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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신한금융그룹 오렌지라이프 오민 전무를 만나다

  • 등록일2020.04.02
  • 5535

2020년 유수 기업 임원 인사에서 이화 출신 동문들의 승진 소식이 이어지며 주목을 받았는데요. 오늘 이화투데이는 신한금융그룹 오렌지라이프 전무로 승진한 오민 동문(통계학·97년졸)을 만나 전략·HR 분야 및 커리어 개발 등에 대해 들어 보았습니다. 함께 만나보실까요?





Q. 안녕하세요. 선배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통계학과 92학번 오민입니다. 현재 근무하는 곳은 신한금융그룹 내 생명보험회사인 오렌지라이프이고, Agile경영지원실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Q. 선배님께서 오렌지라이프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gile경영지원실은 전사 전략의 조정 업무와 HR 업무(인사관리 및 교육)를 수행하고 책임지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와 달리, 조금 특별하게 실 이름에 'Agile'이란 이름이 붙은 건, 오렌지라이프가 2018년 4월부터 일하는 방식으로 “Agile”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수평'적 조직문화로 특징지을 수 있는 Agile을 한국에서 선도적으로 도입을 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Agile”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검색해보시면, 오렌지라이프를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Q. 통계학이라는 학문은 범위가 매우 넓고 다양한 영역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진로 선택의 폭도 넓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진로 중에서 선배님께서 해당 직무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현재 맡고 있는 업무는 전략·인사입니다만, 과거 경력으로 보면 '전략'이 주요 백그라운드입니다. 통신 IT기업의 전략기획으로 업무를 처음 시작하였고, 그 뒤 글로벌 경영 컨설팅사에서 전략·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다 글로벌 IT기업으로 이직하였고, 그 이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도 전략부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통계학은 질문 주신 것처럼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폭이 넓습니다. 제 동기들도 연구소, 금융, 통신 등 여러 산업의 다양한 업무에 진출해 있거든요. 이 중 제가 선택한 전략·컨설팅 업무는 논리적인 전개와 팩트(fact), 숫자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과정이 매우 중요하므로, 통계학적 사고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했는데, 문·이과 양쪽을 배웠던 것도 업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많은 기업들 중 오렌지라이프를 선택하신 이유와 오렌지라이프의 기업문화나 업무환경도 궁금합니다.

오렌지라이프는 제 커리어 상 5번째 근무하는 회사입니다. 글로벌 IT기업에서 오렌지라이프로 이직한 이유는 해외 근무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직을 했습니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그 기회가 없어져서, 아쉽게도 초기 이직의 목적은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현재까지 오렌지라이프에서는 12년째 근무하고 있는데요, 국내 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개방성, 다양성이 정착된 외국계 기업의 문화를 근간으로, 수평적 문화가 잘 자리 잡힌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업은 규제 산업이고 돈을 다루는 곳이라 업무 특성상, 보수적인 문화라고 생각을 하시는 경우가 많으나, 오렌지라이프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이건 제가 여러 회사를 다녀보고, 그리고 컨설턴트로서 여러 클라이언트 회사들을 간접적으로 겪어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Q. 오렌지라이프에서 Agile 경영 실무 책임자로서 경영 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2018년 4월 도입한 Agile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오렌지라이프는 Agile을 통해 기존 계층적(Hierarchy) 조직을 고객 중심의 수평적 조직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일 하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cross-functional’, ‘End-to-End’, ‘Run & Change’와 ‘Intrinsic Motivation’으로 오렌지라이프의 Agile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조직 내 silo*로 인해 협업이 원활하지 않고, 기획과 실행의 분리로 인해 기획했던 내용이 충분히 실행되지 않고, ‘완벽한’ 기획을 하려다 보니 ‘실행’보다는 ‘기획’ 자체에 시간과 노력을 너무 많이 쏟아붓는 기존 조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 문화를 Agile로 변경했습니다. 과거의 승진, 성과 보상 등의 외적 동기부여(Extrinsic Motivation) 수단 외에도,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직에서 내 역할을 충분히 하고 싶다, 의미 있게 내 역량을 펼치고 싶다, 동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의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을 독려하는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Agile경영지원실 수장으로서 조직이 3+1(‘cross-functional’, ‘End-to-End’, ‘Run & Change’ + ‘Intrinsic Motivation’)의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 silo : 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를 가리키는 말. (출처 : 『트렌드 지식 사전』, 인물과사상사)

오렌지라이프 데일리 스탠드 업 미팅 | 오렌지라이프 데모데이


Q. HR(인재경영, 인재개발) 업무를 수행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인재의 정의는 기업마다,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인재상도 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것 같고요. 

그래도 질문에 대답을 해본다면… 어려운 말 대신, 쉽게 한번 이야기해볼까요? 다른 분께 들은 말인데, “공식 프로세스를 통해 한 기업에 입사를 했다면 다들 그 기업에서 요구하는 평균 이상 되는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차이를 만드는 것은 누가 더 엉덩이 붙이고 치열하게, 진지하게 고민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제가 이 말에 공감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스펙’으로 뛰어난 몇 직원들 중에, 본인이 정한 기준에 따른 서열화로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나는 저 사람보다 좋은 대학 나왔고, 공부 더 잘했고, 자격증도 많은데 저 사람보다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참 안타깝죠. 대학 때까지 잘 쌓아놓은 ‘스펙’은 입사 전까지 열심히 살았다는 것에 대한 결과일 뿐이고요, 입사 후에는 동일 선상에 놓여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엉덩이 붙이고 치열하게’라는 표현은 야근을 해라 뭐 이런 이야기는 아니고요, ‘포장지’가 아닌 업무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머리 감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음악을 듣다가도 솔루션이 생각나기도 해요. 또한 본질에 대해 고민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치열한 토론도 매우 중요합니다. 직장 내로 좁혀서 생각한다면, 타 부서 사람들과 논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로 실행할 수 있는 인사이트(insight)를 찾아내는 능력, 즉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인재상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특히 금융인으로서의 필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금융은 전문 분야입니다. 금융이라는 틀 안에서 한두 개의 자질만으로 전체를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은행, 카드, 보험, 자산운용 등 각 영역별로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금융업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특정 영역을 정하고 그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준비하고 습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험의 대표적인 전문 기술은 ‘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학·통계·보험학 등을 전공하신 분들이 계리 영역에 많이 종사하고 계십니다.

만일 전 영역에 걸친 금융인으로서 '필수 자질'을 논한다면 '고객에 대해 이해'라는, 조금은 추상적인 자질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은 고객에게 선택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과거에도 많은 금융 회사들이 꾸준히 고객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회사 중심의 공급자 마인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이라 일컬어지는 요즘, 기존의 금융사들은 핀테크 업체로부터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데요, 몇몇 뛰어난 핀테크 업체들이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결국 그 중심에는 고객이 있습니다. 기존의 금융사들도 미래의 성장과 존속을 위해서는 고객이 회사의 접점에서 뛰어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실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자질이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Q. 오렌지라이프의 유일한 여성 임원이신데, 여성으로서 어려움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현재 우연히 여성으로는 유일한 임원이긴 하나, 예전에도 CTO(IT 총괄), COO(운영 총괄), 법무 총괄, 인사 총괄, 영업 부문 전무 등 여성분들이 다수 있었기에 남성 임원, 여성 임원이라는 용어가 저희 조직에는 굉장히 낯섭니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통해 제가 ‘여성’이었음을 생각하게 되고 제가 무엇을 ‘극복’하였는지 고민하게 되네요. 어떻게 보면 그런 큰 고민 없이 직장 생활을 했다는 것이 저한테는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면서 성과를 낸다면, 남성이건 여성이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한국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전투적으로”, “이를 악물고”, “남들이 안 하는 것을 도맡아”,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해” 이런 치열함으로 임원까지 오르신 여성분들이 우리 선배님들 중에는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에서는 이러한 선구자적인 노력이 필요하였고, 그분들이 닦아놓은 길에는 항상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 임원’이라는 말이, 굳이 ‘여성’을 추가로 붙이지 않아도 자연스러웠으면 합니다. ‘여성 임원·리더’가 더 이상 화젯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고요. 저희가 ‘남성 임원’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잖아요. 인구의 반이 여성이고, 세계 곳곳에서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여성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훌륭한 인재가 되어서 젠더(Gender)에 상관없이 나 자신을 오롯이 인정해 주는 곳을 선택해서 일을 하고, 결국 젠더에 차별을 두는 조직 문화를 가진 조직 역시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나와 같은 사람들을 담을 수 있도록 그들 스스로 조직문화를 바꾸게 되었으면 합니다.


Q.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커리어 개발을 어떻게 하셨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업무와 거리가 있는 커리어 개발은 쉽지 않습니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그나마 가능하나, 경력이 쌓일수록,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직장을 선택할 때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으니 나를 뽑아주는 회사에 가서 시키는 일을 하거나, 혹시 개인 능력이 출중해서 여러 회사에서 오라는 경우라면 남들에게 말하면 다 아는 회사의 네임 밸류나 신입사원 연봉을 얼마나 많이 주냐라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영역’을 선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몇몇 영리한 어린 친구들을 보면 “저는 인사를 하고 싶어요.”, “홍보를 하고 싶어요.”라고 영역을 명확히 정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런 친구들은 회사의 네임 밸류나 연봉보다는 해당 영역으로 가고, 일정 기간을 지나 보면 그 영역에 전문가가 되어 본인의 마켓 밸류가 상당히 높아져 있어요. 직장을 선택한다기보다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죠. 직장이 변하더라도 ‘내 직업’이 있는 것이죠.

저는 이런 영리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몇 군데 합격을 하였는데 소위 잘 나간다는 산업에, 조직 문화가 좋고 연봉 많이 주는 회사를 선택했어요. 처음 발령받은 곳은 전략기획팀이었는데 현업 전략기획이라는 것이 신입사원에겐 좀 벙벙하거든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글로벌 컨설팅 펌으로 이직했고, 여러 클라이언트와 일을 하고 그 이후 실무를 다시 하고 싶어서 현업 영업·전략기획으로 이직했습니다. 

커리어 개발을 어떻게 했냐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저는 현업에서도 프로젝트/이니셔티브 리딩을 많이 했어요. 즉, 제 CV(Curriculum Vitae, 이력서)에 쓸 내용이 많은 거죠. 일반 직장에서 프로젝트/이니셔티브를 맡게 되면 일도 많고 여러 부서와 커뮤니케이션도 해야 하니 때론 갈등을 유발하기도 하고, 쉽지 않거든요. 이렇게 힘든 일을 한다고 해서 급여를 더 주는 것도 아니라서 직장 내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리딩하기를 싫어합니다. 또한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기에 실패에 대한 리스크도 크죠. 저는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실패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요. 부지런히 커뮤니케이션하고 조율해서 조직 내 더 많은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참여시켜라. 그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에요. 

저는 직원들에게도 종종 이야기합니다. 꼭 이직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2~3년에 한 번씩 CV를 작성해보고 때론 구직 활동도 해보면서 시장에서의 나의 가치(value)를 점검해 보라고 말이죠. 별도의 커리어 개발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업무 영역으로 가서 ‘On-the-Job’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기회들을 부지런히 포착하세요.


Q. 선배님은 대학생 시절, 이화에서 어떤 학생이셨나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교생활도 꽤 열심히 하고, 놀기도 꽤 열심히 했던 것 같네요. 수업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고, 철마다 농활도 다녀오고, 사진동호회도 하고, 고등학교 동문회 활동도 열심히 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과외도 하면서 용돈도 벌었고, 그 돈으로 해외 배낭여행도 다녀오고… 아마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런 것처럼, 화려하거나 특별할 것은 없지만,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았던 것 같아요.


Q. 통계학과의 어떠한 경험과 배움이 선배님의 경력에 도움이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통계는 데이터를 다루는 학문이죠. 데이터를 다루는 개념, 기술 등은 예로부터 중요시 되어왔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전공을 떠나서, 공부를 계속하든 취업을 하든 꼭 필요한 기본 학문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여성들은 숫자에 약하다는 고정 관념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가진 섬세함과 꼼꼼함이 숫자를 다루는 데 있어 굉장히 강점이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계리’라는 영역은 통계와 매우 깊이 관련된 영역입니다. 이 영역에서 ‘계리사’라는 전문 자격증을 가지고 일을 하는 근무하는 여성분들이 저희 조직엔 매우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 경력에서 통계학과의 경험과 배움은 로지컬 씽킹과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또한 저는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Why?”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흔히 통계·수학은 답이 하나이니 그 답을 빨리 찾아야 하는 게 최고의 덕목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통계·수학을 ‘과정’으로 생각해본다면 ‘Why’에 집중하는 학문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업무 상에서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고 ‘Why’라는 질문을 통해 새로운 각도로 볼 수 있는 힘, 이건 제 전공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또한 숫자가 주는 왜곡도 이해하고 있기에, 숫자를 그대로 믿지도 않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화에서 많은 추억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화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추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채플 늦을까 봐 지하철역에서부터 100m 달리기를 하듯 뛰어갔던 일들은 저와 비슷한 시대에 이화를 다녔던 분들은 누구나 공감하고 떠올리는 추억 아닐까 싶네요. 대강당 계단 앞에서 그 아득함이란… 저는 대학 시절 학교 농활과 고등학교 동문회 농활 포함해서 7번 정도 농활을 갔던 것 같아요. 봄과 여름 농활은 각종 김매기 풀 뽑기로 힘들었던 기억이 많은데 이와는 달리 가을 농활은 수확의 기쁨이 있었거든요. 사과를 따면서 상품 가치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사과 꼭지가 떨어질까 조심조심했던 기억, 밤에 자려고 눈 감고 누웠는데 눈앞에 사과가 주렁주렁 보이던 기억. 그 지역에서 본 밤하늘의 별은 “별이 쏟아진다”의 표현이 그대로 딱 맞는 그런 밤 풍경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팔복동산에서 같은 과 친구들과 같이 큰 소리로 노래도 하고 했던 캠퍼스의 낭만이 생각납니다. 함께 불렀던 노래는 이상은의 ‘언젠가는’이었던 것 같아요.

대강당과 팔복동산


Q. 선배님께서 생각하시는 이화 DNA는 무엇인가요?

발랄함과 당당함이 이화의 DNA가 아닐까 싶어요. 이 발랄함과 당당함은 ‘실력’을 함께 갖추었을 때 정말 큰 장점이거든요. 조직에 들어오면 이상하게도 발랄함과 당당함을 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력을 갖추고, 이화의 DNA를 잃지 않는다면 본인이 원하는 조직에서 좋은 인재가 되실 거예요.


Q. 앞으로 선배님의 목표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목표나 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진짜 오랜만이네요. 매일매일 성장하는 사람이 제 목표예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랄까. 어렸을 때는 임원이 되면 본인이 그간 가지고 있던 경험과 능력을 계속해서 풀어놓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주위에 훌륭한 임원, CEO 분들을 보면 조직과 함께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저 역시 멈춰 있지 않고, 일신우일신하는 사람으로, 제 주위의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을 이화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어려운 시기엔 개개인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중요한 것 같아요. 회복 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있을 텐데요, 대학 생활을 하시는 이화인이나, 사회에 진출하신 이화인께 제가 권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요. 어떤 영역이든 ‘전문가적 수준의 취미’를 찾고 만들자입니다.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취미, 그 취미를 전문가적 수준으로 만든다면 힘든 시기에 인생의 활력소가 되고, 또한 전문가적 수준으로 사람을 모아 좋은 관계를 만들 수도 있고요. 자신한테 맞는 취미를 찾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봤으면 합니다. 저는 10년 넘게 도예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회복 탄력성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전문가적 수준의 취미를 만들어 보는 것, 그게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제 이런 권고가 여러분의 인생에서 좋은 팁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오렌지라이프 전무 오민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자신의 ‘영역’을 명확히 선정하고 실패에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 글을 읽는 이화인 여러분들도 개개인만의 영역을 찾고 자신의 영역에서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시길 응원합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1기 곽다현, 12기 이수