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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실력파 뮤지컬 배우 홍륜희 동문

  • 등록일2021.08.24
  • 4866

오늘 이화투데이가 만나본 이화인은 <그레이트 코멧>, <명동 로망스>, <블랙메리포핀스> 등 관객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웰메이드 뮤지컬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배우 홍륜희 동문(성악과·03년졸)입니다!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 예술과 뮤지컬 배우의 생생한 무대 위, 아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출처: 더시어터플러스(theatreplus.co.kr)


Q. 안녕하세요 동문님, 먼저 이화인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 성악과 99학번으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홍륜희입니다. 


Q. 성악과를 전공하시고 뮤지컬 배우라는 진로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졸업 공연 #오페라 에 합창으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만난 액팅 코치 선생님의 추천으로 '뮤지컬'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고, 4학년 때 본 오디션으로 뮤지컬을 시작했습니다. 

실은 대학교 2학년 때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해서 목에 결절이 왔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목이 아팠던 것이라 충격이 컸어요. 한 학기 동안 전공 실기도 드랍하고 침묵 수행을 할 정도였죠. 목이 낫고 난 이후에도 성악을 하면 더 목이 빨리 상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부를 때면 또 잘 불러지는 것을 보고 '아, 이게 심리적 문제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시점에 뮤지컬 <명성황후>를 보면서 성악 전공자도 뮤지컬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용기를 얻었어요. 성악에 있어 문이 너무 좁다고 느끼고, 심리적인 두려움도 있던 차에 덜컥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서 오디션에 지원했고, 2003년 뮤지컬 <나무를 심은 사람>으로 데뷔를 하게 되었죠. 뮤지컬을 하면서 '노래하는 게 이렇게 재미있다니!'라는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었어요.


Q. 얼마 전 막을 내린 <그레이트 코멧>에서 매력 넘치는 ‘엘렌’을 보여주셨는데, ‘가장 혁신적인 뮤지컬’이라는 평을 받은 만큼 굉장히 독특하고 신선한 뮤지컬이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문님께서 해당 극을 공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즐거웠던 부분, 또는 어려웠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출처: https://www.instagram.com/p/CPaVDX-LrSF/?utm_source=ig_web_copy_link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엔딩 장면과 커튼콜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엔딩에서 배우들이 퇴장 없이 앉아 있다가 합창으로 목소리가 모이는 것이 참 벅차더라고요. 음이탈도 없고, 약속한 박자 대로 여러 명의 목소리가 모여서 완성하는 엔딩 씬에서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위대한 혜성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경이로웠어요. 그리고 커튼콜 때 처음으로 박수 소리에 놀랐었던 적이 있는데, 재등장 할 때의 반주의 박자에 맞춰서 칼같이 박수를 쳐 주셔서 인상적이었답니다.

공연을 하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코멧석(무대 위의 관객석)의 관객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극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이머시브 극이다 보니 배우들이 무대 위에 계속 있고, 관객들에게 반응을 유도하기도 하는데 센터에서 메인 씬이 시작될 때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고려했어요. 그리고 무대를 뛰어다니며 엘렌 의상의 치마를 밟지 않는 것도 많이 신경 썼습니다.(웃음)


Q. 2003년부터 <머더발라드>, <명동 로망스>, <블랙메리포핀스> 등 다양한 극에 참여하셨는데 동문님께 특별히 의미가 있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역할이 있으신가요?

출처: https://www.instagram.com/p/CGw6DvesBdO/?utm_medium=copy_link


특별히 하나를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참여한 모든 극의 모든 인물들에게 애정이 있어요. 이름이 없는 캐릭터는 따로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애정을 갖고 모든 캐릭터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저에게 모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들이 극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는 존재감을 발휘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존재감을 줄이면서도 살아 있을 수 있도록 캐릭터를 공들여 만들어요. 그냥 다른 인물을 지켜보는 장면일 때도, 제 안에 캐릭터로서의 생각이 있어야 극의 전체적인 그림을 지키면서 역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Q. 공연의 초연부터 함께하고 있는 작품이 많은 편이신데, 초연 작품을 준비하실 때 가장 주의 깊게 고민하고 신경 쓰시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맡은 인물들에 대해서 약간 '소설을 쓴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극의 설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여기선 이걸 해야지' 같은 디테일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인물이니까 이런 반응이 나오겠다'라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죠. 이 캐릭터의 태도나 사소한 성격 같은 것은 연습하면서 만들어지고, 또 어떨 때는 공연을 올리고 관객을 만나면서 완성되기도 해요. <그레이트 코멧>의 엘렌도 처음에는 조금 더 고고한 느낌이었는데 의상도 저에게 맞게 수정되고, 관객들에게 반응도 유도해야 하다 보니 조금 더 친절하고 발랄한 엘렌이 되었죠.(웃음) 

연기를 할 때 '이렇게 하라'라는 명령의 틀 안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함께 이 인물의 행동에 이유를 만들어 가는 것을 더욱 선호합니다. “왜 그래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연출뿐만 아니라 스스로한테도 끊임없이 하면서 작품을 준비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아요. 


Q. 동문님께서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작품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극 속에서 ‘배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이미 있었던 배우의 삶을 극으로 그려내는 것이죠. 최근 벨 에포크 시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 여성의 권위가 그렇게 없었던 시대 상황에서도 본인의 색깔을 뚜렷이 하고 있는 여자 배우들, 예술가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이라는 것에 너무 포커스를 두기보단, ‘예술가’에 포커스가 맞춰진. 예술을 하는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Q. 동문님이 생각하시는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출처: https://youtu.be/PwKu1nJF4Ks


저는 무대 예술이 '약속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즉흥적이어도 되지만, '약속' 안에서 즉흥적이어야 하는 것이죠. 뮤지컬 배우의 매력은 하고 싶은 것들을 약속 안에서 표현하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연습을 하고, 순간적으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몰입해서 치열하게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공연 중인 <명동 로망스>에서 배우들이 조명에 딱 맞게 찾아 들어가며 공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약속’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Q. 관객들에게 어떤 뮤지컬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믿고 보는 배우, 잘 노는 배우. 무엇보다도 납득이 되는 배우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제가 구사하는 캐릭터들이 '이해가 안 된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상할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그레이트 코멧>의 엘렌 캐릭터의 경우에는 프롤로그 넘버에서 엘렌을 소개하는 한마디가 ‘엘렌은 헤퍼’에요. 저는 엘렌이 욕심이 없고,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고 해석했어요. 누가 말 걸고, 쉽게 대시해도 재미있고 즐거우면 오케이 하는 인물인 거죠. 그런 성격을 가진 엘렌이기 때문에 극 속에서의 행동이 납득 되게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고, 엘렌뿐만 아니라 모든 공연의 역할에서 관객들이 이 인물의 행동을 납득할 수 있도록 연기하고 있어요.


Q. 대학시절 동문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점에 그렇게 신경 쓰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웃음) 학교 근처에서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고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대학교에 다닐 때는 '서양음악사' 같은 것들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잘 이해를 못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이론 공부들이 정말 필요하더라고요. 필요하다는 걸 알고 나서, 뒤늦게 공부를 더 하게 되었죠.


Q. 동문님께서 생각하는 이화 DNA는 무엇인가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학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메리트를 받은 부분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화를 다녔다'라는 것만으로 마음속에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어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어요. 또 활동하면서 같은 학교 출신의 후배들을 만나면 반갑고, 말 걸고 싶고 그런 것이 이화 DNA가 아닐까 싶어요.


Q. 뮤지컬, 연극계 쪽으로 진로를 희망하거나 사회로의 출발을 앞둔 많은 이화의 후배들을 위해 조언 또는 꼭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교수님께서 비전이 없다 생각하고 다른 진로를 알아보는 예술 전공의 학생들에게 "여기에서 주어진 것을 해내고 있으면, 다음이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저도 그 말에 굉장히 동의해요. 지금의 것을 잘 즐기고, 공부하고, 살아가고 있으면 다음을 너무 어렵게 준비하고 고민하지 않아도 지금을 반영한 다음으로 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이 엉망인데 다음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미래에 대한 고민만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무엇이라도 행동에 옮기고 경험하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수업에서 제시하는 독서나 경험들을 자신의 뜻과 달라도 흔쾌히 시도해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예상치 못한 제안으로 시도한 경험을 시작으로 이 일을 계속해가고 있으니깐요. 본인이 선택한 현재를 꾸준히, 끝까지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잘 위로하면서 나아가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가 있을 거예요. 끊임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이화인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뮤지컬 배우 홍륜희 동문님의 인터뷰를 만나 보았습니다! 관객과 함께 소통하며 정성스럽게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는 동문님의 멋진 활동, 앞으로도 많은 관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이화인 여러분들도 따뜻한 조언을 통해 다음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무대 위의 생생한 경험을 전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2기 김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