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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방송계] 서울신문 김정화 기자를 만나다

  • 등록일2021.05.28
  • 3707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다른 생각, 서울신문 김정화 기자를 만나다


이화는 1960년 신문학과 창설 이래 언론·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왔는데요. 언론계 각처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이화 동문들의 뒤를 이어가기 위해 많은 재학생들이 부지런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오늘 이화투데이는 언론인의 꿈을 키워가고 있을 이화인들을 위해 특별한 동문을 만나 보았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신문 국제부 기자 김정화 동문(중어중문/언론정보·17년졸)입니다. 김정화 동문은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로 '제30회 한국 가톨릭 매스컴대상'과 '제9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상'을 수상했는데요. 우리 사회와 세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서울신문 김정화 동문의 이야기, 바로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신문 국제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자 김정화입니다. 2010년에 중어중문전공으로 입학하여 언론정보학전공을 복수전공했습니다. 학점 및 대외활동을 챙기고, 언론사 입사 준비를 늦게 시작하게 되면서 졸업은 2017년에 했습니다. 서울신문에는 2018년에 사회부 경찰팀으로 입사하였고, 그 후 3년 정도 근무하다가 최근에 국제부로 옮겨 일하고 있습니다.


Q. 기자라는 꿈을 꾸게 되신 계기와 그 준비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궁금한 것이 가득한,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어요. 그래서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업무의 규칙성이 중요한 공무원이나 고교 시절 부모님께서 권유하신 교사 같은 직업은 저와 맞지 않다 생각했어요. 고민 끝에 PD도 하고 싶고, 기자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방송국은 방송기자가 아닌 PD로, 신문사는 기자로 준비했었어요. 최종적으로는 "나는 글을 쓰는 게 더 맞는 것 같다"라는 생각에 #기자 로 진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Q. 여러 곳에서 수상 기사로 선정된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를 읽어보았는데요. 기자님께서 미혼모, 청소년 출산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기사는 2019년 5월 가정의달을 맞아 팀 회의를 거쳐 기획한 기사였습니다. 팀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깨달았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제가 원래 청소년 문제와 여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미혼모 청소년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어요. 제 자신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취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 이화봉사단에서 국내외 사람들을 만나고, 이화다우리에서 멘토·멘티 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특히 교육봉사를 하며 만나는 아이들이 참 좋았는데요. 이런 경험을 통해 저는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 기자로서 더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고요. 그래서 이 주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취재를 통해 숫자로만 인지했던 청소년 부모들이 겪는 문제들이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신문]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기사 보기



Q. 취재 중 어려움을 겪거나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었나요?

취재를 함께 진행한 분들 중 한 분은 저보다 1년 차 선배이시고, 한 분은 저와 입사 동기였습니다. 어린 연차에 취재를 진행하다 보니 취재원을 찾고, 섭외하는 데 난항을 겪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섭외를 부탁드리고 그분들을 만나러 부산, 강원도, 전라도, 서울 등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이렇게 전국에 계신 분들을 만나면서 공통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대부분의 취재원들이 자신이 미혼모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주변, 심지어 부모님께도 잘 말씀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가장 생각이 많이 나는 분은 대학생이었는데, 주변에서 그분이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주변의 도움 없이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수업 등 기본적으로 들어야 하는 생활은 하지만, 학생활동 행사는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 분은 본인도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분이셨어요. 자신도 결핍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10대 때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는 것만도 충분히 어려운데, 아이 아빠의 어머니가 이 분에게 “그 나물에 그 밥이다”라는 말을 해서 큰 상처가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부분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Q. 위 기사 외에 기억에 남는 다른 기사가 있으신가요?

작년에 제가 소년범 관련된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소년범 뺑소니 사고, 절도 사건이 일어나면 여론이 좋지 않고 최근에는 "10대들도 어른에 준하게 처벌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이들이 그렇게 큰 범죄를 저질렀나?'라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며 소년범들을 직접 만나 보니 너무나 일반적인 사람들이 많았고, 범죄와 비범죄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처음에 소년범들을 만났을 때는 저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진 친구들도 있던 기억이 나네요.


Q. 여성과 관련된 기사를 많이 쓰셨습니다. 이런 기사들의 취재 계기나 기사들을 기획하고 작성하실 때 생긴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여성 이슈는 써도 써도 모자랄 만큼 아직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남녀가 평등한 사회라고 하지만, 안전 등 일상에서의 미세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쓰려고 하는 편입니다. 사회부에 있을 때도 혐오 표현 등 관련 기사들을 많이 써왔고, 작년에는 낙태죄 폐지를 두고 기사를 취재한 적도 있습니다. 그때 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들을 10명 가까이 인터뷰하여 시리즈로 냈어요. 취재 과정에서 그분들이 아무에게도 못한 이야기를 저에게 함으로써 어느 정도 치유가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보통 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좋은 피드백이 오는 경우는 드문데, 그 기사가 나간 후 독자들로부터 “나도 그러한 경험이 있었는데 많은 위로가 되었다”라는 메일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성의 삶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만큼 그러한 피드백들이 저에게도 많은 위안이 되었고, 기자로서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또 작년에 ‘메갈리아 탄생 5주년’을 주제로 기획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 이 기사는 모든 언론사를 통틀어서 저희만 다루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기사가 굉장히 의미 있는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과격한 표현 등은 지양해야 할 점이기는 하지만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일어난 여성들의 의식 수준의 변화가 엄청나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 점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기획을 하면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앞으로 다뤄보고 싶으시거나 최근에 관심을 갖고 계신 사회적 이슈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여성 이슈가 주 관심사라 최근 국제부로 옮기면서 ‘세계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자’ 해서 ‘월드 와이드 우먼’이라는 기사를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주제가 조금 치우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서 다른 부분으로도 넓혀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주식 투자를 시작해서 관심 있게 보고 있고, 대학교 시절 유기견 보호 동아리나 환경 관련 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었기에 쓰레기,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습니다. 최근 우주개발과 관련된 기사를 취재하면서 환경문제와 맞물려서 생각해 보기도 했고요. 이렇게 넓은 관심사가 기자로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것에 관심이 있고, 또 쓰면서 많이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Q. 일을 하시면서 영향을 받았거나 도움이 된 학부시절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까 말씀드렸던 이화봉사단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산학협력단을 통해 참여했던 한국일보 인턴생활 또한 굉장히 좋았습니다. 저는 #언론고시반 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아침마다 신문을 챙겨 읽었고, 언론 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나 토론도 하고 친분도 다지면서 좋은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경력개발센터(현. 인재개발원)에서 면접특강과 자소서 특강도 찾아서 듣기도 했어요. 서류 전형을 준비할 때 자기소개서 코칭도 많이 해주셨고, 최종 면접특강 전에는 면접에서의 개선점들과 좋은 팁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저는 매 학기 봉사활동이나 동아리를 하면서 지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 많은 활동, 경험들이 결국에는 저의 자산이 된 것 같습니다. 학부 시절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좁게는 ‘내가 기자가 하고 싶은 것이 맞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더 넓게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와 같이 인생의 전반적인 단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대학 시절 여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고 말하는 것보다는 글쓰기를 더 좋아하는 저의 특징들을 여러 대외활동을 하면서 많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진로를 정할 때 도움이 많이 되고,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는 것 같아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선배님께서 이루시고 싶은 커리어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첫 부서인 사회부에서 오래 있었고, 현재 속해 있는 국제부가 두 번째 부서이다 보니 다른 부서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도 많습니다. 아직까지 배울 것들이 많은 만큼 정치부, 경제부 같은 다른 부서도 가보고 싶습니다.

또, 기자가 되었으니 기자로서 이름을 알리고 싶기도 합니다. 기자가 되어 보니 기사 작성하는 것만큼 그 기사를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기존의 매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들이 등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언론사가 주관하는 포럼 등의 프로그램이 대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제 커리어와 연관이 되기도 하기에 '신문사의 역할이 무엇인가'와 같은 고민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책을 한 권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서 취재했던 소년범 관련이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월드 와이드 우먼 시리즈도 그 내용이 쌓이게 되면 책으로 한 번 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습니다. 특파원도 가보고 싶고, 방송기자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어요. 아직도 저의 길을 찾고 있습니다.


Q. 언론인을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먼저 기자, 피디 등의 기존의 모습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상이 다양해진 만큼 거기에 맞춰 언론인의 모습도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세상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더 적어질 테니까요. 예컨대 저처럼 젠더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도 있겠고, 노동이나 환경, 성 소수자 인권, 대중문화, 미디어, 교육 등등 다른 분야에 특히 더 큰 관심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죠. 또는 데이터 저널리즘에 자신 있거나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더 잘 맞는 사람도 있겠고요.

요컨대 과거와는 너무 세상이 달라진 만큼 기자, 또는 피디의 특정한 스테레오 타입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복잡한 엑셀 표를 들여다보고 로우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새로운 수치를 뽑아내는 걸 잘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친화력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정보를 얻어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온라인 등에서 어떤 트렌드가 퍼지는지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이 있을 거예요. 이 다양한 능력 하나하나가 모두 언론사라는 조직 내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자기가 잘하는 게 뭔지, 그리고 이 능력을 어떻게 기자/피디를 하면서 이용할 것인지입니다. 결국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이 질문에 답할 수 있겠지요. 더 나아가서 매일매일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자 개인에게는 변화를 얼마나 잘 수용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지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 상처받지 않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수습기자로 들어갔을 때 경찰서에서 취재를 하며 거절당하는 경우가 엄청 많거든요. 인사만 건네도 "돌아가세요"라는 대답을 듣기도 하고, 수습 기간이 끝나도 취재를 흔쾌히 응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그런 것이 일상이다 보니 쉽게 상처받지 않게 마음을 단단히 다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선배님이 생각하시는 ‘이화 DNA’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보통 이화여대 학생들은 ‘쿨하다’라고 하잖아요. 또 한편으로는 사회에 나와서 제가 필요한 어느 순간에서나 이화의 선배들이 계셔서 도와주고, 끌어주고, 아낌없이 지원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화 DNA는 '쿨함 속 다정함'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서로서로 도와주고 끌어주는 분위기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아프고 쓰라린 우리 사회의 단면이지만, 그 안에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화 동문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변화에 유연히 대처하고, 마음을 단단히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요. 언론인을 희망하는 이화인들에게 이 인터뷰가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좋은 양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2기 최정윤, 13기 심유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