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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성남외국어고등학교장 최현주 동문(외국어교육과·87년졸) N

  • 등록일20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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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화인들을 만나 열정적인 도전의 스토리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들어보는 이화 DNA 코너, 오늘의 주인공은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교사, 장학사, 장학관, 경기도언어교육연수원장(현, 경기도교육청국제교육원) 등을 거쳐, 현재 성남외국어고등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최현주 동문(외국어교육과·87년졸)입니다. 학생들의 꿈을 키우는 교사,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생각하는 교육전문가, 그리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장 선생님 최현주 동문과의 인터뷰 시작합니다.

성남외국어고등학교장 최현주 동문

Q. 안녕하세요, 동문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83학번 외국어교육과 영어전공 최현주입니다. 지금의 영어교육과와는 과의 명칭이 조금은 다르죠. 저는 평생을 교직에 있기는 했지만, 교직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편입니다. 졸업 이후 사립학교에서 14년간 근무를 하고, 공립학교로 옮겨 근무했어요. 이후에는 교육 전문 직업, 우리가 말하는 장학사가 되어서 경기도 교육청에서 외국어교육과 국제교류 등의 업무를 했습니다. 장학사 이후 현재 제가 근무하는 성남외고에서 교감으로 근무하다가, 이후 장학관이 되어서 다문화교육/정책기획관에서 경기도의 정책기획과 기본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했었습니다. 이후 지금은 경기도언어교육연수원(현. 경기도교육청국제교육원) 원장으로 근무하다 2023학년도에 다시 성남외국어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했습니다. 멀고 먼 길을 돌아서 다시 교감을 했던 학교로 돌아와서 여전히 성남외고인으로 살고 있답니다.(웃음)


Q. 동문님께서는 평교사로 시작해 장학사, 장학관, 교육연수원장 등 교육계에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아 오셨는데요.

교직 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는 않아서 보통은 교사로 시작해서 교사로 끝나기도 하고, 승진해서 교감이나 교장을 하기도 해요. 그러니까 학교라는 경계는 다른 일반 직장과는 다르게 폭이 넓지는 않아요. 그리고 보통 교사로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일은 일정한 틀이 있어요. 3월에 학생들을 만나고, 두 번의 시험을 보면 여름방학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또 두 번의 시험을 치르면 겨울방학이 되고 학생들은 진급하면서 제 곁을 떠나게 됩니다. 이렇게 선생님들의 신체 사이클은 딱 방학을 앞두고 소진되고, 또 방학을 통하여 다음 학기를 위한 에너지를 얻어요. 그리고 이 에너지로 그다음 학기를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교직의 삶은 매우 단순하기도 해요. 

저의 경우에는 영어 교사로 21년을 지냈고, 교육청 업무 지원을 하면서 교육 행정업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교육전문직원 공개채용시험을 통해서 교육전문직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외국어 업무를 주로 했는데요. 경기도에 있는 영어 선생님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연수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일을 했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서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교육전문직으로서 교육 행정을 하면서 평소 영어 교사로서 저 역시 느꼈던 부족한 부분들을 어떻게 지원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제안하며 다른 선생님들께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교감으로 학교에 돌아와 제 경험을 기반으로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할 수 있었고, 다시 교육청에 장학관으로 들어갔을 때는 학교에서 느꼈던 목마름을 경기도의 정책으로 승화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이렇게 저는 학교 현장에 있어도 봤고, 교육청에 가서 정책을 제안해 보기도 했어요. 이후에는 다시 학교 현장에서 정책을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풀어보기도 했습니다. 상호보완적으로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보면서, 제가 경기 교육의 변화에 조금은 일조하지 않았을까라고, 스스로 잘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나 실수도 많았겠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어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저에게 이렇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졌음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남외국어고등학교장 최현주 동문

Q. 교육계에 계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을 느꼈던 일은 무엇인가요?

사실 가장 힘들었던 것이 기억에 오래도록 남잖아요. 20여 년 전 특성화고에서 담임을 할 때 무던히도 속을 썩이던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학생의 부모님이 야간에 직장을 다니셨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는 늦은 시간까지 게임하면서 방치되었어요. 아침마다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하고, 학교에 와서는 수업 시간의 대부분은 엎드려서 자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등 그 당시에 제가 담임하는 학급에 제일 골칫거리이던 학생이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 "그 학생이 결석해야 우리 반 수업이 가능하다"고 할 만큼이요. 몇 번이나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고 자퇴 서류도 만들어 두었던 학생이었어요. 당시에는 이 학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고민 끝에 자퇴보다는 졸업을 시키자는 결론을 내렸고, 정말 어렵게 어렵게 그 학생을 졸업시켰죠. 그 학생이 지금은 건실한 직장인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결혼도 했고요. 당연히 저도 결혼식에 다녀왔는데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학생을 조금 더 기다려줬던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요. '다 때가 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학생입니다. 지금도 스승의 날이나 명절에는 안부 전화도 하고, 자신의 근황도 알려주는 20년 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학생이에요. 이렇게 한 학생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함께 해줄 수 있다는 것이 교사의 보람이기도 해요.

그리고 교육 행정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장학관으로 다문화 업무를 했던 때가 기억에 남아요. 경기도에는 대한민국 전체 1/4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직장을 찾아서 외국으로 부터 경기도로 이주해 온 다문화 가정이 많아요. 그렇기에 보통은 한국말을 배워서 오는 경우보다는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가정의 아이들도 유네스코 협약에 의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말을 모르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는 정책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교육받으면서 점차 한국에 적응하고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다문화 교육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일이었어요. 지금은 다문화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지만, 제가 업무를 했던 당시에는 다문화 교육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변화했고, 아이들의 부모님께서 아이들이 배운 한국어 덕분에 한국에서 필요한 업무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이렇게 장학관을 하면서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었습니다.


Q. 학교에 다니시면서 인상 깊었던 수업이나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학관에서 뒤쪽 사범대가 있는 교육관으로 가는 길이 그 당시에 우리 학교에서 유일하게 비포장 길이었어요. 요즘 대학생들은 운동화 많이 신잖아요. 제가 대학생 때는 요즘과 달리 5cm 이상의 뾰족구두를 자주 신고 다녔는데, 비포장 길을 자주 걸으며 사범대생들은 뒷굽이 더 많이 까졌던 기억이 있어요. 그 길을 ‘골고다 길’이라고 불렀어요. 예수님이 십자가를 매고 올라갔던 길을 ‘골고다 길’을 의미하는… 교직으로 가는 길이 예수님이 십자가를 매고 가는 것 처럼 멀고도 험난한 길이라 사범대 가는 길은 비포장으로 그냥 두는 거라고 해서 골고다 길이라고 부른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 길이 늘 기억에 남고, 그 골고다 길을 늘 또각또각 구두를 신고 걸어가던 교사를 꿈꾸던 저의 아름답고 싱그러웠던 젊은 시절이 여전히 생각이 납니다.


Q. 앞으로 동문님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제 저도 교직이 3~4년 정도 밖에 안 남았어요. 23살이라는 나이로 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아이들과 마무리할 수 있는 제 삶이 행복하고, ‘아이들과 조금 더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아이들의 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의 교장실 문이 언제나 열려 있어요. 매우 더웠던 작년 여름에는 한 학생이 교장실을 지나가다 "더운데 교장 선생님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 하나 주세요"하면서 물을 가져가더니 또 아이스크림을 2개 사 와서 "교장선생님 아이스크림 하나 드세요"하고 들고 오기도 하고. (웃음) 그러니까 예전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교장 선생님이 어려운 사람이 아니에요. 언제나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하는 게 맞구요.

매년 교육부가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희망직업을 조사하고 그 결과가 기사로도 나오는데요. 희망직업의 순위보다도 눈 여겨 봐야할 부분이 조사 학생의 30% 정도가 '희망 직업이 없다'고 답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인데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답 30%까지 늘어난 현재가 기성세대로서 걱정스럽고, 그리고 스무살도 안된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교육에 몸 담은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입니다.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무엇이 되었든 좋으니 꿈과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 수 있게 하는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며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것이 제 작은 소망입니다. 

* 교육부 2023 초중고 희망직업 설문조사 기준. '희망직업이 없다' 비율 초등학생 20.7%, 중학생 41%, 고등학생 25.5%(출처: 국가통계포털)


Q. 마지막으로 이화의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범대에 재학 중인 후배들이 제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는데요. 요즘 교직자들에게 가슴 아프고 힘든 일이 많아서 ‘과연 내가 교사를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이 훨씬 더 많은 곳이 교직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교직을 선택하기 전에 ‘나는 과연 얼마나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는가’,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는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인간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아이들은 모두 다 다르거든요. 한 교실 안에 공부를 정말 잘 하는 아이부터, 앞서 말씀드린 제 제자처럼 학교를 다니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아이까지 다 있어요. 선생님은 1등 하는 아이부터 맨 마지막 아이까지도 담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물론 우리가 모든 걸 경험해 보지 못하니 아이들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어도, ‘그럴 수 있겠다’, ‘아, 이 아이는 이럴 수 있겠구나’, ‘이 아이는 왜 학교가 안 가고 싶지?’ 등등 다각도로 이해를 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러니 교직에 대한 꿈을 꾸는 후배가 있다면 그 후배들은 무엇보다도 내가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지, 사람을 이해하려는 아량과 능력이 있는지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있는 분야라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교사가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직업인 건 맞습니다. 저는 아이들하고 똑같이 살아요. 그러니까 저는 레벨이 고등학생 레벨은 되고, 중학교에만 있던 선생님들은 본인이 중학생 레벨이래요. 어떻게 보면 평생 안 늙고 살 수 있는 직업 중 하나고요. 또 하나는 대학에서 전공한 것을 평생의 직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몇 개 안되는 직업 중 하나예요.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힘든 일보다는 좋은 일이 훨씬 많고 보람 있는 일이 많은 직업이 교사이기에 저는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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