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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포스코 첫 여성임원, 오인경 상무(교육심리, 79학번)

  • 등록일2015.03.17
  • 4903

오인경

 

 

 더이화 창간호 테마가 ‘처음’이다. 42년 포스코 역사의 첫 여성임원으로서, 기업인 첫 교육공학박사로서 오인경 상무에게 ‘처음’이란 어떤 의미인가?

오인경상무  첫 여성임원이라고 주위에서 많이 기뻐해주시고 칭찬도 해주셔서 고맙고 책임감도 느끼지만 한편으론 담담하다. 우리 세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하지 않다보니 승진이나 직책이 바뀔 때마다 여자 동료가 줄어들고 어느 순간 홍일점이 되어 있더라.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 일을 재미있게 하다 보니 기회가 왔고, 조직이나 사회에서 의미 있는 ‘처음’도 해보게 되는 것 같다.
기업인 첫 교육공학박사로서의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1979년 이화여대 교육심리학과에 입학했고 전공공부가 재미있어 유학까지 가게 됐다. 당시 컴퓨터공학은 시작단계였는데 교육에 이공학분야 성과를 접목시킨 교육공학이 흥미롭게 느껴져 미국 퍼듀대에서 이 분야 석사학위를, 보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부한 내용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보고 싶어서 92년 기업 쪽으로 진로를 바꾼 것이 지금까지 온 것이다.  

더이화  ‘재미’, ‘스스로 동기부여’ 같은 말들이 성공한 인사들의 전형과 달라 인상적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지금처럼 되어있더라’는 요지의 말을 일본배우 겸 감독 기타노다케시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 시작하는 이들에게 직장은 막막한 곳이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유리천장’ 같은 무형의 편견 외에도 육아나 가사부담 같은 현실의 장벽이 존재한다. 이들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3가지만 알려 달라.

오인경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 중에 조직이나 국가가 해결해줘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포스코만 하더라도 육아보육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등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 자리에서는 사회적 인프라를 제외한 개인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덕목에 대해 얘기하겠다. 

첫째는 적극적인 의미의 지구력이다. 
여기서 지구력이란 삼종지도식의 무력한 인내심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난 직원들이 들어오면 항상 딱 10년만 같이 일해보자고 말한다. 10년은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전문성이란 것은 대학전공이나 공부를 통해서 만들 수도 있지만 조직생활을 통해 닿을 수 있는 경지는 또 다르다. 요즘 친구들은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있어 보기 좋지만 작은 어려움에도 이직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40대 전까지 잦은 이직은 피하는 게 좋다. 

둘째는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통섭능력이다.
직장에 들어가면 예상하지 않았던 분야의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대학시절의 전공을 살릴 수 없어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시작할 땐 본인이 경험하는 것들이 중구난방이고 각자 연관성이 없어 보여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모인 것들이 나중에 통찰력을 만들어낸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통섭’이란 것도 그런 것 아닌가. 창의력이나 영감이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의 터전 위에서 자라는 것이다. 

셋째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소통능력이다.
남녀를 차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각자의 고유한 장점까지 무화할 필요는 없다. 난 팀원들이 어떤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사적으로 힘든 일은 없는지 세심하게 접근하는 편이고 늘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일방향으로 자기의 얘기를 길게 전달하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통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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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화  92년부터 8년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그룹 교육과정시스템 개발을 주도했고, 2000∼2003년 크레듀 상무로 재직하며 E-러닝 사업을 이끄는 등 기업교육분야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현재 포스코에서도 글로벌리더십센터장으로서 외국으로 파견할 인력의 국제화 교육과 관리자급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데 리더십교육 전문가가 바라보는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오인경 다비드상을 완성한 미켈란젤로는 제자들은 크게 감탄하자 ‘나는 대리석의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리석의 강점을 최대한 살렸다는 얘기다. 이처럼 리더란 일일이 조각을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직원이 강점을 발굴, 이를 발휘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부분을 다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소통능력이 중요하다. 리더가 다수를 끌고 가는 사람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소통은 1:1로 이루어진다. 팀원들의 역량과 애로사항을 1:1로 세심하게 파악해 각자의 강점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가 사용하는 말도 중요하다.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말을 자주 할 필요가 있다. 교육현장에서도 재미나고 웃음 많은 곳이 효과가 크다. 



더이화 학교 밖에서 만난 동문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선배로서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

오인경 일하면서 많은 이화동문을 만나봤는데 모두 일처리가 깔끔하고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확실했다. 작은 일 하나에도 남자들에게 의존하려 하지 않는 모습도 특징적이다. 업무 외적인 면에서도 매사 센스가 넘치고 예의바른 모습을 잃지 않는다. 때문에 실제 기업현장에서 이대 졸업생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이렇게 잘 갖춰진 인재들을 만난다는 게 상사입장을 떠나 동문으로서 늘 자랑스럽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많은 여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한데 친한 동료하고만 어울리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점심시간도 조직생활의 연장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동료들과 두루 어울리며 지내는 것이 성숙한 사회인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이화 스트레스가 쌓일 땐 어떻게 해결하나?

오인경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종교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종교를 가지지 않았더라도 매사에 긍정의 힘을 믿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다보면 몸과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다. 

마인드콘트롤을 위해선 책도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목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원하고 베풀며 감사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시크릿’(론다 번), 약점을 극복하려 애쓰기보다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라는 메시지의 ‘강점혁명’(마커스 버킹엄)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넘치는 소설들도 즐겨 읽는다. 


더이화  좌우명이 있다면?


오인경 ‘80대 20’이라는 좌우명으로 인생에서 20%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해왔다. 미국유학, 학위취득 후 남들처럼 학교로 가지 않고 기업현장으로 간 것, 그리고 현재의 포스코 입사 모두 개인적으론 도전의 연속이다.

한국 나이로 50이 되고 나서는 개인적인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재단 같은 것을 세워 지속적인 기부활동을 하고 싶다. 



더이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인경 포스코는 철강기업이긴 하지만 포스렉, 포스코ICT 등 다양한 분야의 패밀리 회사들이 있고 이들과의 인력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여성이라고 주저하지 말고 소신을 가진 후배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 10년 뒤 포스코에선 여성임원 발탁이 평범한 일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글·편집 이화여자대학교 홍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