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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국내 최초 어린이 미술관 헬로우뮤지움 김이삭 관장 N

  • 등록일2025.02.20
  • 231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화인들을 만나 열정적인 도전의 스토리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들어보는 이화 DNA 코너, 오늘의 주인공은 국내 최초의 어린이미술관이자 에코미술관인 헬로우뮤지움의 관장, 김이삭(동양화·97년졸) 동문입니다. 어린이를 어른과 동등한 위치에서 존중하고, 사랑하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김이삭 동문과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국내 최초 어린이 미술관 헬로우뮤지움 김이삭 관장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박물관학 석사학을, 이화여대에서 시각디자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이삭입니다. 현재 헬로우뮤지움 관장과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미디어학과 비전임 교수직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Q. 어린이 미술관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한데요. 헬로우뮤지움은 어떤 곳인가요?

헬로우뮤지움은 현대미술과 어린이, 그리고 가족을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어린이 미술관이자 국내 유일의 비영리 어린이 미술관입니다. 국공립 미술관 내 어린이 갤러리를 최초의 어린이 미술관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독자적인 어린이 미술관이 운영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헬로우뮤지움이 국내 최초라고 할 수 있죠.

헬로우뮤지움은 2007년 개관하여 현재까지 17년 간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약 90여 회의 예술 전시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함께 자라는 미술관'을 비전으로 관람보단 '체험'을, 공부보단 '놀이'를 중심으로 어린이들의 감수성을 키우는 미술 기획전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요. 2019년 '에코미술관'을 표방하며 환경 사랑을 실천하고, 미래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앞으로는 서울경제신문과 함께 전시해설사 육성 프로그램인 ‘도슨트학교’을 공동 운영할 예정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맞는 도슨트 교육을 개발해 국민적 문화 수준 향상과 한국 미술 발전을 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헬로우뮤지움의 운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헬로우뮤지움의 운영 철학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예술'에 대한 제 철학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흔히 예술이 무용(無用)하고, 다른 것을 뒷받침해 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이 만연하다 보니 어린이들의 예술 감수성을 키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예술이 무(無) 목적성이 아닌 자기 목적성을 갖는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목적과 수단을 고스란히 내포하며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는 완결체이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완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은 자기 목적성을 갖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사유하고,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굉장히 훌륭한 쓰임이 있는 것이죠. 따라서 어린이들이 예술을 경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헬로우뮤지움도 이러한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예술이 왜 필요할까?", "예술은 어린이와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같은 질문에 답을 하며 운영 철학을 굳혀 갔습니다. 

그래서 설립 초기 모토는 '따뜻한 세계관'이었습니다. 생명 존중, 젠더 감수성, 글로벌 인권의식과 시민의식을 아울러 같이 강조한 것이죠. 지금은 이런 주제들이 우리 피부와 맞닿아 있는 가까운 이야기이지만, 2007년 개관 당시만 하더라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것은 많은 분들이 함께 노력해 준 결과인 것이죠.

결론적으로 오늘날 헬로우뮤지움의 운영 철학은 어린이들이 세상 모든 존재가 하나로 연결된 유기체라는 것을 예술을 통해 깨닫고, 감성지능, 에코지능, 젠더 감수성을 갖춘 지구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일의 최종 목적지는 미래세대를 위한 지구 환경의 유지라고 생각하기에 에코라이프의 가치를 이전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어린이 미술관 헬로우뮤지움 김이삭 관장

Q. 주 관객층이 어린이인 만큼 일반적인 미술관과는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헬로우뮤지움만의 특징이 궁금합니다.

헬로우뮤지움은 '사람', '공간', '콘텐츠' 이 세 가지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릅니다. 아무래도 어린이 미술관이다 보니 어린이를 사랑하거나 어린이들에게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입니다. 아이들 웃는 소리, 뛰어노는 소리가 가득한 미술관에서 일하며, 지치고 힘들 때 어린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치유를 받는 사람들이 많죠.

다음으로 '공간'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라고 하면 키즈카페처럼 알록달록한 오락적이고, 장식적인 공간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헬로우뮤지움은 전형적인 어린이 공간과는 다르게 정적인 편이에요. 어린이들을 역동적으로 움직여서 흥분시키기보단, 어린이들이 어른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율적으로 탐험하고,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들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공간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선생님들과 열심히 고뇌한 결과인데요. 어찌 보면 조금 불친절한 어린이 공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어린이들은 스스로 사유하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친구들과 놀 수 있어 헬로우뮤지움에 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더불어 에코미술관인 만큼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쓰레기통 없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볼펜 대신 연필을, 플라스틱 바닥재 대신 원목 바닥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업사이클 오브제를 만들고, 미술활동 중 나온 자투리 조각들도 새로운 창작을 위한 재료로 활용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콘텐츠'가 다릅니다. 보통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 때 어린이들을 쉽게 생각하고,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명분 하에 여러 수준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경향이 있는데요. 헬로우뮤지움은 항상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말라."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말을 명심하며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도 어른들만큼 충분히 보고, 느끼고, 세련된 감성을 가지고, 고차원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있어요. 좋은 콘텐츠 기획을 위해 작가 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화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는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가 그동안 겪어온 일들을 사유하고, 성찰하며 우리가 놓친 것들, 소중한 일상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기인 것 같은데요. 살다 보면 현실에 치여 감성적인 문제들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나의 감성을 자극하고, 감성의 문을 두드려 여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정서가 예민한 청년기에 감성에 집중하는 일은 꼭 필요해요. 나를 알고, 이해하며 진정한 나 자신을 완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이화인 여러분도 대학 시절에 나의 감성을 반추하는 시간을 꼭 가져보길 바랍니다. 감성을 다스리는 데는 특히 그림책이 좋은 역할을 합니다. 저는 그림책이 어른을 위한 시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각자 좋아하는 그림책을 한 권씩 찾아 마음의 안식처로 삼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더불어 여러분이 이화를 많이 사랑했으면 합니다. 저는 정작 재학 중에는 이화의 존재가 너무 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지금은 이화의 힘과 소중함을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멋지고 좋은 이화인들과 함께하는 학교가 정말 따스하고 의지가 되는 공간임을 알고, 이화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이화를 사랑할 수 있길 바랍니다. 또한 학교는 나와 다른 전공,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둥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재학 중에 여러 사람과 만나며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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