올림픽 때 점프 거리 계산을 잘못해 실수로 넘어진 일도 기억나네요. 그런데 모든 일들이 그 당시에는 굉장히 아쉬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추억으로 예쁘게 포장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재밌었던 일화로 기억에 남아있어요. 

 

Q. 본인의 두 번째 올림픽에 해설위원으로서 참여하셨는데요, 선수로서 참여한 지난 올림픽과 이번 평창 올림픽은 각각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A.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라고 하잖아요. 소피치올림픽 때 그런 세계인의 축제에 제 경기를 펼치기 위해 참여했고, 또 롤모델인 연아 언니랑 함께 출전하다 보니까 긴장도 더 많이 되고 스스로 부담을 많이 느껴 떨었던 것 같아요. 올림픽이 끝나고 몸살을 앓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그런데 해설위원으로 참여한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링크장에 갈 수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제가 막내였지만, 지금은 후배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선배의 입장이라 그런지 올림픽을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수 시절에 몸으로 표현하려던 걸  이제는 말로 하려다 보니 더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제 마음은 훨씬 더 편했던 것 같아요. 

평창올림픽에서 활동중인 김해진 동문


Q. 이번 올림픽 해설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싱글 피겨스케이트팅 해설위원으로 참여하기로 했지만, 제가 아이스댄스랑 페어스케이팅까지 해설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 세 종목은 비슷해 보이지만 아예 다른 종목이거든요. 지금껏 싱글 스케이팅만 타왔는데, 아이스댄스와 페어스케이팅까지 다 알아야 한다는 게 너무 부담되기도 했죠. 그래서 이 종목들의 심사위원들께 찾아가서 여쭤보기도 하고, IOC 국제연맹 사이트에 들어가서 규정을 찾아 공부도 했죠. 선수들의 최근 시합 영상도 하나씩 찾아보고, 바이오그래피도 공부했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병행하려니 준비 과정은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준비해 간 덕에 올림픽을 온전히 즐기면서 해설할 수 있었죠.  

 

Q. 해설위원이 갖춰야 할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해설위원에게는 기술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립적인 자세로 해설에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작 저는 막 데뷔한 초짜 해설위원이라, 이번 올림픽에서 중립을 잘 지키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번 해설에서는 우리나라를 애정 하는 마음이 가득 드러났지만(웃음), 좀 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며 반성했어요.  

 

또, 해설자라면 모두가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저처럼 피겨 스케이팅을 배워본 사람이나 피겨 경기를 즐겨보는 팬들이라면 관련 기술을 잘 알 거예요. 하지만 팬분들이나 선수들뿐 아니라 피겨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올림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어려운 말들을 쉽게 풀어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하셨던 경험이 해설하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됐나요?  

A. 제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 표정을 보면 ‘저 친구가 정말 긴장했구나’라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 실수가 나왔을 때 ‘왜 여기서 실수가 나왔을까’ 의문을 가지고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번 올림픽에서 해설 도중 최다빈 선수에게 따뜻한 말씀을 전하는 모습이 많은 분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거든요.

A. 다빈이를 제가 아주 어릴 적,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봐왔거든요. 같이 훈련한 시간이 있어서인지 무대에 선 다빈이를 보고 더 울컥했던 것 같아요.  

최다빈선수와 

Q. 은퇴를 선언하셨을 때 어떤 심정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종합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선수로서의 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자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막상 종합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을 마친 뒤 SNS에 마지막임을 공표하고 나니, 다음 프리 경기를 앞뒀는데도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끝내는 게 맞는 건가 고민도 들고……. 시합장에 들어갔을 때도 눈물이 나서 경기를 하기가 힘들었어요.  

 

Q.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사실 이번에 은퇴를 결정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15년 동안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다가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하고 싶었는데, 실력이 잘 나오지도 않고 성적이 부진했거든요.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 당시 제가 ‘스포츠심리학’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었어요. 도움을 얻고자 담당 교수님께 면담을 신청해 제 힘든 상황을 토로했죠. 교수님께서 ‘결과에 치중하지 마라. 과정이 결과보다 더 중요하고, 너는 여태까지 훌륭하게 잘 해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의 모습을 보여줘라.’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교수님께서 해주신 여러 말씀들이 제 선수 생활을 돌아보게 했고,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덕분에 후련하게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본인에게 있어 이화 DNA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꿈을 이뤄가는 과정 속에 ‘이화’가 힘이 된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우리나라 대학 중 이화가 가장 먼저 체육과학부를 설립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자긍심을 느껴요. ‘나는 이화 체육인이다’ 뭐 이런 거라고나 할까요?(웃음)  

또 이화에 다니면서, 대학생이라는 사실에 안주하지 않고 매사에 열심히 임하는 벗들의 모습이 가장 멋있게 느껴졌어요. 시험기간에 환하게 불 켜진 열람실의 모습이라든지, 밤새워서 열심히 공부하는 벗들의 모습이 저로 하여금 운동을 하면서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게 만들었고, 그렇게 공부를 했기 때문에 방송국에서도 저를 믿고 해설을 맡겼다고 생각해요. 이화에서 배운 그런 ‘끈질김’이나 ‘인내’가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Q. 선수로서, 해설위원으로서 여러 경험을 하셨는데, 앞으로 또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나 꿈이 있나요? 

A.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습니다. 이게 저의 단점이자 장점인 것 같아요. 선수 때도 운동에만 집중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저는 언어를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저의 모습이 제가 미래를 더 다양하게 그려볼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현재 해설위원 외에도 안무가로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이번 시즌에는 30여개 작품의 안무를 짤 계획이에요. 몇 친구들의 타임 레슨도 하고 있는데, 그 연장선으로 후에는 코치로 활동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기회가 된다면 국제 심판 시험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언어 공부도 계속하고 싶어요. 이렇게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아서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답니다.(웃음) 

모든 대학생들이 그렇듯이 하나의 길을 정해 두기보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시도해보려고 해요. 그 일환으로 이번에 ‘이화 스포츠 TV'라는 동아리에도 들어서 아나운서이자 리포터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졸업하기 전까지 다양하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Q. 이 기회를 빌려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A. ‘피겨스케이팅은 어려서부터 시작해야 해.’, ‘스케이트는 넘어지니까 타기 싫어.’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저나 연아 언니가 하는 싱글 스케이팅 외에도 아이스댄스처럼 점프가 없는 종목도 있고, 스케이팅이 건강 증진이나 몸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 피겨스케이팅을 위한 환경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에요.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화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이화여대에 들어오고 ‘왜 여대에 갔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어요. 수시에서 여섯 개의 원서를 쓸 수 있음에도 딱 하나 이화여대에만 원서를 넣었거든요. 그만큼 꼭 오고 싶었던 학교였고, 지금도 이화여자대학교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주위에서 우리 학교는 너무 개인주의가 강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사실 겪어보면 서로 밀고 끌며 도와주고, 구성원들끼리 끈끈히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지만 모든 이화인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 ‘이부심’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이화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를 유지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그녀의 열정이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특히 이화에서 배운 가치들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밑거름 삼아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앞으로의 모든 도전도 잘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저희 이화투데이 리포터가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이화투데이 리포터 김시완(융합콘텐츠·16), 이하린(중어중문·16), 최혜민(커뮤니케이션미디어·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